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80년대로 돌아간 한국 여성의 시계 – 김윤옥 여사 CNN 인터뷰

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http://www.cwd.go.kr/kr/president/firstlady/photo_view.php?board_no=P07&uno=97)

전홍기혜: “김윤옥 여사의 ‘앞치마’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CNN에서 19일부터 23일까지 한국특집방송을 한다. “Eye on South Korea”는 2007년에 이어 2009년에도 다시 제작되었다. 첫 인터뷰이로 김윤옥 여사가 선정되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CNN과 인터뷰를 했다. 청와대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김여사는 “자연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조리법도 자연친화적인 한식은 자연을 담은 건강식”이라고 강조하고 “한국의 전통과 역사가 녹아있는 한식은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옥 여사는 이 자리에서 잡채와 빈대떡 만드는 법을 직접 선보였다. 또 고등어와 삼색전 등 이명박 대통령이 평소 즐기는 한식상을 처음으로 공개했으며 특별히 손님상 중 7첩상을 소개해 여사님을

인터뷰한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Kristie Lu Stout) 앵커가 구절판 등을 직접 시식하며 한국 음식에 대해 호평 하는

장면도 방송됐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니 김 여사는 이날 CNN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일과 한식 세계화 홍보는 외국에 나가 많은 일을 하는 (이) 대통령을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여성운동이라는 것들이 80년대 이후 계속 해왔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일터에서의 양성평등과, 가정에서의 가사분담, 그리고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각성. 호주제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사분담의 경우 남녀의 역할구분이 정해져있다는 것의 이데올로기성이 폭로되었다.

남자는 바깥일을 하는 생계부양자, 여자는 가사를 담당하는 가정 주부. 그 말은 동시에 ‘명령’이 되고 ‘지시’가 되어 그 바깥에 있는 여자들에 대해 그 바깥에 있는 남자들에 대해 “애들 밥은 주고 다니냐?“와 “남자가 큰 일을 해야지. 어디 집구석에서“라는 말을 불러일으킨다.

남성들은 직장사회에서의 신자유주의적인 질서 때문에 가사와 육아 문제라는 것이 아직 거리가 멀거나 순전히 ‘비용’의 문제이지만, 직업을 가진 여성들에게 가사와 육아의 문제라는 것은 아직도 늘 골머리를 썩히는 문제이다. 친정엄마냐 시어머니냐. 혹은 어린이 집이냐.

그래서 알만한 남성 정치인들은 보통 부엌에서 서투른 실력으로나마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집에서 실제로 사적으로 부인이 해주는 밥만 먹든 말든 상관없이 최소한 그게 현대에 있어 안전한 거 정도는 인지하면서 살았다.

최소한 이 정도는 하는 거라고 이미 인지된 거다. 같이 설겆이 안 하더라도 공적으로 보일 때는 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이거 완전 가부장제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 거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청와대 안에서 가사 분담을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다. 김윤옥 여사가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일과 한식 세계화 홍보는 외국에 나가 많은 일을 하는 (이) 대통령을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나 역시 그 세대가 다 그렇다고 하는 것을 완전히 동의는 안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공적으로 발언(전홍기혜)됨으로써 한국은 여성운동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버렸다.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이 늘 작동하는 미국의 ‘알만한 사람들’에게 딱 김윤옥의 가정주부 및 ‘내조’의 포지셔닝은 한국을 80년대 이전으로 돌려버렸다. 이게 뭔지나 알까.

한국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의 주 업무는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일”로 발표된 거다. CNN의 한국특집은 덕택에 한국의 양성평등이 역진 된 것을 대통령 부인이 선언하는 걸로 시작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