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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한 상상력을 보다 –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오감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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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 ![]() 오기환, 민규동 |
leopord가 변혁의
“혼자 다니는 사람에게 좌석티켓이란 일종의 즉석복권이다!” 라는 민수(장혁)의 말. ktx에서 만난 여자와 번호를 따고 원나잇까지 가려면 어떤 경로를 밟게 될까? 그 상황에서 남자의 내면에서는 어떤 말들이 요동을 칠까? 머리 속에서 돌아다니는 말들을 정확하게 뽑아서 그것을 나레이션으로 들려주는 변혁 감독의 화법이 재미있는 영화다. 마지막 순간에 지원(차현정)이 되내이는 말이 압권이다. “이 남자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오감도>의 모든 영화들이 균질한 수준이나 수렴되는 내용들을 가지지는 않는다. 감독들의 특성들이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잘 이해할 수 없는 영화는 마지막 오기환의 <순간을 믿어요="">였다. 커플인 아이들끼리 자신들의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애인을 체인지 하는 설정은 재미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때 그 전과 동일한 구도가 아닐텐데도 결국 원래 사랑이 나왔다는 설정은 너무나 구태의연 했다. 헤겔의 말마따나 부정의 부정을 겪은 상태는 원래의 상태와 같으나 같지 않다. 원환적인 반복은 사람의 기대를 풀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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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수작은 <끝과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김효진을 한 명의 배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어렸을 때 좀 튀는 캐릭터라고만 생각했다. 이제는 다르다. 그러한 감성을 민규동은 고양이 같은 캐릭터로 뽑아낸다. 집에 어딘가에 있을 것 같고 주인이 엄하게 굴 때에 조용히 꼬리를 내리고 묵묵히 말을 따르지만 결국에 통제할 수는 없는 집고양이. 죽은 남편(황정민)과 대화하는 아내 그리고 첩이자 아내의 애인. 2층 좁은 집의 배치선을 따라 집요하게 따라붙는 시선과 <아멜리에>의 약간 음침하면서도 비비드한 빛깔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민규동을 잊지 않기로 했다. 그야말로 음란한 상상력을 본다. 김효진의 회색 늘어진 니트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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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를 보면서도 그렇고 이번에 <오감도>의 <끝과 시작="">같은 작품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감을 발견한다. 비비드한 빛깔과 대조를 이루는 어두움. 딱 거기에 있는 듯하다. 그리고
<오감도>를 보다가 이것이 올해 2009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의 전초전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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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민규동의 작품은 <여고괴담 2>밖에 없구나… ; 신작 출품 안하셨나효. 감독님?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