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대한 고정관념 바깥의 군대 생활 이야기

 2009/11/06 – [생각하기/출간계획 및 생각 다지기] – 2학기 논문 계획 – 남성의 군대 경험의 재구성, 문화예술 페다고지
2009/12/11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사회과학] –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 하승우
2009/12/16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사회과학] – 오바마가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
2009/12/18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TV & Radio] – 나오미 클라인 Naomi Klein on The Joy Behar Show
2009/12/18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사회과학] – 신자유주의적 전쟁 – 피터 W. 싱어, 전쟁 대행 주식회사
2009/12/18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사회과학] – 저널리즘이 쓴 최고의 신자유주의 분석 – 나오미 클라인, 쇼크 독트린
2009/12/26 – [생각하기/출간계획 및 생각 다지기] – 군대와 계급 재생산 – 군대 이야기 중간 정리
2010/01/03 – [생각하기/출간계획 및 생각 다지기] – 군 생활, 책 1000권, 출간 계획

며칠 전 읽었던 가츠의 이야기(2010/02/21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에세이] – 친구에게 들었을 뻔한 군대 이야기. 언제까지 할꺼냐.)는 이를테면 2005년 이전의 군대라고 말할 수 있다. 2005년 이후의 군대, 그리고 그 전부터도 “1%의 특별한” 누군가의 군대 생활은 이렇다. “결국 조급한 마음에 먼저 인터넷에서 궁금한 사항들을 검색해보았다. 수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기는 했지만
워낙 중구난방식이어서 실제 군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머릿속이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국방부와 병무청
홈페이지에도 찾아가보았지만 정작 내게 필요한 정보들을 한눈에 확인하기는 어려웠고 그렇다고 방대한 자료들을 비교 분석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p.11). 그들이 얻을 만한 정보는 ‘아무 곳’에나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갈증이 났고 길을 열었다.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특정 집단의 누군가는 누리고 싶었던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나와있다. 내가 보려는 집단과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군생활 이야기다. 군대를 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군대에 가서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며, 제대하고 그것들을 ‘스펙’으로 만들어서 취업 전선에 동원하는 이들. 물론 취업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자본’으로 활용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대학 입학 후 입대 문제를 두고 어떤 군대를 지원할지, 언제 갈지 많이 고민했다. 구직난으로 입대 전부터
일찌감치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았고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장교 출신의 대기업 취업률이 높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고, 학교 선배들 중에도 장교 복무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아 고민 끝에 2학년 때 학군단에 지원했다
“(p.145).

이들에 대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영업 비밀’을 털어놓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문제는 이들이 ‘영업 비밀’을 털어놓는다 하여 이들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을 그냥 “재수없게 편하게 군대 갔다온” 사람들로 불렀다면, 이 책을 읽고 이들을 따라잡으려 하는 이들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고통을 맛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학력 자본이 있고, 이미 ‘비빌 언덕’을 구축한 이들이다. 다국적 기업에 다니고 서울의 명문 사립대나 서울대를 나왔다. 집안이 어떤 지까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행간으로 이들의 집안까지도 추정해볼 수도 있겠다. 이들의 뒤에는 물론 엄마라는 동맹군도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가 늘 그렇듯 이 책은 “왜 군대를 멍청하게 그렇게 갔다오냐.”라고 꾸짖을 것이다. “피할 수 없고 마땅히 가야 한다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로 맞서자. 그리고 행운아 마인드를 가져라.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어디에서 근무를 하든 자신이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
“(p.165). “나라를 지키는 것이 군인 본연의 임무고, 고된 2년의 시간을 잘 견디고 별 탈 없이 제대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취일 것이다. 하지만 한 껏 치솟은 실업률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색을 보이지 않는 오늘날 뭐든지 ‘군대 다녀와서 하지, 뭐’
하는 식의 안이한 태도로는 취업 등 본격적인 사회생활 진출에 있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p.97).

지금까지의 우파들의 군대에 관련된 논의가 ‘조국과 민족에 충성을 다하여’ 였다면, 지금 나오는 새로운 우파들의 이야기는 ‘군대에서 자기계발하라’라는 담론이 되겠다.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의 내용들이 연상된다. 88만원 세대는 군대를 엉성하게 갔다와서 또 세대착취에 놓일 수도 있겠다. 그러한 상황에서 군대에 대한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군대에서="" 배웠다="">같은 자기계발서는 또 하나의 마약이 될 것이다. 더 바빠질 것이다. 군대마저 이제 편히갈 수 없다. </p>

또 한 가지의 이야깃거리가 나온다. 좌파는 또 한 번 군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프레임을 선점당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까? 예전 군사적 신체에 대항해 병역을 거부하던 이들에 대해서 아무 일도 못했던 것들의 반복으로 마칠 것인가?  좌파의 입론의 지점 하나가 또 나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어떻게 대답할까가 문제가 된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