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라우드(proud) 2009. Feb

proud 2009.210점
프라우드 편집부 엮음/프라우드(proud)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내가 읽었던 잡지는 <마이컴>이었다. <마이컴>에 딸려나오는 의 부록 디스켓(나중에는 CD)이 좋았고, 마이컴에 나오는 용산 전자상가 가게의 시세를 보면서 아이들의 컴퓨터를 조립해 주겠다고 나섰었다. 모두다 공인하는 전교에서 ‘컴퓨터 가장 잘하는 애’가 되려면 걸을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p>

고등학교 때 방송반(“우리들의 소리를 전하는 MBS, 면목고등학교 방송국입니다”)의 간지를 지키기 위해서 처음에 을 서점에서 사서 보기 시작했다. 당시에 잘 나가던 Oasis, Blur, 그리고 항상 Hot 했던 Dream Theater, Mr. Big 등의 음악을 그 때부터 듣게 되었다. 드림 씨어터의 베이시스트가 교포라는 것에서 이상한 애국심이 끓어올랐고, 그의 베이스가 6현이라는 것과 드림 씨어터가 ‘베이시스트가 리드하는 밴드’라는 호칭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선 베이스를 치고 싶어졌다(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여자애가 <서시>를 치는 기타리스트에 뿅 가고선, 나도 기타를 잡았다). </p>

그리고 을 한참 읽던 시절, 동네 서점이 아닌 교보문고(그 시절 나한테 문제집 산다는 명목으로 광화문 역에 내려서 문제집 한 아름과 읽을 책 몇 권, 그리고 음악 잡지와 CD를 사는 것은 완벽한 고삐리가 누릴 수 있는 로망이었다)에 갔다. 잡지 코너에서 얇고 반질반질한 라는 잡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왠지 힘이 잔뜩 들어간 기타리스트의 근육을 연상시켰다면, 는 좀 삐딱하고 재기발랄한 인디 뮤지션의 표정을 연상시켰다. 그래서 를 함께 샀다. </p>

를 읽고 나서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인도하는 길이 정통 락 음악 신봉자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면, 의 감성은 뉴웨이브와 인디음악에 가 있었고, 쌩판 듣지도 못했던 나 <델리 스파이스="">를 소개해주었고, 난 곧 인디음악에 미쳤다. 물론 Rock 음악도 많이 들었다. </p>

그 때 음악지향의 변화가 많이 왔었는데, 그 변화는 Metallica와 Mr. Big의 세계에서 Radiohead로 온 느낌, 그리고 Stevie Wonder나 Motown Funk로 이사온 느낌이었다.

대학에 올 때 한동안 수능 때문에 마비되었던 감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서점에 갔었지만, 내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문화적 자양분이었고 또 한 편으로 내 가오였던 가 모두 폐간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그리고 한 동안 음악잡지를 손에 잡지 않았다. 우선 대학에서 ‘깃발 든 사람’들을 선망하게 된 이후로 읽게 된 사회과학서에 빠져서 거기까지 손이 가지 않았고, 나이를 먹어서 그랬을까 꼰대가 되어서 그랬을까, 어쨌거나 한 번에 여러가지 매체를 같이 읽지를 못했었다.

또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음악매거진 를 잡는다. 한동안 좋아했었던 의 차우진의 이름이 프라우드 contributor에 올라있다. 많은 기대를 한다. </p>

세상이 참 많이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기도 했다. 예전에 내가 듣던 Radiohead, Blur, Oasis의 이름 대신 브릿팝의 새로운 이름들 Keane, Franz Ferdinand, Coldplay, Bloc Party, Kaiser Chiefs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를 볼 때에도 브릿팝을 좋아했었지만, 그 때 내가 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Thrash나 Neo-Punk 등의 강렬한 음악들이었는데, 지금은 내 취향도 좀 댄서블한 게 좋고, 그루비 해야 하며, 그러면서 감성도 세련되어야 하니. 천상 예쁘고 처연한 브릿팝 정서가 좋고, 잡지의 브릿팝에 많이 할애하는 지면도 맘에 든다. </p>

<재주소년>, <페퍼톤스>, <눈뜨고 코베인=""> 같은 최근의 인디 밴드들 소개에(물론 <눈뜨고 코베인="">은 최신의 밴드는 아니다) 귀를 기울이고 음악을 찾아 들어본다. </p>

아~ 이게 얼마만에 뮤직 키드로의 귀환인가~ 반갑다. ~ </p>

왜 난 이제서야 알게 된거지? 이런 감성으로 쓰는 글의 소중함을.

뱀꼬리.

다만 아쉬운건, 아무리봐도 음반사에서 제공한 정보성 기사가 좀 많은 듯 싶다는 거다. 크리틱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inform만 하는 느낌이랄까? 좀 더 격렬하게 review해 주면 안되겠니?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