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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로 될까? – 멋진 하루(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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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 ![]() 이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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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span>를 봤다. 먼저 전도연(희수)와 하정우(병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동선이다. 서울경마공원(과천)에서 시작해서 도곡동을 돌아 한남과 이태원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신설동에 있는 학교를 가고 거기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작/관악에 있는 견인차 보관소까지 가는(지하철 2호선) 동선이 재미있다. 그후에 빠져나와 다시 강남을 전전하는 건데.</p>
나와 희수와 병운의 동선은 걸리는 곳이 하나도 없다. 이를테면 그들이 다니는 맛집을 봐서는 한남/이태원 권인 것 같고. 그들이 노는 동네는 신사동 쯤 될 것 같고. 희수의 차를 봐서는 한남보다는 오히려 반포 정도가 될 듯한 느낌이다. 아무리 봐도 유추되는 건 감독인 이윤기는 서울 강남의 구시가지(반포, 압구정, 신사) 느낌이 든다. 동선을 봐서는.
영화를 보면서 계속 감독이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인 게 의아했는데, 이윤기 감독이 <여자 정혜="">의 감독이었다는 것도 좀 신기하다. 영화의 외양은 돈 떼어먹은 옛 남자친구 병운을 찾아온 희수의 냉정함에서 시작한다.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병운을 보면서 처음에는 적당히 타이밍 봐서 튈 줄 알았다. 하지만 병운이 그 정도까지 양아치는 아니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사실 왜 희수가 병운을 좋아했었는 지도 확인이 되고, 뭐가 문제였을 지도 확인이 된다. 늘 병운은 희수의 진지한 발언은 건성으로 듣고, 정말 알 수 없는 타이밍에 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마초처럼 효도르의 사진을 보면서 열광하지만 그에게 습관적으로 배어있는 ‘배려’는 사실 어떤 면에서 수차례 꺾이고 꺾인 다른 속성으로 보인다. 그는 부러져 본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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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희수는 돈 때문에 화가 난게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병운 때문에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일단 돈이 필요했다. 그건 사실 알고보면 또 다른 맥락에서 생겨난 결핍이었다. 전형적인 여성들의 내러티브를 읽는 느낌이다. 그 결을 모르는 남자와 그 결을 적절히 선을 타고 다니는 남자. 보통 그 정도 끈기를 헤어진 ex에게 하지는 않는데. 병운의 모습이 오히려 굉장히 독특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병운은 희수에게 반하지 않았다. ‘모호함’은 어쩌면 젠더화된 사회의 수컷의 본능일 지도 모른다는 혐의에서 병운이 자유롭지는 않다.
내가 오히려 발견하는 건 병운의 능청스럼의 극한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 보이는 찌질함이다. 그리고 그 찌질함을 긍정하는 병운의 태도가 너무 좋은 거다. 희수는 계속 뭔가의 매개로 병운과의 소통이 가능하고 어쩌면 그 매개들은 병운의, 아니 남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일 지도 모른다.
하루는 결국에 희수에게 선물과 같은 날이 되었다. 꼴도 보기 싫은 놈의 다른 모습을 봐 버린. 표정이 굳어 있다가, 웃기 시작하는 시점에. 받아야 할 돈이 350에서 점점 떨어져 갈 때. 난 알았다. 어떻게 될 지. 너무나 전형적이지만 그래도 막판에 3류 로맨스로 만들지 않을 정도의 절제는 봤으니까.
어쨌거나 너무나 즐거운 영화였다. 동선을 내가 이해할 수 있었다면 또 다른 감정이었을까? ‘대치동’과 ‘도곡동’ 바깥의 강남 30대의 연애라고 하면 이상할까? 근데 정말 하루로 될까? 서로 그렇게까지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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