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과 지승호의 대화중.. 20대, 지식인에 대한 대화..

<FONT color=#5a0093>지식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하는 우석훈의 이야기..</FONT>

<FONT color=#000000>지승호</FONT> : “386의 정치적 자기 결집은 어느 사회의 어떤 세대보다 강했지만, 그 긍정적 효과를 다음 세대에 부여하지 않은 일종의 역사에 대한 배신을 행한 세대”라고 하셨는데요. 지금 청와대에 들어간 386들의 독선이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 않습니까?

**<FONT color=#000000>우석훈</FONT>** : 정치 엘리트들의 문제도 있을 건데요. 그들이 부패한 거죠. 만약 그 또래의 대중들이라고 얘기한다면, 제가 쭉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이른바 원정출산에서 자립형 특목고 논의까지, 그게 다 386이 부모가 되면서 생긴 거걱든요. 부동산 투기라고들 비난하는데, 그걳도 다 그들이 하고 있거든요. 사회에서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들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거의 없습니다. 아주 일부가 이런 걸 얘기할 수 있겠죠. 대안학교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던 노력의 일부가 그 안에 있었는데, 말하자면 두 세력이 경쟁을 한 건데요.  결국 대안학교 같은 것을 만들면서 또 다른 것을 만들려고 했던 세력이 밀리고 전멸당한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시대적 욕망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욕망밖에 남은 게 없는 거죠. 그 안에서 우리가 뭘 했다고 한다면 그건 20년 전 애기구요. 과연 지금은 뭘 하냐는 겁니다. 윗세대하고 싸우는 것은 지금도 하죠. 하는데, 어느덧 권력이 되어버린 거에요. 이제 나이로 치면 대부분 과장, 부장 정도가 되어 있을 텐데, 점점 더 큰 권한을 갖게 되겠죠. 적극적으로 열고 이런 것을 할 생각이 사라진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무도 몰랐죠. 386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토플 시험 보자고 할 줄 몰랐죠. 딱 그 사람들이 하는 거잖아요. 회사내에서 인사나 조직 담당을 다 그 사람들이 하는 건데요. 지들이 언제부터 영어를 그렇게 잘 했다고? (웃음) (p.39)

**<FONT color=#000000>지승호</FONT>** : 20대로서는 역할모델이 많이 필요할 텐데요. 자꾸 인터넷에만 글 쓰지 말고, A4 용지 100쪽짜리 글을 써서 책을 내라고 20대에게 요구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걸 보여줄 수 있는 역할모델이 많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FONT color=#000000>**우석훈**</FONT> : 해방 이후 이어령 선생도 그렇게 했고, 이오덕 선생, 권정생 선생도 다들 그렇게 했죠. 그러니까 책은 남잖아요. 책이라는 것은 생각을 길게 만들어준다는 것도 있고, 그것은 남는 거니까 5년 전의 책과 현재의 책이 경쟁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의 글은 생명이 굉장히 잛잖아요. 스파트한 논쟁을 순간에 크게 한다는 의미는 있는데요. 사회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질문 앞에서는 생각보다 힘이 없거든요.

 출판시장이 그래도 버틴 거라고 생각해요. DVD는 우리나라에서 1000장이면 대박이거든요. 영화산업의 맨 앞에 있는 것이 DVD잖아요. 그런 거 보면 출판시장은 그래도 잘 버틴 거죠. 책이라는 매체가 20대가 데뷔하기에 가장 크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봅니다. 20대가 돈도 없는데, 300억 펀딩해서 영화를 만들겁니까? 이미 영화판도 규모가 커져서 20대가 해볼 수 있는 데뷔 마당이 아니거든요. 음악 CD도 다 죽었구요. (p.79)

**<FONT color=#000000>지승호</FONT>** : (이학수, 이건희를) 만약 구속하면, 벌떼처럼 일어나서 “경제가 어려운데”라고 얘기하지 않겠습니까?

<FONT color=#000000>**우석훈**</FONT> : 그것은 말이 안 되죠. 엔론이 에너지 기업인데요. 부시가 에너지 족에서 정치자금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들 짐작했는데, 결국 회사가 문 닫고 사장인가 부회장인가는 그 과정에서 쓰러져 죽고, 할아버지가 80년형을 받았어요. 그리고 장부 처리했던 아더 앤더슨은 굉장히 큰 컨설팅 회사였는데, 망했어요. 그러면 미국 경제가 죽었냐 하면 아니었잖아요. 그런 투명성 위에 대기업이 서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저는 적절한 선에서 책임을 지는 게 한국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그렇게 움직였거든요. 불투명하고 찝찝하다고 생각하면 규모가 그 이상 커지지가 않아요. 국민경제로 보면 이것을 처리하는 게 좋냐, 그냥 넘어가는 게 좋냐 하면, 미국식에서 보듯이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만들었거든요. 처리 안 하고 그냥 넘어간 게 중남미식이잖아요. 그래서 중남미 기업들 안 커지잖아요. (p.141)

