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스의 책읽기 #1]신자유주의 노동체제, 그리고 미라이 공업 下

2010/06/27 – [헨드릭스의 책읽기] – 신자유주의 노동체제, 그리고 미라이 공업 上

(계속)

#유연 노동과 기업의 이익 산출의 관계 없음

나는 여기에서 사실 미라이의 성공조건을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고전학파와 연동되어있는 경제학과 경영학의 이론이 얼마나

‘책상 물림’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발견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매번 “한국의 노조 운동이 과격해서 해외로 진출한다”라고

하는 기업의 주장이 뻥임을 야마다의 입으로 듣는다. “사실, 일본 국내에서 만드는 것과 비교했을 때 비용에는 그다지 변함이 없다. 원래 해외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도 가지고 가는
기계는 일본제다. 게다가 일본의 제조 기계는 세계에서도 최첨단이어서 사람 손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p.67). 주어를 한국으로 돌리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일까?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이 일본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생산
거점이 해외로 옮겨지면 일본 국내에서 정리해고가 진행된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수입도 없어지고, 이것은 사람들의 구매 의욕을
떨어뜨려 기업의 수익도 계속 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그냥 일본에서 만들어서 파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p.68). 사실 겁박에 불과한 것 아닐까?

다른 한 편, ‘유토피아 경영’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반응에 대한 야마다의 반응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본 적도
없으면서 해본 것처럼 당연하게 말하는 좋지 않은 습성이 있다. 공연한 위축감에 자신은 어던 새로운
일을 해봤자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우리 회사에서 19일 간 정월 휴가를 주고 있다고 말하면,
그런 것은 자신들 회사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말은 경험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정월 휴가 19일제는
실행한 적도 없을 것이다. 기껏 해봐야 일주일 연휴 정도 주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으므로 당연히 긴 휴가 때문에 고객이
도망친 경험도 없다
“(pp.74-75). <신자유주의 :="" 간략한="" 역사="">에서 데이비드 하비가 사실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의 재편이라는 것이 실질적인 ‘생산성’이나 ‘이윤율’의 증가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던 바가 떠오른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요구하는 것은 ‘부의 재분배’, 즉 상위 계급으로 ‘돈 몰아주기’를 할 따름이라고 했던 바가 생각난다.

사실 수익과 노동 조건과 큰 상관이 없다는 점을 야마다 사장은 잘 보여주고 있다. “해 보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단하고(담론화-이데올로기화 “다시 뛰자 대한민국” 식으로) 그것들을 밀어붙이는(노동시간의 증대) 것. 물론 ‘자본의 증식’과

‘노동의 인간화’가 논리적으로는 배치될 것 같지만, 경제의 현장에서 완벽하게 배치되지 않음은, 여전히 우리의 노동에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노르딕 모델(Worker-Carer로 돌아가면서 사회적 노동과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시스템)의 생산성이 가장 높고,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핀란드가 한국보다 더 높은 교육 수행도를 보여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미라이 공업은 그

이야기를 ‘다른 버전’으로 할 따름이다.

# 다시 한국 – ‘유토피아 경영’, 어디까지?

그런데 다시금 우울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생각하게 된다. 삼성에서 이러한 자율에 기반하면서도 복지를 ‘온전하게’ 실행시켜주는 노동

시스템이 가능할까. 회의적으로 보인다. 그것은 단순히 경영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의 ‘규모’라는 문제에 더 가깝다. 조직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미라이 공업의 직원 수는 기껏해야 1,000명 내외 아닌가. 그리고 이러한

훌륭한 조직이 있으면 대기업은 그러한 기업을 뜸을 들여  핵심 기술은 유출하고, 자금에 곤궁이 왔을 때

‘인수-합병M&A’하자는 게 대세인 것 같다. 미라이도 한국에 오면 얄짤 없지 않을까. 그런 ‘규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한국에서 한 동안 ‘기업하기 좋은 나라Business Friendly’의 일환으로 해온 일들은 아닐까.

또 다른 한 편으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의 ‘자기-계발’, ‘인적자본’ 담론과 연동된 ‘평생 교육’이라는 담론이라는 입장이 한국에서

어떻게 전도되었는지를 따져보게 된다. 야마다는 7시간 일하고(+1시간은 이동시간), 8시간 자고, 8시간은 최대한 침해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15시간 일하고, 4시간 자고, 4시간 자기계발하면서 알아서 쉬라는 체제 아닌가. 그리고 못하면

여지없이 아웃. ‘평생 직장’에서 ‘평생 고용’으로 담론이 바뀌면서 남는 시간은 ‘이직’에 대해 늘 고민하게 만드는 체제 아닌가?

8시간 잘 ‘놀면서’ 좀 머리를 정지해야 생산성이 아이러니하게 증가한다는 것에 대해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라고 말하는

체제에서 답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장기이익에 대한 관점, 그리고 경쟁 우위를 획득하는 방법을 따져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에 기업들의 이윤율이

높았던 것은 노동조합이 활성화되어 노동권을 보장하다보니 노동에 대한 ‘유혈의 통치’를 할 수 없게된 상황, 그리고 기업에 대한

제도적 개입(규제와 회사법)이 강경하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이 신규 R&D 투자를 통해 활로를 찾았던 것에 기인했다. 지금은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고 현재 한국에서 주요 기업들의 상당수 축적된 자본들은 부동산으로 가 있고, 다른 한 편으로 그 외의

유휴자본들은 기술 투자로 가지 않는다. 아이폰에 애니콜이 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폰이 애플의 상품이 아니고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의 상품이었다면 이미 합병을 결심했을 것이다. 사실 R&D 투자 등의 알짜 이익을 늘리는 방법보다 회사에

대한 신용평가 기간의 지수를 높여 주가를 높이고(다른 방법으로도) 그것을 통해 이익 실현에 골몰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주식에 대한

정도이기도 했다. 물론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금융적 테크닉을 통한 이익 실현이 덫에 걸린 것은 사실인데, 한국의 주요

자본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라이 공업은 한국에서 가능할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경영담론을 전달하는 책들이 사실 알맹이는 별로 없지만, 좀 달리 읽어내면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동진이 자기계발서만 줄창 읽어내면서 책을 쓰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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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도 미라이 공업에 취직할 수는 없을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