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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만나러가자! (유레루, 2006)
우리나라에선 형보다는 누나의 이야기가 될 듯하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하는 것이 누나와 엄마라면, 일본에서는 장남과 아버지인가보다. 물론 묵묵히 순종하는 엄마가 일본에도 있겠지.
예전에 60년대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항상 그랬던 것 같다. <황금사과>나 <형제의 강="">에서도 나오지만,<FONT color=#24298f> 한푼도 없고 폭군인 아버지가 홧병이나 노름빗으로 죽어버리고, 엄마는 도망가버린 상태에서 동생들을 끌고 상경하여, 더러운 돈 그리고 깨끗한 돈 가리지 않고 모아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지만, 자신은 별로 행복한 조건이 되기 어려웠던 그런 누나. 게다가, 개중 똑똑한 동생 놈은 보통 제 혈육 따위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 잘나서 미친척 날뛰고, 잘나가는 집안의 여자와 결혼하고, 제식구 몰라라 하는 그런 케이스.</FONT>형제의>황금사과>
그런 연상들이 떠오른다. <유레루>의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와 자꾸만 겹쳐진다. 전형적인 일본인답게(문화적으로) 묵묵히 자신의 가업인 주유소를 운영하는 아버지, 그 옆에서 또한 묵묵히 일했을 아름다웠던 엄마. 그리고 아버지의 말에 언제나 순종하고, 그 뒤치닥거리에 결혼도 못하고 살림살이에 매진하는 형, 촌동네에서 주유소나 하면서 자신의 꿈을 꺾으려 하는 아버지가 싫어서 도망가는 동생. 그들의 세계가 그대로 묻어난다. 충돌하지는 않는다.유레루>
일만 죽어라 한 , 엄마의 죽음을 형의 입으로 듣는 동생(오다기리 조). 내키지 않았지만(아버지가 보기 싫어서) 고향으로 엄마를 보러 간다. 예뻤던 엄마를 끝끝내 부려먹어 죽게 만들었다고 동생은 생각하고, 아버지와의 날을 세워보기도 한다. 뭐 언제나 그렇듯 술먹다가 깽판을 피우면서.
잠시 고향의 추억에 빠져 옛적의 소꿉친구를 만나 One Night Stand도 즐기지만, 그녀의 ‘쿨하지 못한’ 자세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그는 떠난다. 다음날 형과 그 여자와 여행을 떠나는 동생. 여자는 죽고 형은, 그 살인범 용의자가 되어 재판에 임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형은 형의 스타일대로,, 동생은 ‘쿨’하고 ‘현실적’인 태도로 형을 코치하고 결과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테지만, 반전이 있다. 재판결과와 마지막 증인 발언이다. 형의 ‘형답지’ 않은 모습에 놀란, 아니, 형이 ‘형답지 않게’ 굴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놀라버린 동생은, 그런 형의 태도가 모든 게 거짓이라는 듯 그를 감옥으로 보내 버린다.
그들을 결국 환기시키고, 그들을 다시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는 엄마가 찍어준 ‘영상물’이다. 어렸을 적, 동생을 끔찍하게도 아끼고 손잡아주고 사랑해주던 형. 그런 형도 ‘형답지 않을 수’있다는 것에 놀라는 동생은, 그제서야 형이 한결같았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또 이 ‘영상물’은 아버지와의 화해도 하게해주는 셈인데, 엄마를 가혹하게 부려먹기만 했다고 동생은 생각하지만, 아버지는 형제를 데리고 물가에 가서 무등도 태워주고 춤도 같이 추던 ‘자애로운’ 아버지였던거다. 다만, 그가 가혹하고 ‘꼬장꼬장한’ 노인네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건 ‘세월의 풍파’였을 뿐.
동생의 생각대로 펼쳐진 가족은, 꼬장꼬장하고 일밖에 모르는 수전노 아버지, 그의 희생양 엄마, 순진하고 멍청한.. 그래도 자신에게 거짓말 따위는 할 ‘능력’ 자체도 없었던 형. 하지만 사실 그건 동생의 세계였을 뿐이다. 잠시 마음이 흔들린 건, 오히려 동생이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불경스러웠던 형’을 그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형의 모습으로 단정한 거다! 그렇게 마음은 흔들리고 마음의 강을 만든다. 다리가 그들을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동생의 마음의 강이 흔들려 다리가 끊어진거다. ゆれる 흔들린다. 마음이.
또하나 잠시 와닿았던 부분은. 그런 거다. 동생과 소꿉친구의 정사. 그리고 그녀의 죽음. 바로 어제 나와 살을 섞었던 그녀의 죽음. 어떤 느낌이었을 까?? 아직도 내 몸에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을 텐데 말이다. 아직도 그녀의 숨소리가 코끝에 서릴테고, 그녀의 목소리가 귀가에 아른거릴테고, 그녀의 몸이 촉감으로 기억될텐데…. 그걸 상기하던 순간, 감독은 그 장면을 다시금 틀어준다. 완전히 공감…
오다기리조는 여전히 멋있고, 영상은 너무나 예쁘다. 그리고 그 계곡의 구름다리로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