**<FONT color=#000000>지승호</FONT>** : 유럽에서 경제를 공부한 사람과 미국에서 경제를 공부한 사람 사이에 경제를 보는 시각 차이가 클 것 같은데요.

**<FONT color=#000000>우석훈</FONT>** : 배우는 과목이 크게 다르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선택을 바꾸면 다른 방식으로 공부할 수가 있는데, 미국에서도 몇 군데 학교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구요. 그거보다는 오히려 학자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다른 것 같아요. 미국은 페이퍼라고 하는 논문 중심으로 학자 생활을 하게 되잖아요. 프랑스에서는 저자학이라고 부르는데, 책을 많이 내는 스타일로 공부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은 팀으로 움직이는 게 있어서 한 학자가 자기 전문화된 것을 가지고 부속품처럼 움직이거든요. 유럽은 한 명이 대가가 되기를 바라니까 혼자서 다 하라고 하는 거구요. 혼자서 다 하다보면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깊이는 약하겠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에는 강점이 있는데, 이런 것을 책으로 정리해낼 수 있으면 좋은 학자라고 얘기하죠. 미국은 굉장히 좁게 해서 깊이 파가지고 아무도 못 봤던 것을 증명하거나, 그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높이 사는 것 같거든요. 어느 쪽이나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시스템인데, 한국에 돌아오면 그런 장치가 없잖아요. 없으니까 혼자서 다 해야하는데,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패키지가 돌아가지 않으니까 혼자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거든요.

 유럽은 어차피 혼자 하는 거니까 여기서 혼자 있으나 유럽에서 혼자 있으나 똑같은 겁니다. 열악한 상태에서는 유럽에서 혼자 다 하는 것을 훈련받은 사람들이 덜 지치죠. 이를테면 수학이나 통계 같은 것도 유럽은 혼자 다 해야 하거든요. 미국은 실험실에 주면 분석하는 전문분석가들이 있는데, 유럽은 그게 없거든요. 자기가 혼자 모델링부터 쓰는 것까지 다 해야 하는데, 어차피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도와줄 놈도 없고, 그런 게 비슷한 거죠. 박사과정에서부터 책을 쓸 수 있는 훈련을 많이 시켜요, 많이 쓰게 만들고. 그 다음에 보고 듣고 배운 게 큰 책을 쓴 사람들을 본받으려 하는데, 죽기 전에 저걸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죠. (pp. 154-155)

**<FONT color=#000000>지승호</FONT>** : 김현진 씨 칭찬을 많이 하셨는데요. 그분은 20대 입장에서 글을 써가고 있는 거구요.

**<FONT color=#000000>우석훈</FONT>** : 김현진 씨 같은 사람이 1000명쯤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거죠. 무슨 말을 하는지 전달이 되잖아요. 그런 게 몇 천 개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뭐가 정답인지는 우리가 모르잖아요. 하지만 그런 게 많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는 있잖아요. 그러다보면 새로운 스타일이나 접근도 나오는 거고, 그런 것의 일부가 아방가르드가 되겠죠. 그런데 그런 게 워낙 적으면 20대가 냈다는 것 자체가 아방가르드가 되고 마는 것 아닙니까? 김현진 씨 책이 좋은 점은 상업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거든요. 더 상업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을 자기가 좀 정리한 것 같더라구요.

 한편으로는 10대들이 썼던 인터넷 소설 같은 것들도 있는데요. 거기에 대해서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건데, 너무 상업적이더군요. 너무 말초적이고, 개성 같은 게 없는 거죠. 상업성을 너무 생각하다보면 자기 고유의 생각과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사라지게 되잖아요. 결국 비슷한 얘기가 되고, 같은 양식이 되고 마는 거죠.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