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스의 책읽기 #5] – 군가산점제와 여성 징병제에 대한 이야기

] 군대와 성평등8점
양현아 지음/경인문화사

 2010/04/02 – [헨드릭스의 문화읽기/문화연구의 시선] – [온라인 당비의 생각]좌파는 군대에 대해 어떻게 묻고 대답할 것인가?
2010/04/03 – [헨드릭스의 책읽기] – ’70년대 생들’의 군대 이야기
2010/04/25 – [헨드릭스의 책읽기] – 군사화된 근대성, 젠더, 계급
2010/03/05 – [헨드릭스의 책읽기] – 2005년 이전의 육군 이야기
2010/03/02 – [헨드릭스의 책읽기] – 군대에 대한 고정관념 바깥의 군대 생활 이야기
2010/02/21 – [헨드릭스의 책읽기] – 친구에게 들었을 뻔한 군대 이야기. 언제까지 할꺼냐.
2010/02/11 – [생각하기/머릿속 지도그리기] – 군대 3부작 개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길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단 이 책의 ‘독자’가 한정될 것 같기 때문이다. 예컨대 TV를 보다가 “저러니까 여자도 군대를 가야해” 혹은 “남자들이 이렇게 뺑이치는데”라고 말하지만, 더 이상의 이야기를 ‘심도있게’ ‘법적’으로 다루는 것은 대다수의 남성들에게 이 책은 적절해보이지는 않는다. 법적 논리의 현란한 전개는 굉장히 난해하고 읽다가 졸거나 집어던지게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서 당연히 남자라면 군대를 가야한다며 말하는 그와 그녀의 경우 이 책은 적절치 않다. 이 책은 그러한 생각들 밑에 깔려있는 논리들을 헌법적인 논리와, 젠더규범의 정치학이라는 측면에서 살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양현아 뿐만이 아니라 몇 명의 헌법학자와 연구원들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한 선으로 주욱 읽히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이 책은 연구자들의 논문집과 토론집, 즉 토론회 자료집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되고, 군대에 대한 ‘복잡한’ 논의를 손쉽게 말해주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고 머릿속에서 뜨개질을 한 후 사람들에게 말하면 되겠다.

이 책이, 이 토론회의 쟁점은 크게는 두 가지이다. 첫 째는 군가산점제도를 부활시키려는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주성형 의원의 안에 대한 평가와 전반적으로 헌법적으로 군가산점제가 합헌인지, 불합치인지, 위헌인지를 따지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여성징병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논의와 여성주의의 관점을 통한 논의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논자들은 군가산점제가 ‘위헌’인 이유를 입증하고, 여성징병제의 ‘장단점’과 여성징병제라는 논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그러면 두 이야기에 잠깐 집중을 해 볼 수 있다. 먼저 군가산점제도에 대한 이야기다. 군가산점제도에 대한 199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온당하다. 즉 군가산점제도는 위헌이다. 쉽게 말하자면 헌법적인 의무는 그에 대한 ‘보상’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보상’ 자체가 헌법의 논리에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납세는 분명 국민 혹은 시민의 의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납세에 대한 ‘보상’은 없다. 다른 방식의 ‘사회국가’를 위한 입법자들의 정책은 가능하지만 납세라는 물질적 부담에 대해서 똑같은 액수를 돌려준다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부담을 ‘피해’로 본다고 해도, 그 ‘피해’ 대문에 구체적으로 개개인들에게 국가가 ‘변상’을 해야한다면 ‘의무’라는 것 자체는 국가에서 성립할 수 없다. 물론 하이예크나 로버트 노직 같은 이들은 그런 이유로 국가가 ‘납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적 재산에 대한 ‘수탈’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대한민국 헌법은 ‘국방의 의무’를 39조 1항, 11조 1항 2문에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보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군가산점이 작동하는 원리는 헌법 제 11조이다. ‘평등권’이다. 남녀가 평등한데 남성에게만 부과되는 병역이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문제의 ‘입증’이 복잡하다. 몇 개의 리서치들은 실제로 남성들이 ‘군대’를 갔다와서 ‘손해’가 아니라 ‘이익’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한 편 여성들의 경우는 ‘징병’의 의무를 명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패널티를 줘서 남성들과의 ‘평등’을 맞추는 방식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헌법상의 기본의무란 반대급부 없이 큰 부담과 불이익을 일방적으로 부과하고 관철시킨다는 데에 그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그 불이익에 대해 국가가 보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국민의 헌법상
기본의무를 인정한 의미는 없게 된다. 즉 그것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p.170). 그리고 같은 남성 간에도 ‘병역 이행’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이나 고아, 등등의 다른 소수자들이 있기 때문에 ‘징병’에 대한 보상은 다른 종류의 차별을 낳는다. 게다가 현재 여성 노동에 있어서의 ‘진입 장벽’ 및 ‘유리 천장’은 남성들에 대한 군가산점제가 낳을 ‘불평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군가산점제는 위헌이다. 하지만 왜 남성들이 그리도 ‘열폭’하는가? “1997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기피사건으로 절정에 올랐던 약자의식은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군대에 간다는 징병자들 일반이 가지는 의식이다
“(p.130). 그게 여성들에게 뿜어졌을 따름이다.

