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검사장 체험

어제 갑자기 점심 때부터 온몸이 으슬거리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끈 거렸다. 하도 요새 신종플루가 기승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한 편으로는 플러시보 효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신플 걸리면 1주일 쉰다는 생각에 병원에 가보았다.

학교에서 빠져나와 세브란스로 걸어갔다. 아. 정말 찾기 힘들다. 안내 표지는 거의 찾기 힘들었고, 찾다보니 이비인후과 병동에 신종플루 관련 진료실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서 “신종플루 검사해요?”라고 묻자 갑자기 거기있던 안내하는 사람은 사색이 되어, “여기가 아니고 빠져나가서 본관 옆에 있어요”라고 한다. 본관으로 다시 걸어간다. 3층에 있는 안내 데스크의 여성에게 물어본다. “신종플루 검사 하는 데가 어디에요?”라고 묻자 웃던 얼굴을 머쓱한 표정으로 바꾸고 “1층으로 내려가셔서 주차장 쪽에 있습니다”라고 한다. 또 내려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신종플루 검사실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안내에게 물어본다. “신종플루 검사 어디에서 해요?” “바깥으로 나가셔서 왼쪽으로 가시면 있습니다.” 겨우 찾아. 총 30분을 헤매고 겨우 검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p>

체온을 재고(38.5도), 혈압을 재고(난 심전도 검사를 하지 않으면 늘 고혈압으로 나온다. 갑자기 급긴장하기 때문이다.). 의사를 만난다. 수련의 XXX. 아, 인턴이구나. 앳된 얼굴을 보니 나보다 어릴 것만 같다. 3수 이상 하지 않았으면 나보다 어림에 틀림없다. 어쨌거나. 의사와의 상담이 시작된다. “열감이 있으세요?” “몸이 으슬거리고, 열도 좀 나는 것 같아요.” “집에 플루 걸렸던 분이 있으신가요?” “네, 동생과 엄마가 걸렸었어요.” “얼마 전에요?” “2주 전에요.” “기침이나, 재채기는 안 하시구요?” “네. 다른 곳은 멀쩡하구요. 그런데 온 몸이 쑤시네요.”

의사는 특별히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신종플루에 걸려도 반드시 타미 플루를 처방하는 것도 아니며, 열이 해열제로 안 떨어질 경우에만 타미 플루를 처방한다고 한다. 해열제를 먹어보고 열이 안 떨어지면 다시 플루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즉, 플루는 아니란다. 지금은 일단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한다. 의사는 종합감기약과 해열제를 처방했다. 내가 아는 ‘타이레놀’이 약 중에 있더라. @.@

재미있는 것은 그 이후였다. 검사장에서 나눠준 마스크를 쓰고 약국으로 올라가는데, 본관에서 안내하던 어떤 남자가 나를 제지한다. “에스컬레이터 타지 마시고, 옆으로 돌아가서 엘리베이터 타세요.” 플루 환자라고 생각해서 격리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데, 마스크를 한 나를 보더니 한 여자가 타질 않는다. 약을 처방받고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려는데(아파서 한 번 호사해보려 했다) 택시기사들이 마스크를 쓴 나는 태워주질 않는 거다. 다시 건물로 들어가서 마스크를 벗고 나와서 택시를 잡으니 태워준다.

병리학이 질병을 만든다는 푸코의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플루라는 말에 표정이 바뀌는 사람들. 또한 시선이 바뀌는 사람들. 택시 태우기를 꺼려하는 기사들. 엘리베이터를 같이 못 타겠다는 심리. 몇 가지의 기호들은 순식간에 물질성을 갖게 된다.

어쨌거나 한 일주일 잘 쉬려고 했는데, 약이 너무 잘 드는지 오늘은 생각보다 몸이 멀쩡하다. 오늘 하루 쉬고나면 내일은 완쾌할 기분이다. 플루는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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