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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책 1000권, 출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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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생활
(특히 공군) 장교로 갔다온 사람들의 많은 경우 다양한 소비패턴을 갖고 있는데, 난 책을 많이 사고 문화생활을 하는데에 많은 돈을 썼다. 보통 내 동기들 중에 책을 50권 이상 3년 동안 산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난 거의 500권을 군생활 동안 샀다. 군대에 입대했을 때 내가 갖고 있는 책은 500권 정도였다. 대학원 다니느라 산 책들. 그리고 학부 때 틈틈히 사서 모은 책들. 군대에서 안정된 벌이가 계속 되었고(장장 36개월 동안). 그 돈으로 책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극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반을 사는데에 돈을 썼다. DVD를 돈 주고 산 것도 군대에서가 처음이었으니까. 게다가 학교 다닐 때에 너무 구질구질하게 다녀서 옷도 좀 샀다. 그래서 제대하고 나서 저축한 걸 보니까 동기들보다 좀 많이 못 모았다. 술도 마실 만큼은 마셨으니까. 보통 돈 모아서 차 한대씩은 뽑아서 나가곤 했는데 나는 차는 커녕 등록금 내고 베트남 다녀오니 통장 잔고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장학금 받지 않았으면 온전한 생활의 영유조차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 책 1000권
어쨌거나 책을 많이 산 것에는 별 후회가 없다. 어제(2010. 1. 2) 책을 좀 샀다. 보르헤스의 소설을 사고, 건축학과 도시공학 책을 좀 샀다. 그리고 나니 책 1000권을 넘겼다. 움베르토 에코는 보르헤스를 읽고, 에드워드 기번과 아이작 아시모프를 읽으면서 다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에코의 글들을 참 좋아하는데 한 동안 읽지 못해 에코의 ‘마니아 콜렉션’ 중 <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를 샀다. 에코의 부인은 에코의 ‘생산력’의 누수를 막기 위해 ‘술’이라면서 주스를 준다고 한다. 안 그래도 골초인데 술까지 많이 마셔 에코가 부식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단다. 물론 혼자서도 관리가 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게 안 되면 누군가는 돌봐야 하고 그게 아내라는 게 페미니스트들은 불편할 사안일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로자 룩셈부르크나 한나 아렌트는 혼자서도 잘 했는데 말이다. 남자들은 누가 돌봐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존재일까? 어쨌거나 아내의 헌신 덕에 에코는 사람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다. 난 일단 에코의 글에 집중을 좀 할 생각이다.나는>
천 권을 읽고나면 아마 좀 다른 사람이 되야 할 텐데. 지금까지 읽은 책이 천 권을 넘겼는지 아니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일단 내가 산 책 중에는 411권을 읽었더라.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얼마나 읽었을까. 다 합해 봐야 600권 남짓일 것 같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를 합하면 7~800권은 될까. 여전히 내 독서는 일천하다. 속도감을 낼 필요가 있겠다.
- 20대 공간에 대해 – 출간 이야기
이번 겨울 방학은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 작업과 더불어 <20대 공간 프로젝트>가 진행될 계획이다. 두 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가 되는데, 우선 <인민노련>에 대한 이야기는 우석훈의 이야기를 들으면 될 것 같고. 내 이야기는 <20대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인민노련>이상한>
2007년에 가우디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이거다” 싶었고, 2008년 <스쾃>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도시에 대한 꿈을 가져왔다. 뉴타운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복원’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고 대학원에 진학할 때에도 그러한 생각들이 있었는데 한 학기를 다니는 동안 그 문제의식을 키우지 못했었다. <생태인류학>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우정과 환대’를 쌓아오면서 내 깊지 않은 문제의식을 나눠본 적이 있었는데 그 중 도시공학을 공부하는 친구와, 사회학을 공부하는 친구와 같이 ‘공간, 건축, 도시, 20대’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생태인류학>스쾃>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20대’에게 필요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부모의 돌봄에서 벗어나 이제 독립적인 주체로 스무 살이면 자라야 한다는 것에 대해 한 동안 한국사회도 합의하려던 시점이 있었다. 1990년대 트렌디 드라마들은 그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곤 했다. 그리고 당시의 ‘문화생산자’들은 20대가 독립적인 공간을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태지를 듣던 이들의 감성에는 꼰대들과 함께 살 수 없다는 결기가 어려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독립한’ 20대는 직장에 취업하고 나서를 의미했다. ‘전문직’에 대한 환상적인 모습과 ‘작가’에 대한 선망들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 때는 취업하고 나면 월세부터 시작하던 부모가 보태서 전세로 시작하던 밖에 나가서 사는 게 그리 드물지 않은 현상이었다.
하지만 1997년 말 IMF 사태 이후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취업하면 독립할 수 있던 거였는데 일단 취업이 안 되고, 취업이 된다 하여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엄마 집에 다시 눌러 앉게 된 것이다. 도서관에 만 원을 들고 다니면서 하루를 전전하는 20대가 늘어나게 된다.
이 이야기를 <88만원세대> 스타일로 하는 것은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것 같고, 또한 이미 나온 이야기기도 하다. 난 오히려 다른 식의 테제를 던지고 싶은 것이다. 도시 개발과 ‘디자인 서울’ 같은 쪽으로 관에서 들어가는 예산을 ‘불완전 고용 상태’의 사람들의 ‘주거’와 ‘작업장’쪽으로 돌려보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런던의 flat 같은 공간을 서울에서도 만들어볼 수 있을까? 만든다기보다는 그런 공간으로 리모델링 할 수 있을까. 생태적으로 문제 없는 방법으로도 가능할까.
인류학적인, 사회사적인 ‘해석’은 가능할 것 같지만 일단 그렇게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 같고, 공학도들의 힘을 좀 빌어보기로 했다. 서로의 씨너지가 나면 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고. 이를테면 최적 공간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찾아보고, 그것들을 이끄는 데 필요한 예산 제약도 생각해 볼 계획이다. 수학적 직관 수준을 넘어서 어느 정도 문제를 읽어내고 수학적을 풀 수 있다면 이번 겨울은 보람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