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조절

24살, 그 때도 대학원생이었다. 그 때 내가 주로 했던 일은 대학원생들을 조롱하는 일이었다. “페이퍼 까이꺼 쓰면 되는 거 아님?” 같은 모드였고, “책 그 까이꺼 하루에 두 권씩 읽으면 되잖아?”라고 하는 모드였다. 평균적인 30페이지짜리 논문을 20분 안에 안 읽으면 죽는다고 생각했었다. 영어 책도 시간당 50~70페이지를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어는 그 때보다 지금 훨씬 잘 하는데 어쨌거나 그 때는 그 속도로 읽혔다. 이틀을 밤새고 하루를 잘 자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나보다 4~10살 많은 대학원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28살, 다시 대학원생이 되었다. 첫 째 주, 둘 째 주에 30페이지짜리 논문을 한 시간 동안 읽게 되었고(지금은 조금 회복하여 30분에 읽는다), 책 한 권을 하루에 읽는 게 너무 힘든 일이 되었다. 게다가 영어 채근 시간당 20페이지가 힘들다. “윽.. 다 읽었어요?” 하는 말이 습관이 되었다. PDF를 읽다보면 눈이 피곤해 논문 두 개를 읽지 못한다. 물론 닥치면 다 하지만 “하루를 밤새면 이틀은 죽어”버렸다.

29살의 1월 1일. 하루 종일 집에서 두 권의 책을 읽었다. 괜찮은 줄 알았다. 1월 2일. 오후 내내 몽환적이었고 저녁 때 한 잔을 걸치니 1월 3일 내내 하루가 힘들었는데 교회에서 하루 종일 수다를 떨고 몇 가지의 단순한 일들(대예배 영상 촬영)을 하고 나니 완전히 녹초가 되어 저녁 8시가 넘으니 뇌가 정지한 기분이었다. 집에 와서 잠깐의 일을 하고 자려는 데 전화가 왔고 온 몸을 떨면서 전화를 받았다. 인민노련 관련 연표를 반쯤 만들고 2시에 잠이 들었다.

1월 4일 오늘. 아침에 7시 반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겨우 일어나 밥 먹고 오전에 일을 하는데 완전 천근 만근이다. 만났던 사람이 내 눈이 풀렸다고 한다. 건대에서 연대 오는 길 721번 버스에서 1시간 동안 기절해서 왔다. 좀 정신을 차린 것 같은데 두통이 몰려온다.

24살 때처럼은 잘 안 되는 구나. 어느 정도가 적정선일까. 운동을 하면 좀 나아질까. 예전처럼 막 뛰어다니면 안 되는 건가. 쉬면 좀 나을까.

일단은 내 페이스를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1년 내내 좀 빡세게(바쁘지는 않고) “걸어가”려면 말이다. 페이스 조절 좀 하자. 그런데 오늘도 할 일은 남아 있구나. 하루에 3가지의 일정 소화하기 생각보다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