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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3부작 개시
어제 부로 레디앙과 군대책을 내기로 했다. 일단 계획은 3부작으로 진행하려고 잡았다. 군대 이야기는 한국에서 좌파들이 잘 다루지 못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다. 가장 군대에 대해서 급진적으로 들어갔던 좌파들의 운동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이었다. 하지만 군대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 문제는 간단했다. 원래 정치의 영역은 ‘양심’을 걸고 하는 게 아니다. 근데 좌파가 군대를 못 건드리면 벌어지는 일이 있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스파르타쿠스 당이 실패했을 때 이어서 왔던 일이 뭐였나? 바로 나치즘의 발흥이었다. 파시즘의 경향을 멈출 수가 없다. ‘전쟁’과 ‘군대’의 문제에 대해 좌파가 개입 포인트를 놓치면 곧 이어 파시즘이 온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군대의 문제에 대해서 좌파가 적절하게 견제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내 기본적인 생각이다. 여러가지 지점들에서 ‘대안’들을 제출할 수 있는 여지가 군대에도 있다.
첫 권은 군대의 ‘틈새’를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이야기다. 이 책은 기본적인 계획으로는 그리 무거운 논조를 요구하지 않지만 깜짝 놀랄 만한 정보들은 좀 있을 책이다. 사실 육군 전투병을 가지고 <남녀탐구생활>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절반의 진실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의 논리-푸코와 서동진의 생각들이 조금 있다-가 물려있다. ‘스펙’이 말하는 건 뭘까. 군대가 스펙화되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p>
둘째 권은 그 ‘틈새’가 생겨난 구조에 대한 분석이다. 나오미 클라인과 피터 W. 싱어가 논리를 잡아준다면 용병들이 점령했던 비잔티움을 떠올린다면 그 뉘앙스가 잡힐 것만 같다. 이 책은 노무현의 <국방개혁 2020 프로젝트>에 대한 총괄적인 비판이 될 것 같다. 한동안 ‘민주개혁세력’이 만든 이상한 프레임이 있다. “자주냐 동맹이냐?” 사실 둘 다 한나라당 버전의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골자가 될 계획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들은 네오콘 프로젝트로 수렴한다. 노무현은 정조와 링컨을 꿈꿨겠지만 내가 봤을 때 노무현의 꿈은 결국 극우파 버전으로 끝났고 국방에 있어서도 큰 예외는 없었으리라는 생각이다. 좀 더 이건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권은 좌파의 군대와 평화운동 담론을 어떻게 끌고갈 지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의 사람들이 착해져야 뭔가 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반박이라 말할 수 있고, 착한 사람들을 실제로 움직이는 장사꾼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모병제와 징병제. 매번 떡밥에 휘둘리기 좋은 화두에 대한 2010년판 대답을 하려고 한다. ‘모병제’에 대한 착시를 깨보자는 계획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1권에 대한 작업은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시작할 계획이고, 군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아져서 야마가 나오면 석사 논문으로 할 계획이다. 사실 군대 생활이 내게는 20대의 4할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시리즈로 내 군대에 대한 여러가지 희노애락을 털고 30대로 진입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여전히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꾸고 식은땀을 뻘뻘흘리는 예비역들과 군대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로 밤을 샐 수 있길, 다른 한 편에서 여자들이 군가산점을 이야기할 때 열폭하는 사람들이 없게 같이 이야기를 해보자는게 기본 구상이라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