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8 – [Reviews/Films] – 부산 여행기 ⑤ – <농민 약국="">, <검은 명찰=""> 관람기</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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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해 보니, 아니 더듬어 보니, 내가 봤던 재미있었던 드라마에도 전주가 나왔었다.

한가란(최강희)과 단팥빵(박광현)의 알콩달콩 요절복통 연애 스토리의 배경이 바로 전주였다. 이런 곳들을 그냥 스치듯 지나갔었다.

가란이의 전 남자친구였던 오빠가 부임받은 성당.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었지만, 여기가 그 아름다운 전주의 전동성당이었고, 가란이의 집이었던 곳이 전국에 몇 안되는 민요를 배울 수 있었던 ‘온고을 소리청’이었다.

어쨌거나, 서울 촌놈. 전주가 사무쳐졌다. 아니, 그렇게 사무치게끔 아름다운 전주를 책을 통해 발견했다. 안 그래도 전라도 여행이 가고 싶어졌는데, 덕택에 이번 주말엔 전주로 가야겠다!
전주사람이 보여주는 전주의 진풍경
책을 읽다보면 ‘화이부동’이란다. 조화를 이루되, 뇌화부동하지 않는다.
처음엔 그 말의 뜻이 와닿지 않았지만, 나중엔 그 뜻들이 느껴졌다.
내가 지향하는 세상이 있다. ‘문화’가 곧 사람들의 일상에서 느껴지고, 그 일상에서 ‘예술’이 탄생하며, 그 ‘예술’들을 통해서 더 낳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일상이 아름다워야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풍요로워야 하며, 일에 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베짱이’ 같은 삶을 살아도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삶. 그렇기 위해서 정치는 ‘삶’을 위한 것이 되어야하고, ‘일’은 오로지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품위라는 것은 ‘경쟁’보다는 ‘조화’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주상복합아파트보다는 담쟁이 덩굴이 진 오래된 집의 향취를 느낄 만큼 예민한 감성이 필요하며, 민둥산보다 숲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그래야 음악도 풍요로워지고, 예쁜 것을 많이 본 만큼 미술도, 건축도 바벨탑을 쌓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조화를 말하고 또 새로운 진보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모델을 찾는 데에 요즘의 모든 관심이 가 있는데, 전주를 보면서 ‘화이부동’을 떠올리며 전통과 젊음의 ‘재기발랄함’을 수용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재미있는 전주="" 이야기="">는 아무래도 강준만의 사회적 아젠다 제기와 맞물려져서, ‘이데올로기’로서의 서울중심주의를 공격하는 데에 촛점을 맞추면서 기획된 것 같다. 하지만, 강준만이 쓴 마지막 장과 몇 개의 글들을 빼면 오히려 전주가 가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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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내가 추천하는 장은 3장, 4장, 5, 6장이다. <생활속의 전주="" 문화="">, <전주의 음식문화="">, <전주를 빛내는="" 전주="" 사람들=""> 그리고 <‘전통’과 ‘영상’의 화이부동> 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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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깜짝 깜짝 놀래는 것이 전주의 문화적 저력이었는 데 이를테면 이런 것?
사실 전주사람들은 자신들이 국악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내 누이, 내 친구가 판소리를 하고 가야금을 타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가야금을 탈 줄 아느냐’며 놀라움의 질문을
던진 글쓴이에게 ‘어린시절 좀 배웠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는 것이 전주사람이다. 애당초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전주사람들에게
국악은 낯선 문화가 아닌 것이다.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놀이문화의 하나, 그것이 국악일 뿐이다(p.75).
일상에 스며든 ‘음악’을 비롯한 예술활동은 사람을 바꾸어 놓는다. 그건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리고 작고 소박하고 추억어린 것들을 그나마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는 보루, 그곳이 전주다. 그냥 버티기 보다는 그것들을 형상화해서 ‘아름다움’으로 볼 줄 아는 사람들..
“남아 있어줘서 고마워.”
종종 이렇게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p.131).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공급자가 불특정한 수요자를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것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거주자들의 개별적인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심지어 만든 사람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요즘 우리는 ‘주관식’으로 사는 게 아니라 ‘선택식’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선택된 주거 단지의 이면에는 거주민들의 생각, 사상이 아니라 공급자인 건설회사 또는 부동산 개발자의 생각, 즉 이윤을 극대화하겠다는 자본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p.142).
그러나 김상근 씨를 비롯해 이곳 한옥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집은 그냥 집일 뿐이다. 김상근 씨는 지붕에서 물 새는 것을 걱정하고, 응접실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한 번씩 문풍지를 바꿔야 한다는 것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편해서, 오래 살아서, 정이 들어서, 시장이 가까워 시장 보기도 좋고, 동네가 조용해서, 또 도심에 있어서 이동하기도 편리하고, 아파트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한옥마을에 만족하고 계속 살고 있는 것이다.
한옥마을에 사는 분에게 ‘한옥’이라는 것은 대단히 남다른 의미가 아니었다. 그들 생활의 일부이며 동시에 생활 그 자체이다. 특별히 한옥이라서 좋은 것도, 좋지 않는 것도 없다. ‘새집증후군’을 겪지 않아도 되는, 집일 뿐이다(p.159).
그리고 삼천동의 막거리 골목은 꼭 가봐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 통에 1만 2,000원하는 주전자에는 막걸리 3병이 들어간다. 중요한 건 막걸리 한 주전자만 주문하면 안주에 따른 추가요금은 없다는 사실이다(p.208).
주문하는 막걸리 주전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안주의 종류는 더욱더 늘어난다. 간혹 주인장이 감춰둔 고급안주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안주를 내주는 것은 전적으로 주인장의 마음이다(p.209).
전일슈퍼와 슬기휴게실의 가맥집도 가봐야 겠다(p.213).

참치전, 계란말이가 마구 당긴다.
‘인심’. 요즘은 잊고 있는 말. 전주에서는 찾을 수 있다니 말이다.
그렇다고, 여기가 영 소박하기만 한동네는 아닌게, JIFF전주국제영화제가 있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젊음’이 피어나기엔 대도시의 잿빛 하늘보다 오히려 역사가 짓누르는 듯하되 가벼운 익살이 있는 소도시가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에딘버러처럼 말이다.


그리고 경기전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베테랑 칼국수도 먹어줘야 겠다는 생각. 이번에는 콩나물 국밥을 제대로 먹어야 겠다는 생각들이 들었다.


강준만의 생각들에 대해서
강준만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7장에 실려있다. 지역언론에 대한 이야기들부터, 전주사람들에 대해서 느끼는 답답함 들에 대해서 그는 강하게 이야기한다. 그것들은 최근에 나온 <지방은 식민지다="">에 더 자세히 상술 될 것임으로 여기서 굳이 다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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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지역민들이 해야 할 것들은 이미 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 이제 서울 중심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생태적 한계들이 바야흐로 터지기 시작한 느낌이다. 인구과밀에 재건축 열풍으로 교육과 문화, 그리고 경제권에서 배제되는 사람들, 그리고 슬럼화.
정확한 시점의 문제제기. 다만, 꼭 강준만 식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경쟁’에서 빠져나오는 경쟁력. 그 ‘문화’, ‘예술’, ‘역사’, ‘수공예’ 등이 전주가 표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면, 여기에 뉴타운 식으로 혹은 ‘혁신도시’ 식으로 갈 것이 아니라 그 것들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건 메가프로젝트가 아니다)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 그들의 ‘남아 있어줘서 고마운’ 것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가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점점 내가 이상주의자가 되어주는 것인가?
어쨌거나, 이 책 덕택에 전주로 여행지는 확정이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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