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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 오드리 헵번의 “Thank You”에 녹아버린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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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회기역 나들이를 하러 가던 중, 역 안에 있던 가게의 DVD를 둘어보았다. 사실 잘 안 보고 쌓아두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 거나, 혹은 곧 절판될 것 같은 영화들은 사두는 편인데, 그날 보니까 단돈 3,000원에 <로마의 휴일="">을 파는 것이었다.로마의>
몇 달 전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영화처럼>을 읽은 적이 있다.영화처럼>
2008/09/02 – [Book Reviews/Literature] – 가네시로 가즈키의 감성 회복 프로젝트! – <영화처럼></a>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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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 ![]()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북폴리오 |
여러가지 사연들로 쪼개어졌던 마음들이 마을회관에서 상영된 <로마의 휴일="">을 통해서 모아지고, 치유되는 그런 소설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나도 어느 날엔가는 사가정 역 근처의 회관을 빌려다가 <러브 액츄얼리="">라도 틀어놓고 사람들에게 치유를 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러브>로마의>
“All you need is love. 빰빠바바밤. All you need is love. 빰빠바바밤. All you need is love. Love. Love is all you need.”
이 노래를 듣고 나면 사람들의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누가 툭하고 치면 유리창처럼 깨어져 버릴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조금이라도 느껴질까 했었다.
어쨌거나, 그래서 <로마의 휴일="">이 궁금했다. 그리고 귀차니즘 덕택에 넉 달만에 이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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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달 전에 ‘오드리 헵번 폰'(시크릿 폰)이 출시된 적이 있었다.
직업으로 볼 때 공주 / 저널리스트(영미권에는 PD와 기자의 구분이 우리같이 엄격하지 않다) – <로마의 휴일="">, 탑 스타 여배우 / 서점 주인 – <노팅힐>이라는 점에서 좀 차이가 있고, 또 성별 대비 국적이 영국 / 미국(여 / 남) – <로마의 휴일="">, 미국 / 영국 – <노팅힐>이라는 점이 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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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을 대 놓고 보여주는 것이 <노팅힐>의 기획 중에 있었을 법 하다면(이를테면 영국식 가족모임, 유럽적인 일상을 즐기는 휴 그랜트와 뉴요커 같은 자유주의적 개인주의가 배어있는 줄리아 로버츠), <로마의 휴일="">은 말투와 제스처, 그리고 스타일을 통해서 보여주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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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건달 같지만 실제로는 아메리칸 드림을 개척한 카우보이의 원형질을 간직한 것 같은 그레고리 펙, 왕실에서 ‘잘 배운 여자’로 자라났고, ‘영국식 에티켓’이라는 것에 젖어있는 오드리 헵번.
일단 둘의 대화. “Will you have me to get undressed, please?”(헵번) 의 말투. 이야말로 Raymond Murphy의
만약 오드리 헵번이 아니라 좀 더 까진 어떤 American Girl이었다고 생각을 해보면 크게 그림이 잘 나오지 않을 법하다(물론 Bridget Jones’ Diary의 르네 젤위거(여기서는 영국인)였다고 해도 좀 그랬을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르네 젤위거는 텍사스 출신 아닌가!).
고 미묘한 difference가 영화를 더 재미있게 해주는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오드리 헵번의 왕족필의 “Thank You”.
British English에 완전히 젖어있는 내 마음은 촉촉하게 녹다가 녹다가, 완전히 녹아서 흐물흐물해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표정으로 말하니..
영화를 보면서 어느 지점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내게 그런 그녀가 있다면, 내가 얻으려 했던 것을 버리고 “줄 수 있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시크하면서도 고혹하고, 도도하면서도 한 편에 장난기 어린 오드리 헵번의 얼굴에 꽂혀버렸었다. 그리고 이 사진이 어디서 나왔나 했었는데, 이번에 보다보니까 <로마의 휴일="">에 나온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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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t Jones님
모든 게 그 자체로는 다 시큰둥하고, 오로지 자신을 통해 비춰지는 세계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남자와, 자기에게 부여된 영속적인
모든 것들이(사실상 굴레) 지긋지긋해져버려 색다른 자극이 필요하고 새로운 세상을 바라만 보고 싶었던 여자가 만났으니.
즐거운 저녁 밤이 펼쳐지고, 그냥 한 탕 노리고 양아치처럼 쓱싹하고 씩 웃어버렸을 것 같은 그 놈이 결국에는 추억을 추억으로 남기는 모습.
그리고 말괄량이에서 돌아와 다시 우아해져버린 공주의 자태.
공주를 보면서 이미 마음이 동했었기 때문에 촉촉해지는 그레고리 펙의 눈가를 보면서 ‘낭만적 사랑’을 생각해 보았다. 2박 3일을 함께 보내면서 순전하게 마음이 오고가고, 가장 궁극의 지점에서 ‘키스’하는 그 들. 그리고 그 마음 씀씀이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을 버릴 수 있는 남자.
공주와의 마지막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레고리 펙이 마냥 마음 한켠이 썰렁했을 것 같지는 않다. 어디 한 곳에는 따뜻함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그녀가 준 눈빛때문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