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달콤함을 기억하는 그녀’의 자취방에 들어가고 싶어 – 김애란, 침이 고인다

침이 고인다10점
김애란 지음/문학과지성사
<a href="http://submania.dothome.co.kr/wp-content/uploads/1/pk5.mp3" 10 Glen Hansard - Trying to Pull Myself Away.mp3 />pk5.mp3</a>

‘문단의 국민 여동생’ 김애란

1980년생(그래도 나보다는 많고), 한예종 졸업. 2002년 등단 이후 각종 문학상 석권.

자주 들어가는 북클럽의 사람들은 ‘문단의 국민 여동생’이란다. 성격이 삐뚤어져서 인지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괜히 좋다가도 싫어지고, 쓸데없이 더 날카롭게 재단하려 하는 편인데.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를 읽고, 또 이번에 <침이 고인다="">를 읽으면서 왜 일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p>

달려라, 아비
10점

아직 장편은 내지 않았는데(나오면 무조건 읽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확실히 김애란의 단편은 읽는 재미가 있고, 오감을 자극하며, 그러면서 나를 웃겼다가 짠하게한다.

엄마랑 대공원 놀러가는 길, 비닐 팩에 담긴 우유 먹다가 흘렸을 때.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엄마 침 발라서 꼬질꼬질 한 얼굴을 문질러 주던 기억이 떠오른다.

김애란은 그런 느낌으로 소설을 쓴다.

침이 고인다.

<도도한 생활="">, <침이 고인다="">, <성탄특선>, <자오선을 지나갈="" 때="">, <칼자국>, <기도>, <네모난 자리들="">, <플라이데이터리코더> </p>

읽다가 “푸~하”하고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곤 했다. 그러다가 눈시울이 촉촉해 지기도 했다.

<플라이데이터리코더>를 빼놓고 이야기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여자’들의 이야기다. ‘하꼬방’, ‘고시촌’, ‘신림동’, ‘회기역’, 273번 버스, 등등등…</span> </p>

도시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공주로 사는 사람들은 없고, 그녀들은 대개 지방에서 만두 팔고, 칼국수 판 돈으로 학비를 부쳐주는 “칼을 잘 골라주는” 엄마나 ‘노래 잘 부르는 바람둥이 아빠’ 덕택에 굳세게 살아가는 ‘금순이’들의 딸들이다.

김애란은 인천에서 태어나 서산에서 살았다고 했는데, 그 ‘상경’한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 같다. 도시 서민으로 살아가면서 “석달에 한 번씩 이사가야 하는” 80년대의 엄마 아빠 또래의 이야기와, 그 자식들로 ‘고시원’에서 누구의 방이 누구의 방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그렇다고 거창한 사회과학의 ‘계급론’을 통한 도시분석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는 그들 하나 하나의 ‘추억’과 ‘사연’을 통해서 이야기된다.

반지하 방에 물이 들어와서 퍼내다 지쳤을 때, 자신의 방에 있는 피아노를 치면서 피아노를 처음 배우던 그 때로 돌아가는 이야기. 만두가게를 하는 엄마의 마지막 ‘교양’이자 자랑거리였던 “사정이 좋아질지도 모르니까” 버리지 말자고 했다는 피아노를 떠올리면서 ‘도’를 치는 여자.

도서관에 인삼껌 한통을 주면서, 도망친 엄마. 하지만 도서관에서 울면 “세상에서 가장 큰 울음”일 것 같아 울지 못했던 착한 후배가 보여준 “모양은 단순했지만 손때가 묻어 그윽하게 반질거리는 상자” 안의 “침이 고이는” 껌 반토막. 그리고 ‘와인이나 한잔 하고 가’라며 후배를 보내지 못하는 여자.

사실 연애의 감정으로 아프다거나, 섹스의 희열이 있다거나 식의 흔히 이야기할 수 있는 ‘도시민’의 City Life는 없다. 오히려 애인과 크리스마스 저녁 괜찮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와인바에서 한 잔했지만 방을 예약하지 않아서 허우적 대는 사람의 답답함과 욕짓거리는 있다.

노량진의 학원 풍경과, 그 안의 독서실. 독서실 총무가 틀어놓았던 레드제플린의 노래. 애인이 떠나가자 총무가 다시 틀어놓은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

그녀는 말뼉다귀 같은 세상이 거지 같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말뼉다귀 같은 세상에서 “좆나 짜증나. 씨발”을 외치는 사람들의 기억들을 조분조분 따라가 보는 거다. 그 사람들의 엄마의 이야기, 아빠의 이야기. 어릴 때 뛰어 놀던 골목길의 기억.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는 ‘현재’의 공간은 조그마한 몸 누이기에 빠듯한 방이다. 그 방은 마지막으로 숨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비가 들이쳐 언제나 공격당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p>

그 방의 아련함이 느껴진다. 그 방을 지키고 싶어진다. 그 추억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어제 읽었던 중산층 가족의 딸 ‘나영’의 방에는 들어가기 싫었지만, <침이 고인다="">에 나오는 여자의 자취방에는 들어가고 싶다. 그녀와 어릴 때 먹었던 빵빠레가 얼굴에 잔뜩 묻혔던 이야기를 하고 싶다..</span>

<2008/11/05 – [Reviews/Books] – 심리 묘사로만 이어지는 연애 이야기 – 박주영,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p>

그래서 ‘사회적’이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집합적’으로 묶어버리지는 않는다는 거.

그런 면이 참 좋다. 악착스레 칼갈아 딸네미들 학교 보내주고 ‘애인’있는 남편의 ‘그류’하고 거절못하는 보증빚 막아가며 억척스레 살아오다 풍맞아 쓰러져 칼국수 더미를 놓고 간 엄마의 찬장에서 발견하는 사과를 보고 ‘침이 고이는’ 딸의 이야기가 좋다.

화려한 것보다 그 소박함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아름다움. 코코 샤넬의 명품 향수 향은 아니지만, “계절의 끝자락, 가판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과일의 달콤하고 졸린 냄새”의 향취가 느껴진다.

진짜 아름다운게, 향기로운 게 뭔지. 생각해 본다. </p>

이런 감성. 이런 문체. 이런 세상을 보는 눈. 김애란이 기대된다!</span>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