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집으로 가는 길..
[2008/02/17 – [A day in the life] – 한지붕 세가족, 그리고 <우리들의 외식="">](http://flyinghendrix.tistory.com/57)우리들의>
5만원이면 충족할 수 있는 욕망이 갑자기 떠올랐고, 집을 박차고 나와 뚜벅뚜벅 길을 걸어 은행에서 5만원을 인출하고, 그 곳으로 성킁성큼 걸어갔다. 하지만, 부글거리던 욕망이라는 것은, 약간의 착오로 인해 김이 새서 가라앉아버리고 그 욕망이 끓어오르던 정신은 잠시만에 각성되었고, 등에 흥건히 젖은 땀을 느끼면서 추적추적 걸어서 집까지 다시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 거대한 맘모스 교회를 본다.
지구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종교건물을 보면서, 신앙이란 결국 인간의 나약함의 산물이라고 믿으면서도 혹시 지옥에 갈까 두려워 벌벌 떨며 교회를 버리지 못하는, 그래서 교회다니는 것을 어떻게든 설명해 보려는 나약한 인간은 맘모스 교회 간판을 보면서 구역질을 이기지 못해 추적추적한 걸음을 재촉해 질질 발을 끌면서 거리를 향한다.
강남 테헤란 벨리 어딘가에서는 21세기 한국인의 분주함을 나타내듯, 구두굽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하이힐 또각거리는 소리가 날테지만,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망우리의 분주함을 나타내주는 건, 열심히 미싱을 돌리며 자식의 학원비를 벌고 있을 봉제공장 아줌마들의 ‘미싱’소리이고, 시다를 채근하는 사장의 욕지거리이다.
강남의 아빠들을 상징하는 말이 ‘기러기 아빠’일텐데, 그것도 배때지가 부르는 소리라고 망우리의, 면목동의 아빠들은 소주를 한입에 털어넣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한다.
7000원짜리 GATSBY 젤로 사뿐하게 넘겨 하이칼라를 만들고, 최소한 Samsonite 급은 되는 천연가죽질의 브리프케이스를 어깨에 메고, 50만원은 족히 넘을 브랜드 정장과 아내가 센스있게 다려놓았을 넥타이를 메면서 그들의 ‘전장’으로 소나타 급의 차를 몰면서 달려갈 때, 이곳의 아빠들은 시장에서 파는 5만원 짜리 잠바를 입고, 이미 헤어진 데님 바지에 닳고 닳아서 밑창에 물이 새는 랜드로바(그 ‘Landrover’ 말고) 구두나 NAKE 운동화를 신고 2100원짜리 디스 플러스를 연신 빨아대면서 인력시장으로 터덜터덜 걸어간다.
어쩌면 인력시장으로 갈 수 있는 건 ‘젊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큰애가 겨우 자리를 잡을까 말까한 나이의 아빠들이 갱년기에 무뎌진, 그리고 근육들이 퇴화하는 그 시점에 갈 곳은 빌딩 경비와 아파트 경비 뿐이다. 그나마 그것도 소싯적 ‘고등학교’나 나와 글줄 깨나, 한자 깨나 쓰고 읽을 줄 아는 이들의 이야기일 뿐. 1960~70년대에 그나마도 배우지 못하고 서울에서 노동일부터 시작했던 시골 출신의 ‘착한’ 아빠들은 그나마도 어려워, 아픈 몸에 파스를 붙이고, 소주 한잔으로 노동일의 고통을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방석집에서 보도 하나끼고 술한잔 털어넣을 수 있었던 80년대, 그들은 그나마 지금에 비해 흥청거릴 수나 있었다. 애새끼 낳아서 대충 고등학교나 보내면 되는 ‘그 시대의 아빠’들을 보았으니까. 하지만, ‘누구나 대학에 가는 것 같은 시대’에 사는 지금의 망우리와 면목동의 아빠들은 그나마의 여유를 자식의 ‘삼류 학원’ 입학비로 다 털어넣고 ‘소주와 노가리’로 메뉴를 결정짓게 되었다. 물론 그것도 포기하고 집에서는 ‘이런 씨발년이, 어서 여편네가’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아빠들도 수두룩하다.
