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졸업식 다음 수순은? – 엄기호 칼럼에 부쳐

공격받는 청소년 – 한겨레 [야!한국사회 칼럼]

이것이 보수주의가 노리는 것이다. 무능한 진보를 등에 업고 모두가 ‘요즘 청소년’들을 걱정하게
하여 도덕에 대한 위기의식과 규율에 대한 공감을 빠르게 확산시킨다. 다음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이들을 버렸다며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으로 전교조와 공교육의 무능을 집중적으로 지목하여 파상공격을 가할 것이다.


그 결과는 권위주의적 통치와 수월성 교육의 강화이다. 성공적인 학생 관리를 명목으로 특혜를 받고 있는 학교에는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그렇지 못한 학교와 학생들에 대해서는 그나마 있던 지원을 줄이고 더 많은 제재와 처벌이 주어질 것이다.
교사는 무능하다고 비난을 받을 것이고 아이들은 사회의 보호와 권리 바깥으로
내팽개쳐질 것이다. 이렇게 무법지대로 추방된 아이들은 도덕의
이름으로 영구히 쓰레기 취급을 받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통치
전략이다. 그런데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 보수주의의 도덕과 규율의
정치에 수수방관하거나 놀아나고 있다. 위기에 빠진 것은 청소년의 도덕이 아니라 도덕에 대한 진보의 정치적 역량이다
.
(엄기호 칼럼 중)

엄기호의 진단은 정확하다. 사실 지금 좌파/진보진영의 인간들은 이번의 문제를 ‘젠더규범’과 ‘도덕성’의 문제로만 읽어버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구도가 아니라, 그것들의 효과와 그것들의 구체적 양상, 실체적 진실이다.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일련의 사건들의 행위자들이 어떤 아이들인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강남의 아이들에게서는 이번 사태가 왜 안 일어났는지, 다른 지역과 강남의 아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등 중요한 혐의점들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아버린다.

문제는 청소년만 공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청소년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한 공격을 받는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일반 10대들’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순간. 이 문제는 우파의 맥락으로 빨려들어가고 “도덕이 무너진다”라는 개탄과 학교의 ‘합리성’이라는 이야기와 ‘전교조 10년’의 이야기가 함께 빨려들어갈 것이다.

빠리의 1968년을 떠올려 보자. 그들은 “싸가지 없는 년놈들”에 “발칙하기 짝이 없는 어린 새끼들”이었다. 그렇기에 전복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한국의 ‘조리돌림질’은 좌파고 나발이고 다 꼰대의 시선과 맞물려 있다. 꼰대는 꼰대끼리 통하여 우파 헤게모니로 가게 되어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는 지를 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전에 읽었던 닉 데이비스의 <위기의 학교="">가 떠오른다 </p>

(2008/03/31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사회과학] – 위기의 학교 – 배틀로얄의 시대가 온다!
).

우리도 이제 더 강한 대처의 시대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