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다시금 관조하여 바라봐도 청춘(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8점
김연수 지음/마음산책
 2008/10/20 – [Reviews/Books] – 구슬픈 밤, 잠들지 못한 눈들을 위한 진혼곡 –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2008
2008/10/13 – [Reviews/Books] – 사소한 삼등성들이 이뤄내는 빛나는 별자리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2007
2008/10/11 – [Reviews/Books] – 어느 국경을 넘고자 했던 이의 여행기 – 김연수, <여행할 권리="">, 2008</a>
2008/11/06 – [Reviews/Books] – ‘엄마의 달콤함을 기억하는 그녀’의 자취방에 들어가고 싶어 – 김애란, 침이 고인다 </td> </tr> </table> 요즘 하도 도회적 감성에 젖어있는 글들이 많아서, 읽다보면 자연스레 뉴요커 같은 ‘된장남’, ‘된장녀’들의 향연을 보게 되는데(물론 그것들이 당연하다 전제하면서 작가들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사실 내 취향은 ‘도시 소시민’ 취향이고, 그들의 그 상류 사회의 ‘속물근성’을 비추기 위한 디테일 조차 짜증날 때가 많다. 김연수의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그의 글쓰는 ‘내공’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는 내 어린 시절을 잘 알아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는 요즘의 까칠한 젊은 작가들(이건 꼭 나이만을 뜻한다기 보다는 주제의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과 달리 보듬어 줄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청춘의 문장들="">은 김연수의 젊은 날에 대한 글들 묶음이다. 어디엔가 연재했을 법한 짧은 글들의 묶음. 성석제처럼 익살스럽지 않지만 절로 웃음이 나오고, 김영하처럼 도회적이지 않지만 서울의 이곳 저곳을 걸었던 발걸음이 느껴지는 글들이 모여있다. 방에 연탄 100장을 사왔건만 둘 공간이 없고, 겨우 공간을 만들었더니 쥐가 배관을 다 뜯어먹어 결국 땔 수없어서 남은 98장은 결국에는 나중에 소설가로 등단해 탄 상금으로 이사갈 때, 새로 이사올 사람에게 팔아버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의 달동네 생활을 읽으면서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사무친다. 그리고 그가 달을 봤을 달동네 언덕에서 불렀을 꽃다지의 <언덕길>도 생각나고… 빵가게 아들로 태어나 크게 될 거라는 어떤 스님의 이야기를 듣지만, 결국 그 이야기는 10년만 노력하면 다 잘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격언이었다는 이야기. 빵가게가 있던 시장 옆에 있던 어떤 대만출신 화교가 하던 중국집의 아들이 다시 그 중국집을 혁신해 보겠다고 했다가 쫄딱 망한 이야기. 일제 패망시에 조선으로 넘어오는 배를 ‘끌려오듯’ 타다가 부산의 다 허물어진 동네를 보면서, ‘한숨’과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길 후회했다는 그의 아버지 이야기. 지난 번에 읽었던 김애란의 소설을 생각해 보는데, 도시 출신의 엄마가 해주는 밥 잘 먹고 학원 잘다니고 대학 잘다니다가 영어학원 잘 다니다가 명품 백 하나 명품 수트 하나만 바라다가 취직해서 애인 만나 시집가고 장가가고 잘나가는 어떤 새끼 질투하는 그런 ‘도시인의 삶’이 절대 알려줄 수 없는 이야기를 김연수 또한 하고 있다. 89학번만 되어도 그랬나? 그게 너무 좋다. 어떤 문구를 뽑아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다 좋다. 김연수의 소설이 항상 소소한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주목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국가’와 ‘민족’ 따위의 짓꺼리를 깔아뭉게면서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난 그게 정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가 더 좋은 지도 모르겠다. 빈둥대는 것에 대해 우리는 저주하지만, 김연수를 읽고선, 젊은날에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풍요로운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