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노동에 얽힌 문제 : 가사 노동/임금 노동 (여울바람님께 답변)

여성 노동, 임금 노동, 20대 노동 (여울바람님의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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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야기를 두 방향에서 해야할 것 같은데요. 내가 얼마나 젠더 감수성을 예민하게 갖고 있는 지에 대해선 여전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요. 일단 20대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좀 빼겠습니다.

  1. “여성 노동에 대한 문제들은 ‘개인 남성과 개인개인  여성’만이 토론할 주제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여성은 왜 노동으로서 ‘행복’하는게 어렵게어렵게  되는 것인가, 왜 여성이 노동하면 가정의 행복이 깎아질 수밖에 없는가를 물어야물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개인 대 개인으로 ‘품성론’으로 여성의 노동을 이야기하진 않아요. 그건 명백하구요. 자신들의 경험을 술회한다 해서 그것들이 반드시 어떤 개인을 겨냥하지 않아요.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솔직하게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죠. 이를테면 전 항상 제 철학적 포지션이 좌파임을 숨기지 않잖아요? 사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중립을 가장하는 놈들은 대체로 우파이긴 한데.

일단 가정의 행복과 여성의 노동으로서의 행복의 딜레마를 남성들이 겪나요? 남성들은 일과 가정이 충돌했을 때 보통 어떤 선택을 하나요? 본인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저도 사실 아직까지는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는데. 한국 사회에서 ‘평균적’ 집단의 남성들은 압도적으로 일이 무조건 우선이죠. 그러면서 여성들에게는 어떻게 말 하나요? 여성은 일단 가정에서 애 보고(육아: 심지어는 운전 하다 차가 막히면 뭐라고 합니까? “저 여편네는 집에서 애나보고 빨래나 하지. 왜 여기서?” 하는 남성들이 많죠.) 식사 준비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이제 여성들이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대체로 아무도 부정하지 않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노동에 대해서는 ‘모성’과 ‘가사’를 연계해서 생각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대체적인 프레임이죠. 아빠랑 대화를 해 보세요. 엄마가 밥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고 빨래도 안 하고 일을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만약 괜찮다고 할 때에는 할머니가 집에 계신가 확인해 보세요. 아니면 일하는 아주머니가 있거나.

통계적 자료가 보여주는 한국에서 여성 노동은 M자 형 형태로 생애 주기에 의해 펼쳐지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순간 전까지는 일을 못 해요. 친정엄마가 봐줄 수 있는 여성들을 제외하고는요. 아니면 baby-sitter를 구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죠. 그런데 아이를 낳는다고 남편이 일을 안 하진 않잖아요? 그렇게 대답하면 남성들은 “그러면 우리 식구는 누가 먹여 살려?” 사실. 그런데 수유 기간 얼마간을 제외하면 사실 아빠가 아이를 보는 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죠. 인류학의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듯이 엄마는 아이를 낳고 젓 떼자마자 노동하러 가고 남편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부족들도 많이 있죠. 그리고 OECD 국가, 즉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에서 육아 휴직은 순전히 여성들이 쓰는 제도가 아니에요. 아빠들도 많이 쓰죠. 또 다른 한편에서 오히려 고학력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나면 취업 시장에 진입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고학력 여성들의 직종은 고소득을 보증하는데 아이 키우느라 몇 년 쉰 감을 잃은 아줌마를 고용해 주는 기업은 별로 없죠. 공무원, 교사를 제외하고는요. 그래서 여성들이 하기 좋은 직장으로 공무원과 교사를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야기가 길어지지만, 여성들이 일을 함으로써 가정이 불행해지는 것은 여자들만의 책임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남성들만의 책임도 아니구요. 여성들에게 있어서 가사 노동과 육아를 전담하라고 하는 시선과 제도적 편견에서 우리가 자유롭지 않은 것이구요. 회사에 다녀보면(전 직업군인을 대상으로 겪었는데) 회식을 하잖아요? 그러면 여성들이 잘 못 가요. 말 그대로 집에 가서 애 봐야죠. 어린이 집 시간이 늦었나 확인하면서 조바심을 내는 거죠. 그러면 곧이어 남성들은”여자들은 참 일체감이 없어”라고 이야기를 하죠. 그런 소리 듣기 싫은 여성들은(아니면 미혼의 여성들) 참석을 하죠. 그리고 2차가 시작되면 여지없이 남성들만의 “질펀한” 문화가 시작되죠. 여성들은 참가도 못하고, 참가를 하려 해도 눈치를 주고 판 깬다며 면박을 주죠. 그러면서 끈끈이 쌓인 “사회적 네트워크”들을 가지고 남성들은 일을 하죠. “형님, 선배님, 아우님, 후배님”. 그러면서 여성들에게 “우리 정정당당하게 일로 승부하자!”라고 하죠. 특히나 아줌마가 회식에 가 봐요. 바로 첫 번째로 나오는 말이. “집에 아이는 어떻게 했어요? 남편이 뭐라고 안 해요?” 가면 독한 여자 취급 받고, 안 가면 팀웤을 깨는 사람 취급 받고. 결국 이러나 저러나 남성들이 만든 프레임의 덫에 걸리기 마련이죠.

