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와 글 쓰기

요 한동안 학교에 나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도통 뭘 읽지를 않고 트위터를 하거나 아니면 블로그 서핑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정 그것도 지루할 때에는 그냥 소일을 하거나였기 때문이다. 학교 연구실에 나가면 좀 뭉게는 시간들은 있지만 그래도 책줄은 좀 읽게 되긴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글을 ‘쓰는’ 행위를 하기에 학교가 좋은 곳인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단 나는 쓰기에 한번 몰입하면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고, 누구를 배려할 수도 없는데 괜히 많은 사람에게 불편한 일들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5학년 때 타자치는 방법을 바꿨는데, 원래 치던 방법이 키보드를 ‘누르는’ 방식이었다면, 그 때 바뀐 방법은 키보드를 ‘때리는’ 방법이었다. 뭐 키보드 치는 소리를 갖고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일단 내게 중요한 것은 키보드를 치는 ‘속도’ 뿐이었다. 한글 2벌식으로 800~1000타를 넘나들기 시작하는게 우선이었다는 말이다.

근데 연구실에서 공부하다보면 내 ‘몰입’이 누군가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걸 종종 알게 되었다. 난 남의 ‘몰입하는 방법’ 때문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긴하다. 그런데 누군가 불편하다는 걸 인지하면 그 때부터는 내 몰입은 끝난다. 내가 먼저 불편하게 한 거지만 그걸 멈추기가 쉽지 않다. 그걸 고려하다가 그냥 붕 뜬 상태로 뭔가를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그걸 피하려면 최소한 뭔가를 쓰는 건 집에 와서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어떤 선생님이 내게 연구실에서 공부하지 말고 차라리 까페나 집에서 공부하라고 했을 때 그게 무슨 말인지를 한참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조한이 집필 할 때는 무주까지 내려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했을 때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 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뭔가를 쓰는 사람들에게 왜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지도 조금은 알 듯 하다. 좋은 글을 쓰는 것과 읽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걸 느낀다.

이 그림도 이제 더(!)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