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가 졸았던 건축 이야기 – 서윤영,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6점
서윤영 지음/궁리

2010/01/03 – [생각하기/출간계획 및 생각 다지기] – 군 생활, 책 1000권, 출간 계획

건축과 도시, 그리고 공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올 해 초는 ‘공간’와 ‘장소’, 그리고 ‘자본주의’, ’20대’라는 키워드로 책을 읽으려 계획했고 1월 2일. 큰맘 먹고 얼마 남지 않은 돈을 털어 건축과 도시계획에 관련된 책 몇 권을 샀다. 이제 슬슬 잔고의 바닥이 보인다.

그 중에 서윤영의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를 발견하고 사게 되었다. 표지를 보고, ‘권력’, 그리고 ‘욕망’이라는 말에 끌렸기 때문이다. 읽고 난 소감은 “낚였다”에 가깝다.

서윤영은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인상깊게 읽은 듯 싶고,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대학원 박사 수업에서 들은 것 같다. 덕택에 1부 ‘인간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건축’은 이야기가 잘 모아지는 편이다. 하지만 좀 졸립다. 파놉티콘의 맥락으로 학교와 병원, 감옥을 읽어내는 건 이미 20년 동안 한국에서도 너무나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고 건축도 그 프레임에 업혀 있을 따름이다. 백화점에 대한 이야기는 베블렌이 충분히 한 듯하다. 물론 나는 건축에 대한, 마케팅 담론에서 어떻게 건축을 읽어내는 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의 정보들은 얻게되는 수확이 있었다. 뮤지엄(구태여 왜 뮤지엄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좀 알려준다. 이를테면 박물관과 도서관의 차이, 그리고 궁정 귀족들의 수집 취향. 하지만 뒤 장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시금 부르디외의 재판이다. 이론을 정리하기 위해 사례를 수집해온 듯 하다. </p>

2부의 ‘공간과 건축이 발신하는 다양한 메시지들’ 이야기는 이제 아예 산으로 가버렸고 난 졸기 시작했다. 1부는 그래도 꽉 잡고 사회과학적 분석을 그래도 하는 듯 했으나, 2부에서는 점점 분석은 없고 이야기들은 슬슬 병렬하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늘어지다가 “모든 건물은 우선 기능에 충실하여 그에 합당한 구조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 기능과 구조가 충일할 때 나오는 형태가 가장 아름다운 형태라 할 수 있다(p.264)”이 마무리가 된다.

특별한 언급이 없다가 난데없이 ‘기능주의자’가 되어버린 서윤영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몇 가지 기술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는 점은 초심자인 나한테 굉장히 좋은 것이었다(이를테면 건물의 폭 : 높이의 적정 비율, 도로와 건물 높이의 적정 비율 등). 하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다.

사실 어쩌면 이런 실망은 내가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를 꽉 짜인 ‘건축사’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다시 이 책을 보지는 않을 듯 하다. 그냥 몇 가지 정보를 캤다 정도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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