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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벡, 엘리자베트 벡-게른샤임,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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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 ![]() 울리히 벡.벡-게른스하임 지음, 강수영 외 옮김/새물결 |
다시 사랑과 별이를 찾은 강주씨에게 보내는 벡 부부의 가상 편지
강주 씨 잘 지내나요? 이제 승현 씨와의 사랑을 찾은 것 같아 좋아 보여요. 그리고 별이랑도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걸 축하해요. 사랑한다고 맹세하고 함께 있을 것 같더니 임신한 애인만 남겨놓고 떠나 몇 년 동안 코빼기도 안 뵈다 나타나서 별이 아빠라뇨. “우리 별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가만 안 둬!”라고 했지만 저희 독일에서 그 정도면 귀 방망이를 때리죠. 시어머니도 그래요. 둘이 사랑하는 데 왜 결혼을 반대해요? 같이 살아도 혼인 신고는 안 된다며 아들이 낭인 생활을 시작해서야 마음을 고쳐먹는 엄마는 도대체 아들을 믿긴 하나요. 어쨌거나 다시 단란한 가족을 이룬 것을 축하드려요.
솔직히 메일 보낸 건 강주 씨가 겪었던 문제들이 저희 밥벌이라 그래요. 강주 씨가 부딪힌 문제들이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거든요. 독일에서도 요즘은 엄마들이 끔찍이 애들을 챙겨요. 일하고 집에 들어와 잠만 자는 남자는 독일에도 많아요. 예전엔 엄마들이 집에서 애보고 밥 차리고 빨래하고 살았지만 요즘은 엄마들도 일 하느라 바쁜데 그런 남편 어디 예쁜가요? 남녀평등 말해도 독일 남자들도 꿈쩍하기 싫어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죠. 그래서 요즘은 독일 엄마들도 남편 대신 “자신의 요구와 권리, 관심 수준을 낮추”면서 까지 아이들한테 헌신하려 해요. 그런 게 ‘엄마의 즐거움’이라고도 해요. 그래서 아이한테 집착하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자유를 뺏고 있거든요. 아이가 30살이 넘어도 아이는 아이죠. 또 이혼해서도 아이는 서로 키우려고 해요. 요즘은 독일 아빠들도 애 생각을 시작했어요. 요즘 독일 아빠들은 이혼하고 나서 애가 보고 싶어서 유괴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혼하기 전에 아내랑 아이가 놀아달라면 ‘회사 일’ 때매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더니, 이혼하니까 쫄래쫄래 아이 만나겠다고 조르는 거죠. “아이와는 이혼할 수 없”어서라고 하더군요.
저희는 <사랑과 전쟁="">처럼 4주간의 조정기간으로 가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이건 둘이 합의한다고 고친다고 될 게 아니거든요. 막말로 옛날처럼 남자만 벌어오고 여자는 집에서 애 보던 시대도 아니고 여자도 똑같이 배웠는데 일하고 싶고 또 일해야 하잖아요. 드는 돈이 얼마인데. 일을 설렁설렁 할 수도 없잖아요. 일 조금 한다고 임금을 줄여주나요. 그냥 나가라고 하지. 그렇다고 서로 일이 바쁜데 일을 포기하고 배려해달라고, 애 키워달라고 쉽게 말할 수 있나요? 모든 게 다 싸움 건지죠. 저희는 같은 직업인데도 싸우는 걸요. 이제 더 이상 결혼으로 사랑을 지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거죠.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고요? 나중에 또 이야기해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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