두 번째로, 여성 징병의 문제다. 2009년과 2007년 몇 몇 단체의 구성원들에 의해서 남성만의 ‘징병’을 규정한 병역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진행되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여성들은 ‘징병’의 의무를 부과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헌법의 ‘국방의 의무’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맞추어볼 때 병역법 제 3조 1항이 병역의 의무라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의 근거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여성들까지 포함하는 징병제로의 재편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스웨덴은 여성을 포함하는 징병제를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정주성(국방연구원 연구원)이 주장하듯이 이러한 주장은 사실은 병역을 협소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병역을 실역 복무에 국한하여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병역은 실역[현역, 대체복무(사회복무)]복무와 예비군
복무 둘다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즉 대체복무자도 기초군사훈련을 대체복무 중에 받고, 대체복무를 필한 뒤에는 예비군으로 편성되어
전투요원으로 활용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공익분야 등의 업무만 수행하므로 여성이라고 하여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p.215).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의 ‘징병’을 말할 수도 있지만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여성징병제를 운용함에 있어서도 ‘전통주의, 제한적 평등주의, 완전 평등주의’라고 하여 입장들이 갈린다. 여성을 남자랑 완전히 똑같이 징병하거나(이스라엘), 제한된 보직에 두거나, 아니면 아예 여성들을 군대에 들이지 않는 양상인데, 한국은 지금 어디에 와 있나? 뽑아 놓고 제한된 보직에 묶는 것은 아닐까. ‘전투’에서 여성들을 빼는 것과 ‘징병’에서 여성들을 빼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인데 한국에서는 똑같이 분류되는 것 같다. 그리고 양현아는 아예 첨단 군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투력’이라는 기준도 바뀌는데 여성을 전투보직에 활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한 발 더 나아간다.

하지만 여성들을 ‘사병’으로 징병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양상들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성폭력의 문제, 또 다른 한 편 ‘남성화’된 영역들을 통해서 성별위계가 재생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힘세면 장땡인 여전히 마초적인 한국 군대를 여성들이 바꾸는 효과와, 그 기존의 구조가 주는 효과가 여성들을 억압하는 효과 어떤 것이 더 크게 작동할 지는 엄밀한 제도적 고안과 맞물리는 이야기다. 나는 그 중 ‘사회복무’ 형태라면 여성들을 징병할 수도 있지 않을까는 싶다. 그리고 그 형태라면 병역거부자들도 흡수할 수 있을테고 말이다. 구태여 ‘대체복무제’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두 가지 이슈에 대한 정밀한 논의를 통해서 현재의 논의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문투에 법학 전공자들의 빽빽하고 완고한 문체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스라엘과 스웨덴 사례를 연구한 권인숙의 논의는 ‘여성징병제’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양상을 잘 살필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좀 답답한 것은 그들이 상정하는 군대의 ‘가부장성’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상상된’ 것에 불과한다는 생각도 들고, 마지막 장의 자유토론에서 서울 중앙지법의 판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혀 다른 군대’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험은 완전히 소거되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계급’을 재생산하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이 책의 해설대로라면 특권층은 군대를 가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많은 특권층은 요즘 군대를 간다. 그 이야기가 빠졌으며, 군대에 대응하는 남성들의 ‘전략’은 완전히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걸 이 책에 따질 일은 아니다. 쟁점들에 대해 무난하게 논의의 장을 펼쳐놓았으면 이 책의 목표는 끝인 것 같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