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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적 근대화와 외식 – 중산계급 이하의 경우
<A title=”[http://coldstar.egloos.com/4361173]로 이동합니다.” href=”http://coldstar.egloos.com/4361173” target=_blank>관련 포스팅 : 통계로 본 한국의 음식 빈부격차 #1 – Coldstar님 포스팅</A>
오늘은 내 아버지의 환갑 생신 식사의 날이었다. 요새는 61세라는 한국 나이가 예전처럼 ‘천수’를 누린 냥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들썩거리게 치루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친척들과의 ‘가족 식사’를 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오늘의 식사 시간에 뭔가 재미있다가 <A title=”[http://coldstar.egloos.com/]로 이동합니다.” href=”http://coldstar.egloos.com/” target=_blank>Coldstar</A>님의 포스팅을 보고 좀 감이 잡혔다.
<문명화 과정="">을 썼던 엘리아스의 세계를 보면 근대적 부르주아가 그놈의 ‘에티켓’을 익히느라 쩔쩔매던 과정들이 떠오른다. 손으로 대충 음식을 집어먹다가 여러가지 포크의 용도를 개발해야 했던 그들의 고충이란.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는 ‘돈’에 있어서의 의외의 입지전적인 ‘성공들’을 만들어냈고, 상경하여 ‘박박기어’ 돈을 많이 번 계급을 만들어냈다. 구태여 그들의 ‘지역성’을 드러낼 필요는 없겠으나, 확실한 건 원래 사대문 안에 살았던 ‘서울 토박이’를 비롯한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엘리트들과 그들은 달랐다는 것이다. 압축적 근대화는 이상한 패턴들의 엇물림을 초래해왔다. 어쨌거나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은 주요한 식사들이다. 외려 ‘전형적’인 부르주아 세레머니인 ‘결혼식’과 ‘장례식’, ‘환갑잔치’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전형적으로 그러한 ‘압축적 근대화’를 통한 계급의 뒤섞임을 보여주는 것은 ‘외식’이다. 특히 1960~70년대에 젊은 시기(20~30대)를 보내왔던 농촌 출신 중산계급 이하의 경우, 즉, 현재 서울의 인구의 절대다수를 점하는 60~70대의 ‘육류’에 대한 강한 욕망은 ‘웰빙’ 따위의 ‘선전 선동’ 따위는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정갈하고 깔끔한 ‘한정식’은 ‘외식’과 특별하게 부합되지 않는다. 물론 상류층의 요식문화에 있어서 지양되고 있지만 중산계급 이하의 경우에는 여전히 ‘고기’를 먹는 건 중요한 행위이다. ‘외식 경험’을 시간순에 맞춰 살펴보도록 하겠다. 식단은 갈비류(돼지갈비에서 이제는 이동 갈비를 거쳐 소갈비로)이거나 90년대 중반부터 불어닥친 열풍의 핵심이었던 ‘오리고기류'(오리로스, 오리주물럭 등), 회(청해수산으로 대표되는) 정도가 되겠다. 밑반찬의 경우 회를 제외한 육류의 경우, 육류의 종류와 상관없이 대체로 표준화 되어 있다. 이를테면 괜찮은 고깃집을 구분하는데에는 ‘게장’이 종종 거론된다. 보통 초장, 소금장과 2000년대 이후 많이 도입된 몇 가지 소스, 그리고 밥 그릇 자리 옆에는 드레싱을 적당히 얹은 샐러드가 제공된다. 갓 만든 것 같은 ‘재활용’ 겉절이, 그리고 몇 가지의 나물에다가 ‘메추리알’ 정도가 제공된다면 썩 괜찮은 밑반찬이 되는 것이다. 김치맛과 게장의 맛이 적당한 조미료의 배합을 통해 중년 여성들의 입맛에 특별히 거슬리지 않는다면 이제 식단은 완전한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양에 대한 강박이 있었으나, 요즘은 특별히 그렇게 ‘양’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2만 불을 돌파하고 나서부터였을까? 사실 많은 종류의 ‘반찬’이 나오지만 일차 목표는 일단 고기를 때려넣는 것이다. 고기를 먹는다. 식사의 돈을 지불하는 남성들의 경우 사실 음식의 ‘맛’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주로 ‘술’이다. 소주와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맥주가 한 순배씩 돌고, 자리의 중년 남성들은 소주 달리기를 하는데에 집중한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비된다. 고기를 다 먹고 날 때쯤 중년 남성 구성원들은 통상 각 소주 1병 정도 이상을 마시고 불콰해지고 말이 많아지며, 고기가 2/3 정도 배에 찼을 때에, 갈비의 경우 냉면이나 된장찌개가, 오리고기의 경우 백숙이나 냉면이, 회의 경우 탕이 나온다. 냉면을 먹거나 밥을 먹으면 식사가 완결된다. 요즘 많은 식당에서는 수정과나 식혜, 또는 팥빙수 따위를 제공한다. ‘웰빙’을 고려한 나름의 디저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남성들은 그 순간 ‘커피’를 연호한다. 물론 여성들도 수정과, 식혜, 팥빙수 중 하나가 들어간 배에 커피 넣기를 꺼리지 않는다. 오로지 그 순간에 딴짓하는 건 다이어트를 고려하는 20~30대의 아이들이다. 물론 그들도 고기는 ‘많이’ 때려넣었다. ‘짜귀난다’는 전라도 사투리가 있는데, 한국의 중산층부터 노동계급까지의 ‘외식’ 패턴에서 이 ‘짜귀나는’ 공동경험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차를 마시면서 천천히 담소하는 것은 ‘짜귀나는’ 공동경험을 방해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것으로 한정된다. 중년 남성들은 술을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평론’을 하지만 사실 그들은 ‘논의’를 하는 게 아니라 ‘연설’을 하는 중이다. 중년 여성들은 아이들의 결혼, 취업, 학업을 화두로 아무 해결도 나지 않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그들의 목적은 ‘해결’이 아니라 ‘소통’ 그 자체와 ‘위안’과 ‘헐뜯기’, ‘자랑’의 범주에 있다. 이제 식사가 끝이나고, 아이들은 발레파킹된 차를 꺼내러 간다. 이미 그(녀)들의 아빠들은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고, 엄마들은 배가부르며 ‘효자(녀)’ 자랑질을 위해 자식들의 옆구리를 찌르는 예비동작을 마친상태이다. 아줌마들은 각 가족의 차에서 나눠줄 밑반찬 꺼리, 여러가지 해산물과 채소들, 과일과 김치 등을 나누면서 ‘가족 의례’를 수행한다. 이제 의례는 끝이 난다. 이제 식사의 본령이었던 어떤 ‘이유’는 사라져버리고, 그걸 구실로 가득찬 배를 쥐면서 차 안에서는 누가 얼마를 봉투에 줬는지와, 왜 식사 때 “추가”를 외쳐 고기값을 더 나오게 했는지를 따져묻는 엄마의 공세가 시작된다. 피곤하다. 집에가면 TV 연속극을 보다가 잠이 든다. 주말도 이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