방학이 시작하고, 아이들의 수준을 파악하는 척도로 가장 괜찮은 방법은 입은 옷과, 몇시에 길거리를 배회하느냐, 그리고 얼굴의 탄 정도일 것이다.
아무렇게나 물빠진 원피스 쪼가리 걸치고 동생손을 잡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새카만 얼굴의 아이들. 그게 내가 오늘 걸으며 목격한 망우리의 아이들이다.
이 시간쯤이면, 아침 ‘English for Kids’ 수업을 마치고, 엄마가 사준 서브웨이 샌드위치 한입을 먹고, 피아노 학원과 발레를 갔다올 시간. 그리고 그것 이 끝나면 엄마 차타고 집에 가서 ‘친환경 유기농 녹차 삼겹살’ 구이를 먹고, 저녁 시간엔 학원 숙제를 해야하는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아이들. 그게 지금의 망우리의 아이들이다.
<FONT color=#ff0000>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이제는 개천에서는 용이 되지 못해 꾸물거리는 이무기들의 깽판이 온 물을 흐리고 있다. ‘똥개천’이 된 거다. 그랬더니 이제 그 ‘똥개천’이 ‘용’이 나오지 않는 다는 이유로, 그리고 교육수준을 흐린다는 이유로, 새마을 사업에 방해가 된다하여 불도저로 밀릴 거라고 한다. 복개해 버린다고 한다. 근데, 개천의 미꾸라지들은 그 새마을 사업이 미꾸라지들이 ‘명품화’되는 길이라며 좋다고 새마을 사업하는 마우스를 눌러준거다.
</FONT>
5층이 넘는 건물이 없는 사가정역 앞의 사거리, 젊은 새끼들은 상욕을 하면서 자신의 상사를 욕하고, 자신의 십장을 욕하고, 자신의 선생을 욕하고, 자신의 꼰대들을 욕하지만. 무기력함은 끝이 없고, 지들의 목을 죄어버릴 지 모르는 이의 손을 들어주고, 언젠가 찾아올 ‘로또’의 행운 만을, ‘대박’의 꿈만을 꾸면서 살아간다.
“인생 한방”이라는 허랑방탕한 삶의 깃발보다 어쩌면 같이 공생해야 할 가치, 그리고 ‘착한 사람들’이 더 ‘착하게’ 살고도 엿먹지 않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거를 말해야 할 먹물들은 조용히 ‘대졸 연봉 초임 4000’에 눈이 멀어 살아남았다는 잠시의 안도감과 함께 ‘비열한 웃음’을 띄면서 동네를 떠나고 어느새 동네에는 50은 족히 넘을 그 먹물들의 엄마가 양아치들과 노가다 꾼 아빠들의 소굴에서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집에 가는 길. 드르르르륵틱, 드르르르르틱 하는 미싱소리가 가슴에 사무쳐 한땀한땀 심장을 찔러 꼬매고 또 꼬맨다. 점점 숨통이 죄어온다.
이 시간에도 여전히 미싱 발판을 밟고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여전히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주일, 그 공룡과 같은 건물의 교회와 그 공룡을 기대하며 ‘건축헌금’을 채근하는 목사의 말씀을 들으며 일주일을 ‘회개’하고, 자신의 불찰로 못살고 있음을 탓하고, 다음 주 다시금 시작될 납품 때문에 계속될 야근에 대비해 약국에서 파스를 산다.
지금 2008년 중랑구 망우리, 면목동. 여기는 어디인가. 언제인가?<a href=”http://submania.dothome.co.kr/wp-content/uploads/1/hk080000000001.mp3” 01. 집으로 가는 길 />hk080000000001.mp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