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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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하의 <위대한 캐츠비="">를 보지 않았는데, 이 뮤지컬을 보기 전에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클로저> 봤냐? 그런 느낌이랄까?”라고 하기에 여러가지 기대를 갖고 대학로로 향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날이었는데, 뮤지컬의 내용들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고, 주인공들의 이름 또한 또렷하게 남는 거 보니 너무 좋았나 보다.

캣츠비, 페르수, 하운드, 선, 몽부인.

사실 ‘몽부인’은 하운드가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이다.

몇 년동안 만나온 오래된 연인 캣츠비와 페르수. 캣츠비. 26살의 백수. 모 대학 영문과 나왔지만 여전히 자리는 못 잡고 있고, 그의 연인 캣츠비는 어느날 갑자기 “콘돔을 쓰라는 말이야, 다른 여자들이 안 그러면 싫어해”라는 말과 함께 썩 괜찮은 빨강 넥타이를 사주고 그녀의 결혼식 ‘청첩장’을 준다.

하늘이 무너지는 캣츠비. 가장 친한 친구 하운드와 한잔 먹고 노래도 불러본다. 그리고 마지막 ‘우정’ 혹은 ‘사랑’의 힘으로 페르수의 결혼식에 가는데. 마침 페르수 남편의 넥타이는 페르수가 선물해준 같은 넥타이.

캣츠비에게 한마디 건네는 페르수의 말 “내 냄새 잊지마”.

캣츠비는 정신을 차리고, 결혼 정보회사를 통해 맞선을 보는데. C급의 캣츠비가 만난 ‘선’. 맞선 자리에서 만나서 ‘선’이라는 데. 캣츠비는 술 꼴아서, 버벅대고 선은 캣츠비를 여인숙으로 데려가는 데. 페르수를 불러대는 캣츠비를 안타까워 하던 선은 결국 캣츠비와 연인사이가 되고.

결국 결혼이라는 것은 언제나 ‘계약’이었던지, 페르수는 죽은 부인을 잊지 못하는 남편과 감정적인 교감은 어렵다. 그래서 힘든 마음에 다시 캣츠비를 찾지만. … 이미 캣츠비에게는 선이 있다.

어느날 페르수의 임신.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의 전모…

뮤지컬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사실 만화는 더 애매한 결론이라고 한다. 마치 <달콤한 나의="" 도시=""> 소설과 전혀 다른 드라마처럼 말이다.

그러나 뮤지컬 역시, 내용도 치밀하게 짜여져 있고, 결국 그 알 수 없는 ‘우발성’. 하운드라는 ‘죽이고 싶지만, 죽도로 닮고 싶은’ 캐릭터 덕택에 긴박하게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것에 수치심을 갖고 있는 여자는 결혼을 하고, 그 핑계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연인의 ‘무능함’을 핑계로 하는.. 어쩌면 부조리 극이고, 어쩌면 다시 내밀한 감정의 드라마가 되어버리는…

결국 ‘본질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던 사이로 환원되는 것이 짜증나긴 했다. 왜 꼭 ‘아름다웠던 사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가. 이미 너절한 일상이라는 것들은 펼쳐졌고, 거기서 전혀 다른 ‘희망’이 꽃필 수도 있는 거데 말이다. 선하고도 다른 사랑을 싹틔울 수 있는 데 말이다..

또 하운드와 페르수의 스토리가 너무 궁금했고, 그걸 좀 너무 생략하지 않았나 하는 감이다. 몽부인과 하운드의 ‘대리극’은 짧게 치고, 페르수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했으면 극적 효과가 너무 죽었을까?

어쨌거나, 파스텔톤의 애니메이션이 쏟아져 나오는 첫 장면부터 몰입되었다. 물론 난 옆에 앉아있던 사람에게서 사실 시선을 완전히 떼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나왔던 노래들이 음반으로 나온다면, 꼭 사고 싶은 생각이다. 사실 거창한 창법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립싱크 같은 느낌이었지만. 노래들이 굉장히 평이한 곡조로 이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사를 전달함에 있어서 적재적소로 배치되어있고, 연인관계에서 벌어지는 독백들을 그대로 노래로 드는 느낌이다..

선 : 난 두려웠어요. 당신이 오지 않아
어둠이 깔리고 체념이 시작됐죠 내 마음 속에서
캣츠비 : 두려워 하지마. 너를 보고 싶었어
너의 눈 속에서 불안을 읽지 못한 내가 바보였어
난 항상 맑게 웃어 주던 속 깊은 너의 맘 헤아릴 수 없었지
항상 내 맘을 밝게 비춰주던 너의 그 고마움을 난 알지 못했어
눈물을 닮은 너, 널 닮은 하늘 빛
선 : 언제나 맘 속에 서로만 가득하길
캣츠비 : 너는 나의 하늘 내 여자인걸
캣츠비&선 : 힘든 일 있어도 세상이 변해도
시간의 끝까지 우린 함께이길
선 : 우린 세상의
캣츠비&선 : 전부이니까

무대 밖으로 벗어나면서 이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게 되더라.

다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육성으로 울리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고나 할까? 마이크의 에코를 타고, 변조되어 나오는 배역들의 목소리가 그리 청량감 있게 들리지 않았다는 거다. 뒷 줄에 있어서 그랬을까? 좀 가까이 그들의 발성이 풍부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그리웠다면 내가 너무 촌스러운걸까?

딱 정제되어 라디오 톤으로 잡히는 목소리는 좀 그랬다.

좀 더 다른 뮤지컬이나 연극을 봐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