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 하승우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6점
하승우 지음/뜨인돌

2009/11/06 – [생각하기/출간계획 및 생각 다지기] – 2학기 논문 계획 – 남성의 군대 경험의 재구성, 문화예술 페다고지
2009/11/06 – [생각하기/출간계획 및 생각 다지기] – 군대에 대해 여자가 물어볼 때의 남자의 대답은?


군대에 대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보니까 군대에 관한 책들을 참 많이 읽게된다. 이를테면 거기에서 세 가지의 시선을 느끼는데. 하나는 “요즘 애들 왜 이렇게 개념이 없어” 버전이다. 그들에게선 “모름지기 군대는 말야..”하는 아저씨의 시선이 느껴진다. 둘째는 “너 군대에서 맞았지? 맞았잖아??”하는 누나의 시선의 버전이다. 그 누나들과는 군대에서 재미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마지막 세 번째의 시선은 “군대 안 가는 애들은?”하고 따져묻는 삐딱한 남자들의 시선이다.</p>

나는 구태여 따지자면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시선을 공유한다. 군대가 폭력적인 공간이고 늘 군대는 사회에서 ‘지양’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군대를 잘 활용하는 이들이나 군대에 안 가고 숨어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중에 어떤 이들은 군대를 ‘자기계발’의 전략의 일환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이들은 군대를 갈 수 없다. 여성들 그리고 장애가 있는 남성. 또 다른 이들은 군대를 신념에 반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 여호와의 증인을 종교로 가지는 일군의 남성 ‘집총거부자들’. 그리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에 대해선 쟁점이 되는 의제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차라리 잘 말하지 않는 것을 언급해서 이야기의 축을 그 쪽으로 끌고가는 게 훨씬 생산적일 수 있다. 게다가 ‘군대’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생각들은 대체로 변화된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군가산점에 대한 논의는 변화된 세계 속에서의 군대를 여전히 전통적인 ‘(남성)국민개병제’의 전통에서 읽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회가 군대만큼 억압적일 때 군대는 ‘남성성’ 향유의 장이었고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것이었지만, 지금 어디 그러한가. 남자들끼리도 이미 그러한 ‘훈장’을 주지 않는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던 시절과 쌩까고 ‘듣지 않는’ 시대의 갭이 생긴 거다. 게다가 요즘 군대에서는 플스하는 게 병장의 낙이다.

하승우는 ‘평화주의자’ 그리고 ‘아나키스트’의 관점에서 군대를 다시 조명한다. 폭력의 악순환의 고리로서 군대를 지적한다. 참 시의적절하게 ‘노벨평화상’을 받은 오바마가 전쟁을 다시 말하는 시대가 왔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평화’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반증한다. 오바마는 한국의 노무현이다. 진정성 있어 ‘보이나’ 실제로는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군대와 시민권. 그리고 군대제도의 여러가지 다양성에 대해 하승우는 잘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 여자는 군대를 갔다오지 않았기 때문에 ‘2등 시민’으로 호명되고, 우리가 ‘육군 전투특기’를 군대 양상의 모든 문제라고 말하기 때문에 땡땡이 치고 도망가는 특권층과 그 정보를 날렵하게 선취하는 이들을 파악하지 못한다. 최소한 패는 다 들어내고 말해야 하지 않나. 덕택에 ‘유전면제 무전복무’의 시대가 도래했다.</span>

“사람들이 병역비리의 문제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는 것은 다소 역설적인 두 가지 원인 때문인 듯하다.
하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왜곡된 형태의 해우소에서 박탈감을 해소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병역비리를 사실상 막을
수 없다는 체념 때문이다”(p.40). “군대를 가기 전에는 면제를 받거나 편한 곳으로 배치받지 못하는 것이 무능력과 결핍의
상징이었는데, 제대한 뒤에는 그 박탈감이 묘한 공격성으로 변한다. (……) 강자의 부정은 고발하지 못하면서 같은 약자
속의 차이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된다. 시인 김수영의 말처럼 “나는 작은 것에만 분노한다”. 그래서 군에서 보낸 시간과 체험은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얘기해서는 안 되는 금기의 소재가 된다”(p.42).

이 구도에서 ‘병역거부자’까지 여론이 받아줄 깜냥이 안 생기는 거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그 ‘틈새’를 보여줘야 한다. 하승우는 이상주의와 윤리/도덕 교과서를 이야기하면서 현실의 취약함을 말하지만 동시에 현실은 가만있지 않고 계속 질서를 ‘재생산’한다. 난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거세한 윤리를 믿지 않는다. 게다가 ‘모병제’에 대해서도 좀 명료하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하승우는 “모병제를 실시하면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로 군대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군인은 ‘위험한 직업’이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이 군대를 피하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평하게 국방의 의무를 담당하게 하기 위해서는 징병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p.92)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또한 나오미 클라인이나 켄 실버스타인 등이 지적하듯이(이건 나중에 리뷰로 보이겠다) 군대보다 더 강력한 ‘용병업체’들도 많이 생겨나는 중이고 군대의 성격 자체는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다른 방식으로 ‘재구축’되는 중이다.</p>

모병제는 게다가 전쟁을 추동한다. 모병은 말 그대로</span> 모집해서 전쟁할 수 있는 ‘병력’을 뽑는 것 아닌가. 논의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하는데 하승우는 그것은 잘 짚어내지 못한 듯하다. 다만 그가 보여주는 대만의 ‘대체복무제’는 한국의 논의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지점들을 제공해준다. 생각보다 대만의 ‘대체복무제’에 대한 지원률은 높았다. 늘 T/O를 넘겼다. 그랬을 때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병역기피’ 대 ‘병역복무’의 프레임으로 싸울 게 아니라. 그만큼 ‘군대의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는 식으로 논의를 끌고갈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개월수가 늘어나도 군대가 아니라면 가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제도로서의 ‘대체복무제’와 운동으로서의 ‘병역거부운동’이 마주칠 때의 파열음들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야기를 어떻게 선명하게 풀 수 있을까. 좀 다른 이야기들을 해야 한다. 문제는 그 문제를 ‘어떻게’ 펼칠 건가에 있지 않을까. 아 물론. 이 책은 청소년 교양서로는 훌륭하다. 하지만 논의의 본진에서 얼마나 먹힐 지는 잘 모르겠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는 안 망한다. 하지만 군대를 없애려면 생각보다 할 일이 복잡할 수 있다.

Finnish Airforce Brewster B-239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