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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노동자의 이름으로 – 1991년의 사회주의자들
인민노련의 80년대(87년 6월 26일의 설립부터 89년의 전국조직 시기)를 살펴보다가 드디어 한사노당 창준위가 설립되는 91년의 역사까지 왔다. 도서관을 뒤지다가 예전 학생회실 뒷켠에서나 찾을 수 있던 <선진노동자의 이름으로="">라는 ‘빨간’ 책을 찾는다.선진노동자의>
90년에는 조직사건들이 많았다. <사회구성체와 사회과학방법론="">(사사방)의 저자 이진경이 이끄는 ‘노동계급’ 사건이 1990년 2월 12일에 있었고, 4월 25일에는 ‘삼민동맹’ 사건이 있었다. 그에 앞서 1989년에 인민노련 사건으로 10월 달에 1차 사건으로 17명,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기념으로다 4명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노회찬도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구속되었다.사회구성체와>
재미있는 건 91년 7월 ‘삼민’그룹과 ‘인민노련’과 ‘노동계급’이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창립준비위원회를 같이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진경과 노회찬의 ‘옥중 우정’은 동구권 붕괴 이후 서로 같이 여행을 가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한다.
<선진노동자의 이름으로="">는 그 시절 옥중에서 ‘노동계급’의 이진경과 ‘삼민동맹’의 김진국, ‘안양PD그룹’의 김학원, ‘인민노련’의 노회찬 등이 쓴 변호인 심문과 최후 진술들을 모은 책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와 ‘이적행위’에 대한 건으로 입건되었다. 따라서 책에는 그들의 항변들이 있다. 각 그룹에 따라 다른 ‘북한’에 대한 입장들을 표하는 것은 재미있는 점이다. 예전에 <사사방>을 읽던 시절에는 이진경이 가장 ‘훌륭한’ 이론가라고 생각했었는데, 노회찬과 인민노련의 글들을 읽다가 이진경을 다시 읽으니. 생각보다 이진경이 매력적이진 않다. 그리고 NL과 PD의 분화가 어느 정도 정리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안양PD그룹’ 같은 경우는 ‘미제국주의’에 대한 관점들을 볼 때 여전히 NL적 감성이 사라져 있지는 않다. 가장 압권은 인민노련의 노병직의 이야기인데. 그는 DJ의 연방제와 ‘고려연방제’의 차이를 아직 ‘연구’해보지 못해서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 시점에서 인민노련은 ‘반주사’, ‘반CA’의 관점이 명백하게 서 있다. 곧 이어 이어질 ‘한사노당’의 관점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스탈린’을 비판할 수 있지만 ‘스탈린주의’의 말을 했고, 그들은 ‘맑스-레닌주의자’라고 말했지만 그 ‘맑스-레닌주의’는 ‘스탈린주의’ 버전이었다. 그리고 레닌의 ‘국유화’ 테제는 지금의 시점에서 과연 사회주의가 추구해야 할 가치들인가에 대해서는 분명 회의적이다. 이진경은 독점재벌을 국유화하고 중소 자본가들은 현업에 종사할 수도 있다고 밝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모순적일 수 있다. 국유화된 ‘이전-독점재벌’ 시스템에 편입되어있던 하청업체들은 어떤 노동관계를 맺게될까? 그 부분은 분명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병직의 이야기를 잘 풀다보면 인민노련의 ‘자생적’인 인민민주주의론에 대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노회찬의 글도 명문이다. 그가 그 이후에 썼던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대중서인 <어, 그래? 조선왕조실록>의 유려한 표현들도 그 때 이미 자리가 잘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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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과 함께 읽는 조선왕조실록 – ![]() 노회찬 지음/일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