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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전쟁 – 피터 W. 싱어, 전쟁 대행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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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대행 주식회사 – ![]() 피터 W. 싱어 지음, 유강은 옮김/지식의풍경 |
2009/12/16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사회과학] – 오바마가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
군대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든 결국 ‘전쟁’에 대해서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동안 군사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도 전쟁에 대한 언급은 크게 하지 않았다. 넌덜머리 났기 때문이다. 사실 군대에 대해 말하는 것도 넌덜머리 나는 일이다. 나 알고보면 제대한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구태여 공군 장교를 갔던 것도 가장 ‘군대’와, ‘군인’과 멀어져있는 곳에서 복무를 하고 그에 걸맞는 존재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잘 ‘전쟁’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내가 배웠던 정치학 때문이다. 국제정치 전공이었으니.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는 늘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와 드글드글한 신현실주의자들Neo-Realists의 땅이었다. 매번 당구판으로 묘사되는 국제 정치. 월츠의 당구판에서는 한 명의 키 플레이어가 있는 게 좋은 지 안 좋은 지의 문제를 다뤘고, 한스 모겐소의 당구판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팀플레이 따위 없이 모두 다이다이(free-for-all) 게임을 하는 국제 정치판이 셋팅되곤 했다. 난 초국적 사회 운동(TransNational Social movement : TNSM)을 연구하고 싶었는데 별로 할 말은 없었다. 그 격자 안에서 다른 방식들은 늘 ‘국가’에 빨려들어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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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를 공부하면서 다른 방면으로 좀 빠져나가려 해 봤으나, 결국 ‘군인’을 이야기하려니 ‘군대’를 이야기해야하고, ‘군대’를 이야기하려니 ‘전쟁’을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그 ‘전쟁’은 위에 언급한 신현실주의자들의 국제정치 이론이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행위자(agents)들의 세계다.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이하 EO)를 아는가? 1990년대 아프리카의 내전 상황에서 언제나 EO는 압도적이었다. 불리한 정부군을 도와 몇 달내에 반군을 싹 쓸어버렸다. 그들은 어느 새 나타나 기습하고 헬기로 폭격했다. 그럼 MPRI를 아는가? 그들은 유고 내전 당시 완전히 망하기 직전의 크로아티아 군대를 업그레이드 해서 세르비아를 몰아내게 만들었다. 또 제2차 발칸 전쟁 때 병참이 안되어 골골대던 미군들은 브라운 앤드 루트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따뜻한 밥을 먹고 빨래까지 민간 회사가 맡아주어 ‘쾌적한’ 전쟁을 치러낼 수 있었다.
국제 관계학이나 여러가지 군사와 관련된 이론들이 지금까지 전제해왔던 것들은 ‘국가’의 독점적인 권위가 ‘군사력’이고 따라서 전쟁은 그 ‘국가’의 힘이 충돌하는 장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침해되지 않는 ‘자주권’의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국가가 군사력을 독점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켄 실버스타인이 제기하듯이 이미 무기는 ‘공개시장’에서 손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되었고, 탈 냉전기에 이르러서 퇴역한 군인들은 ‘민간 군사 기업’의 행위자들로 출현하고 있다. 그들을 순전하게 ‘용병’이라 말할 수는 없다. 용병들은 모두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만, 최근의 ‘민간 군사 산업’은 기업화되어있고 사적인 이익을 회사의 ‘조직’을 위한 이익에 복무시킨다. 그들은 그냥 ‘질나쁜’ 용병 나부랭이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전쟁의 양상이 변하고 군사력의 핵심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간 군사 기업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데, 군사 공급 기업과 군사 컨설턴트 기업 그리고 군사 지원 기업이다. 위에 언급했던 EO는 군사 공급 기업, MPRI는 군사 컨설턴트 기업, 브라운 앤드 루트는 군사 지원 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ROTC들을 가르치는 교관이 누구일까? 다들 현역 대위나 소령 정도를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다. 그들을 가르치는 게 바로 MPRI의 민간인들이다. 이를테면 ROTC 훈련소의 교관도 민간인이다. 훈련소의 기억들은 미국 ROTC 대학생들에게는 전혀 다른 것이리라. (물론 이 교관들은 전직 군인이었을 확률이 많다.)
뭐 그래봐야 다 미국 기업들만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MPRI는 미국 전직 군인들이 만든 회사는 맞다. 하지만 실제 전투를 수행하는 군사 공급 기업 EO는 남아공 회사였고, 단순하게 국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공급 기업의 국적은 정말로 다국적이다. 그리고 MPRI는 미국의 이해에 꼭 맞지도 않는다. 종종 어긋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국익이 우선이 아니라 MPRI라는 L-3사와 합병된 그룹의 ‘사업상 이익’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추동한 바람은 국가들을 흔들어댔고 ‘민영화'(혹은 사영화)는 거부할 수 없는 2000년대 중반까지의 흐름이었다. 남아도는 ‘산업 예비군’들은 민간 업체를 꾸렸고 그들의 성과와 맞물려 국가의 외주(Outsourcing)바람은 군대의 주변부부터 차차 핵심부까지 모두 외주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전문화’라는 측면에서 군대보다 민간인이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군인에게 늘 느껴지는 지지부진하고 구태의연함reluctant은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나보다. 게다가 골치 아픈 일들을 5천만 달러 안에서 계약만 해서 줘버리면 의회에 심의를 받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행정부로서는 신나는 일이었다. 이를테면 5천만 달러가 안 드는 돈으로 계속 콜롬비아의 반군 소탕 작전을 민간 군사 기업들에 외주줄 수 있었다.
