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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전의 육군 이야기
2010/03/02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실용서] – 군대에 대한 고정관념 바깥의 군대 생활 이야기 2010/02/21 –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느끼다/에세이] – 친구에게 들었을 뻔한 군대 이야기. 언제까지 할꺼냐. |
군대에서 책 100권을 읽은 저자의 이야기다. 2001년에 입대해서 2003년에 제대한 저자의 군생활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연대 화학과를 나와 최정점의 학력자본을 가지고 육군 병으로 입대한 사람의 선택에서 특별한 것도 없다. 그는 군대에서 뭔가 ‘미래’를 본 것처럼 말하기만 할 따름이다. “얼마 전 훈련소 인분 사건, 끊이지 않는 군대 내 구타, 자살 사고, 최근 GP총기 난사 사건 등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이 조금이나마 군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군복무를 하고 있는 군인, 입대할 예비군인 그리고 일반인에게 군대는 물론 더
나아가 인생을 살면서 계획을 세우고 그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다보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와서 숨쉬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p.6).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대는 전반적으로 바뀐 게 하나도 없고, 틈새들이 좀 생겨 그 부분들을 영리한, 위에 언급한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군대에서="" 배웠다="">의 저자들 같은 이들만 그부분들을 활용하고 있다. 김이훈이 2003학번쯤만 되었어도 카투사나 공군 병을 알고 갔을 확률이 높다. 물론 저자도 육군 논산훈련소에 특기병으로 입대한 것을 볼 때 어느 정도, 좀 ‘다른 경로’를 찾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나는>
이 책을 읽으면 여성주의자들이 말하는 남성연대의 실체도 알 수가 있다. 지금은 계급에 따라서 그 ‘연대’의 내용에는 분명 합의가 잘 안 되고 있지만…… 군대 가기전에 술 몽창 마시고, 입대해서 서럽고, 제대할 때는 마치 군대가 ‘고향’인 것 같고.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하루하루가 숨 막히는 전투였고, 혼자 생존해야함을 느낄 수 있었고, 선임병들에게 혼나면서 배우기도 했고,
혼자 터득하기도 했다. 또래의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소년에서 진정한 남자로 거듭났고, 전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가족,
친구들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고, 전우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정(情)이라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다“(p.89). 남자의 재탄생. 성인식. 군대에 대한 전형적 내러티브다.
하지만 자기계발 담론의 징후들이 보인다. “대부분 자격증 시험은 일요일에 있다. 그러니까 접수는 간부님들 컴퓨터로 잠깐 사용해서 하고 일요일에 부대에서 외출 나와서
시험을 보는 것이다. 일요일은 휴무일이라 부대에서 병사들은 휴식을 취한다. 상황에 따라 다음날 훈련이 있으면 준비하느라 시간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은 부대에서 장병들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준다고 한다. (……) 군
입대하기 전에 도전해 볼 자격증 목록을 작성하고 관련된 정보를 파악해서 준비한다면 자격증 취득하는 것은 허황된 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된 것이다“(p.100). 내가 복무하던 시절에 자격증 취득이나 영어점수 취득은 공군병들의 당면과제가 되었다. 물론 이러한 징후들은 여전히 ‘국가방위’라는 커다란 대타자의 욕망에 짓눌리고 있긴 하다. “내가 시간의 관리를 소중히 하자고 하고 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키자고 해서 군인이 군대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 군인이 군 생활을 하는 이유는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훈련 열심히
받고 항상 긴장하는 자세로 어떤 유사시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끔 항상 준비해야 한다. 이런 것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간을 소중히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p.115).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그가 자신의 말마따나 ‘모범생’이라서 일 수도 있다. 그는 군대에서도 모범생이고 제대해서도 모범생이었을 것 같다. “흔들릴 때마다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겨내고 군에 입대하던 훈련병의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2
년 2개월 전 군대에서 훈련병이었다면, 지금 나는 사회라는 곳에서 훈련병으로서 삶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와있다. 처음에 부대에 입대해서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배우고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p.275).
책은 정말 재미가 없다. 김이훈은 아마 PD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책에는 주철환 PD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있는데, OBS에 갔으려나.) 이 책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썼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책 쓴 목표는 전혀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는 군대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입증하지 못하고, 또한 군대에서 ‘미래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내게는 군대에 대한 하나의 세밀한 자료가 된다. 어쨌거나 저자가 원하는 바를 잘 이루면서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