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미화노동자 아줌마와의 짧은 대화

발제 때문에 5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었다. 습관적으로 “엄마, 밥 있어?”하고 있는 내가 좀 웃겼다. 눈 부비면서 아들 밥을 챙겨주겠다는 엄마.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반

백양관에 들어와 커피 한 잔 하면서 담배 피우려고 학과 열람실에 있다가 학과 사무실에 가 커피를 찾으려 하는데, 문이 열려 있었다. 어떤 아줌마 한 분이 녹색 앞치마를 입고 청소를 하고 계신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 아.. 안녕하세요.” “낯선 사람이 아침에 들어오면 무서워요.” 커피를 타려고 하고 있는데 아줌마가 말을 건넨다. “여기 주인이세요?” “아, 여기 학생이죠. (웃음)” 커피를 타고 담배를 챙겨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와 꽁초를 버리는데 아줌마의 청소가 끝났나 보다.

학과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학과 열람실로 향하고 있는데 아줌마가 이번에는 연구실 문을 열고 청소를 하신다. “여기랑, 아까 사무실이랑 같이 쓰거든요.” “아침에 학생인 척하고 들어와서 도난 사고라도 나면 큰일나요. 겁나요.” 도난 사고가 나면 아줌마들에게 그 책임을 학교에서 씌울까? “겁나요”, “무서워요”라는 이야기가 귀에서 맴맴 돈다. 다른 이야기라도 좀 하고 싶었는데 말 주변이 없는지 잠이 덜 깼는지 말이 더 나오지는 않는다. 아줌마는 또 묵묵히 청소하러 다른 방으로 향한다.

“도서관의 아침을 여는 학생”에 대한 서사는 대학에 대한 이야기에서 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아침 6시부터 나와서 청소를 하면서 제일 먼저 대학의 아침을 열고 있는 사람은 청소 아줌마와 경비들이 아닐까. 며칠 전 노회찬은(2010/05/09 – [생각하기/논의들] – 노회찬의 선거 개소식 연설) 그들을 ‘투명인간’이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떠오르지만, 실제로 잘 보이지는 않는 이들. 그들. 사실 그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듣기 쉽지 않다. 작년 학부 수업 조교를 할 때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영상 프로젝트조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찍은 미화노동자들의 모습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수줍고 긴장한 듯한 아줌마(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보이는)와 짧게 이야기하면서 그악스럽고 욕잘하는 아줌마로 그녀들을 생각했던 게 좀 부끄러웠다. 며칠 전 기사를 보니까 용역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인 그녀들은 한달 임금 60만 원에 식사도 지하 3층 주차장 근처에서 한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었는데. 집에서 분명 그녀들은 아침밥을 차려놓고 출근할 것만 같고, 퇴근해서는 남편과 아이들의 밥을 지어줄 것만 같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미안해하고, 일하느라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자신들을 이해해주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마워할 것 같다. ‘보조’ 생계부양자로 남편에 비해 임금이 낮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여전히 강고한 가부장적 메커니즘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마음이 짠 한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