그런데 남성들이 회사일 때문에 집안에 소홀한 것에 때문에 가정문제가 발생하나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체로는 엄마-딸, 엄마-아들의 관계로 가족은 잘 굴러 가잖아요? 남성에게는 “왜 당신이 일을 함으로써 가족이 불행해지는 지 생각해봤어?”라고 아무도 묻지 않잖아요. 남성들이 40대를 넘어가면서 기러기 아빠가 되거나 아이들 다 장성하고 집안에서 소외되는 것도 사실은 똑같은 문제의 한 쪽 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결국 ‘여성’을 기준으로 말하려고 할 때에는 똑같은 기준이 남성들에게 어떻게 통용되는 지를 생각해 봐야해요. 이를테면 노동의 개념 중에 “가족 임금제”라는 게 있어요. 성인 남성 1명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임금인데, 민주노총의 매년 임금 투쟁을 위한 기준점이 되죠. 그런데 이 개념도 잘 생각을 해보면 정말 웃기기 짝이 없죠. 사실 알고보면 정말 잘 사는 몇 %를 제외하면 대체로 아줌마들도 일을 하죠. 둘이 합쳐 간신히 그 수준에 맞추는 상황은 남성이 무능한 건가요? 아니면 여성이 룰을 어기고 더 일을 해 주는 건가요. 아니면 그런 기준은 얼토당토 하지도 않은 건가요? 그런데 이 기준이 묘하게 어디에서 작동을 하냐면, 정리해고 할 때에 기준이 된다는 거죠.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해야할 때 제 1번 타겟은 기혼, 아이가 있는 여성이라는 거죠. 특히 사내 커플일 경우는 당연히 1번이 되는 거에요. 그래놓고 “네 남편은 그래도 네 가족을 부양하지 않냐?”라고 묻는 거죠. 왜 여성이 먼저 그만두어야 하는 거죠? 잘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여성은 집에서 일을 해야하고, 남자는 가족을 부양하는 경제적 부양자라는 편견이 깔려있는 거죠. 여성노동은 하찮다고 은연중에 이야기 되는 거죠.

  1. “여기까지가 한가지 생각이었고, 다른 한가지는 간단히</p>

말해 이것입니다. ‘가사노동은 임금노동에 비해 천박한 것’이라는 생각을 역으로, 몇몇 </span>여성주의의</p>

갈래에서 나타나는데 그건 좀, 아니라는 거지요. 가사 노동이라는 것을 좀더 </span>자유롭게</p>

상상할 수만 있다면, 임금노동보다 훨씬 가치있고, 스스로에게도(주체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의미있는 </span>삶의</p>

양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핵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떠올려 </span>봅시다.</p>

그 속에서 우리가 흔히 가사 노동이라 부르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span>노동’이라는</p>

말이 적합한 의미를 담을 것입니다.(공동체 내에서 사회적 노동이 어떤 것이 </span>될지,</p>

상상을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우리 사회는 그런 상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span>“당신도</p>

나가서 돈을 버세요! 그래야, 자아 실현하는 참된 삶을 살 수 </span>있습니다!”</p>

라는 건, 마케팅 선전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span>


뒤의 이야기도 간단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겠네요. 왜 그렇게 소중한 ‘가사 노동’을 남성들은 하지 않나요? 일이 바뻐서? 그렇다면 왜 일이 바쁜 여성들은 가사노동에서 옥죄어져 있나요. 여성들에게 ‘가사노동’이 선택인가요? ‘육아’와 ‘엄마되기'(모성), ‘아내되기'(배우자성)이 선택이었던 적이 있나요? 남성들에게 ‘가사노동’이 강제된 적이 있나요? ‘가사노동’이 숭고한 것이 되려면 모두에게 필연적으로 인지되거나, 모두에게 선택적인 것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가사 노동은 철저하게 게토화되어있는 ‘여성’의 것이었죠. ‘가사노동’의 가치를 산술적으로 매겨서 미국에서는 이혼할 때 청구하는 비용으로 계산되곤 하죠. 그걸 우리 나라에서도 하자는 시도들이 있긴 했는데, 그 말을 한국의 남성들은 곧 바로 “그렇게 비싼 거니까 니들이 해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번돈 다 네 주머니로 찔러주잖아?”라고 대답하고, 일터로 부유했죠. 이게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 역시 가사노동을 공동체의 ‘사회적 노동’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그러기 위해서 성역할 분리(남자:공적 영역/여자:사적 영역)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부터 벗어나야 겠죠.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남성과 여성이 교란하는 작업들이 필요한데, 가사노동이 숭고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남자들이 해야할 일은 그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가사노동을 하는 거겠죠. 여전히 한국에서 여성은 ‘부억데기’, ‘엄마’, ‘아내’일 따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