심지어 요즘 UN은 하도 국가들이 평화유지군에 돈 도 안 내고 참여도 안 하니까 그 부분에 대한 용역을 민간 군사 기업들에 주려하고 있다. 그게 더 싸게 먹히고 골 머리 썩힐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민간 군사 기업들이 늘 효율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기업은 여러가지 경영 기법을 통해서 돈을 더 많이 타내고, 위협을 과장하고, 다국적 기업과 연계해서 다른 이윤을 노리곤 했다. 아프리카에서 EO의 개입한 뒤에서는 늘 광산이나 유전에 대한 노림수들이 존재하곤 했다.
문제는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민간 군사 기업에게 정부에게 하듯이 똑같은 방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더 머리 아픈 것은 그 예산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국방 그 자체는 ‘국가의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MPRI 같은 군사 컨설턴트 기업에 의해서 훈련된 군대는 이미 미국식 편제에 길이 들여지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옵션’을 선택하기가 까다로워 진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라팔을 사지 않고 F-15K를 구매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무기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기 까다로워 진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기술적인 면을 벗어나서 전쟁 자체가 갖고 있는 참상을 생각한다면, 그나마 국가에 의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었던 ‘국적이 있는 군대’에 비해 민간인 군대는 자신들의 기업의 최적 이윤을 위해서 민간인 학살 정도는 손쉽게 저지를 수도 있는 상황인 거다. 하지만 커머셜한 관계에서 ‘도덕성’에 대해서 물을 수는 없는 게 당연하지 않나. 전쟁에서도 ‘착한 소비’처럼 ‘착한 전쟁’이 가능할까? I don’t think so. 자본의 논리를 통한 ‘최적 균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도덕적 해이’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와 ‘시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시카고 학파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국가 만을 주요 행위자로 보고 어떤 국가의 야만성이나 혹은 구조적 제약을 말하고 있는 것은 이미 전지구화된 양상의 폭력의 행사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한다. 단순히 미국이 아프간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거기에는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가 있고, MPRI의 훈련을 받은 ROTC 출신 장교들이 있을 것이고, MPRI의 훈련을 받은 참모들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맥락에서 탈레반과 거래를 했던 무기거래상들과 그들에게 지원을 하는 어떤 민간 그룹들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주도권이라는 것이 국가에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미 국가는 사적 행위자들에게 ‘국방’과 ‘군사력’ ‘폭력’의 문제에서도 우위를 내 준 것이다. 공공성을 사적으로 행하다보니 어느 순간 사적 가치들이 공공성을 앞지르는 것은 일도 아닌 게 된다.
피터 W. 싱어는 이럴 때 다시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방법으로 계약을 할 때 여러가지 옵션들을 추가하자고 하는데. 그게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결론에서 갑자기 완화된 톤으로 바뀌는 그를 보면서 민주당이 받아줄 수 있는 만큼의 정책만 결론으로 쓰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바마는 결국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만큼 </span>브루킹스연구소가 나이브하기 때문은 아닐까. 분명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기해야 할 정책 집합은 다른 방식으로 군사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좀 힘이 빠져버렸다. 오바마도 맥이 빠져 아프간에 노벨평화상을 안고 들어간다.
이럴 때 도대체 군대가 어떤 모양이냐는 걸 다시 물어볼 수는 있겠는데, 그건 싱어가 제대로 대답한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는 좀 다른 측면으로 볼 수 있다.)</p>
</span>미국 같은 나라의 군대가 시장으로 내몰리면서 군대 복무가 훗날의 기업 취직을 위한 이상적인 훈련장이 될 정도이다(p.359). 군인들이 공적인 군무를 떠나면서도 여전히 군사 영역에 남아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군대에 대한 국민 대중의 존경은 위태롭게 된다. (……) 민간 군사 기업의 활동이 군인 직업을 과거에 대중의 존경을 불러일으켰던 군인의 가치와는 정반대되는 이윤 동기와 연결시키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p.360). 국민 대중은 퇴역 군인들의 복무 경험에 대해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바로 그 복무 경험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p.361).
이제 군대에 대한 그림 그리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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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6 – [생각하기/출간계획 및 생각 다지기] – 2학기 논문 계획 – 남성의 군대 경험의 재구성, 문화예술 페다고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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