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봐야 놀 줄 알지 – 마쓰모토 하지메, <가난뱅이의 역습>, 이루, 2009

가난뱅이의 역습10점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이루

 2009/04/14 – [Book Reviews/Social Science] – 그래, 다시 마을이다! – 조한혜정, <다시 마을이다="">, 또 하나의 문화, 2007</a>
2009/04/10 – [Book Reviews/Literature] – 도시의 뒷켠, 우리의 밑바닥 – 이명랑, <삼오식당>, 뿔, 2009</a>
2009/02/19 – [Reasoning/Current Issues] – 20대여! 이제 우리의 말을 하자!
2009/02/11 – [Book Reviews/Liberal Studies] – 지식인, 당신이 지금 가야할 곳 – 임철우 외 <행복한 인문학="">, 이매진, 2008</a>
2009/01/21 – [Book Reviews/Essays] – 88만원 세대의 간지나게 살아가는 법 – 허지웅, <대한민국 표류기=""></a>
2008/11/17 – [Book Reviews/Essays] – 청춘, 다시금 관조하여 바라봐도 청춘(김연수, <청춘의 문장들="">)</a>
2008/11/06 – [Book Reviews/Literature] – ‘엄마의 달콤함을 기억하는 그녀’의 자취방에 들어가고 싶어 – 김애란, 침이 고인다
2008/11/04 – [Book Reviews/Social Science] – 전주가 사무치게 만드는 책 – 강준만, 성재민 외 <재미있는 전주="" 이야기=""></a>
2008/09/12 – [Book Reviews/Literature] – 동구와 영주, 그리고 박선생님과 주리 삼촌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
2008/07/28 – [Life Log/A day in the life] – 집으로 가는 길.. </td> </tr> </table>

세상에 처음부터 뭐든지 잘하는 사람은 없다. 기타를 잘 쳐보려면 기타를 일단 잡아야 하고, 춤을 잘 춰보려면 최소한 TV에 나오는 댄서들의 안무를 따라는 해봐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 참 많은 사람들이 해보지 않고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해보지도 않았는데 “넌 경험이 없어서 안 돼.”라고 말하는 경우다. 요새 취업정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요구하는 것은 죄다 경력직이다. 일도 안 해봤는데 할 수 없다고 하는 경우다. 일도 해봐야 잘 할 것 아닌가? 그런데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 한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을 해본 사람만 뽑으려 한다. 그러면서 뒤에서 힐난할 따름이다. 단군 이래 가장 영어를 잘하고, 가장 많은 인턴을 했으며, 가장 많은 시간의 학업 노동을 수행해온 ‘88만원 세대’가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문을 10분의 1로만 열어놓고 살아남아 보라 한다. 그래놓고 힘들면 ‘자기계발’이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도 너무 흔하다.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반문했을 때 “사회구조가 잘못되었다고!”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 무력한 순간들이 꼭 오곤 한다. 착하게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대학가서 대기업이 원하는 대로, 공무원 채용시험이 원하는 대로 공부한 이들에게 펼쳐진 지옥을 어떻게 뚫어야 할까? 뭐라도 해봐야 한다. 기존의 질서대로 살 수 없다면 나름의 방식들로 돌파해야 한다. 마쓰모토 하지메의 <가난뱅이의 역습="">은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한 바탕 놀아보자고 한다. 그게 어쩌면 세상에서 가난뱅이로 전락해 버릴 젊은이들의 살 길이라고 말한다. </p>

우선 혼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발가벗겨 서울역에 던져놔도 살 수 있는 능력을 알려준다. 집을 싸게 얻는 방법, 노숙하는 방법, 걸식하는 방법, 차를 공짜로 얻어 타는 방법 등등. 이런 걸 알아야 하는 이유는 거지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이 없어도’ 살 수 있어야 다른 뭔가를 해볼 여유가 생겨볼 것 아니냐는 거다. 대부분의 한국의 20대가 대학을 다닐 때까지는 부모가 주는 용돈을 받아쓰고, 직장을 잡고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의 집에서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원하는 직장과 자신의 소망이 뒤집혀 버리는 것은 아닐까? 혼자서 생활을 건사해보는 청년이 없기 때문에 동시에 자신의 삶들을 계획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혼자서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치자. 이제 무엇을 해볼까? 그건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그는 헌옷과 재활용 센터를 창업한다. 왜 헌옷과 재활용 센터냐고? 계속 ‘신상’을 바라면 바랄수록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결국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돈을 벌기 위해 계속 노동의 강도와 시간만 증가할 따름 아닌가? 하지만 “자기 지역에서 물건이 돌고 돌 때 수리와 개조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중고품이 우리 손에 들어온 다음에는 어떻게든 우리 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말이다. 결국 물건에 관한 자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p.79)

하지메는 동네에서 빈둥거리는 젊은 가난뱅이들을 긁어모은다. 재활용 센터 <아마추어의 반란="">은 ‘경쟁사회’가 강요하는 ‘모범생 노예’에서 탈출한 이들의 해방구가 된다. 장사를 안 할 때에 가게는 술집이 되고, DJ의 테크노 파티장이 되고, 영화관이 된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들을 관청의 ‘무료 복사기’를 이용해서 찌라시와 신문의 형태로 배포한다. </p>

그리고 데모도 한다. 데모야 말로 가장 즐거운 놀이판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한국의 80년대 운동권들의 비분강개형의 전형적인 집회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아니다. 데모는 즐겁고 에너지가 분출되는 자리이다. 춤추고 노래하고 퍼포먼스를 일삼는다. 많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차량을 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라이브 밴드의 무대가 되는 거다. 작년 촛불 집회의 초기처럼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럭비공이 되어버리는 거다. 권력자들은 이런 것이 가장 무섭다. 심지어 선거에도 출마한다. 이기고 지고가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에 등록된 후보자라는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혁명 후의 세계’가 고엔지에 출현해버린 것이다! 얼씨구!”(p.159)

물론 이건 일본 이야기다. 그리고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가게가 가능한 것도 그들의 지역에서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데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메트로시티의 현란함 뒤에 여전히 버티고 있는 소상인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p>

하지만 ‘경쟁 사회’의 신화라는 것들이 ‘대규모 청년 실업’의 상태로 무너지고 있는 지금. 뭐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어쩌면 ‘강남’의 현란함에 대한 환상만 깨뜨린다면 가장 쉽게 20대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은 지역이 아닐까? 여전히 평상을 펼쳐놓고 함께 소주 한 잔을 건네고, 옆집 김장을 같이 도와주는 사람들이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에 ‘잘나가는 아무개’로서가 아니라 같이 공존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들의 소중함을 말하고 일궈가는 사람 몇 만 있어도 20대의 생존공간이 조금은 덜 퍽퍽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공간에서 놀아 보고 놀 줄 알게 된다면 그 때에는 이 세상도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그 놀아본 경험들을 ‘배운’ 20대의 감성으로 지역에서 일구는 것이 아마 ‘주류사회’에서 다 늙어서 ‘배지’를 차고 하는 것보다는 쉽지 않을까? 놀아봐야 놀 줄 알지.

[#M_Bonus – 최규석의 만화|접기|
_M#]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