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계급 재생산 – 군대 이야기 중간 정리

며칠 밤을 샜다. 군대 이야기와 ‘위기의 10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학술 논문이라는 형식에 맞춰 쑤셔 넣었다. 내게 ‘글’이라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다.

제대하고 군대를 잊어버리려고 군대 이야기를 했다. 덕택에 꿈에서 다시 군 생활이 살아서 돌아왔다. 여기서 밝히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나한테도 군 생활은 끔찍했다. 이를테면 훈련소에서 쫓겨나면서 다시 군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해보라. 난 그 생활을 해 봤다. 집에서 당연히 ‘멀쩡한’ 아들이 훈련을 받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엄마 나 계란 후라이 먹으러 갈꺼야.”라고 말하는 아들의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다시 ‘환희’의 기분을 느꼈던 순간이 ‘군대’에 ‘합격’했던 그 때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군대 이야기를 조사하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이미 군대는 ‘외주화’되고. 군대에 대해 사람들이 반발하거나 어쨌거나와 상관없이 군대와 ‘국민국가’와 ‘국민개병제’가 더 이상 별로 적절한 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국가의 주요 군사 작전에 군산복합체가 개입되어 있다.

‘제2 롯데월드 사태’는 굉장히 징후적인 사건이다. 이를테면 군사적인 모든 것이 ‘기업의 이익’을 준거로 하여 재편된다. 이제 우파들이 ‘반기업운동’을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로 군인들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칠 날이 머지 않았다. 어느날 테러는 생산될 것이고 그에 맞춰 점차 군사적 강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세금을 덜 걷는다 하더라도 국방비 자체는 줄 지 않는다. 왜냐면 국방 자체가 엄청난 수익사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미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게다가 민간군사기업은 점점 더 흥할 것이고 군인들의 기강해이는 예정되어있다. 군인들은 ‘쿠데타’를 꿈꾸지 않지만 바깥 기업의 취업을 꿈꾸게 될 것이다. 자신들의 ‘스펙’을 관리하기 위해 ‘만용’을 부릴 확률이 더 많다. 이를테면 파병을 더 원할 것이다. 남-북 간의 전쟁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대신 정전국가의 군대는 해외파병에 동원되는 상황이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국민개병제’ 모델의 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의 군대의 ‘기강’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공군 조종사들의 매번 지속되는 ‘제대 요구’는 더 강화될 것이고, 비단 공군 조종사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직책의 군인들을 향한 민간기업의 러브콜도 상승하고 마찬가지로 다른 군의 다른 보직의 직업군인들 역시 그 유혹에 노출될 것이다. 병들이 ‘편하게’ 근무할 틈새는 더 많아진다.

하지만 그 틈새가 절대 다수에게 유리하지는 않을 거다. 이미 ‘고학력자’들은 그 틈새를 인지하고 있고, 가장 편한 자리를 잘 찾아다닌다. 물론 그 틈새의 전유는 그 선두에서 ‘고위층’의 자제들이 이미 몇 십년 동안 하던 일이다. 군대를 안 가도 살 수 있었던 시대에서 군대 안 가는 사람에 대한 대중의 ‘열폭’이 존재하는 이상 군대를 가긴 가야겠고, 그들의 선택이 ‘편한 군대’임은 이미 인지된 바다. 그 두 그룹은 마구 섞여 문제를 혼탁하게 하는 것 같고 ‘개천에서 난 용 그룹’이 또한 그 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화되지 않고 있고 잘 되지 않을 거다.

잘 생각해보면 육군 보병의 절대 다수는 서울 4년제가 아니라 나머지 그룹이었다. 이미 ‘계급’에 따라 군대가 재편된다는 말 자체를 거부할 유인이 없다. 군대는 ‘계급’을 재생산한다(이 계급은 사회적 계급이다).

돈 없으면 좋은 대학 못가고 군대가서 뺑이치다 돌아와 머리는 굳고 고시 볼 용기가 사라지고 어느새 공무원 7~9급 준비를 하게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연관 고리를 자료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끝 나는데. 일단 내게는 서베이 자료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