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아카이브, 습작

1.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는 군인이었다. 그래서 특별한 ‘정치적 주장’을 하지는 못했다. 며칠 전 제대한 박가분이 구태여 ‘공산주의 만세’를 외치는 것처럼, 나도 제대하는 날 “난 좌빨이다”라고 외치곤 했었는데 군대 안에서 비가시적인 자기 검열이 작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푸코 말마따나 권력의 지식-담론-권력-테크놀로지의 효과만 사람을 옥죄는 게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내밀한 자기의 ‘주체화’가 더 강하다. 어쨌거나. 그래서 이 블로그는 어쩌다보니 ‘서평 블로그’가 되었다. 서평이라는 형태는 좀 지나 의 <헨드릭스의 책읽기> 코너로 한동안 연재되기도 했다. 지금 다시 내 블로그에서도 <헨드릭스의 책읽기="">로 카테고리를 만들어보았다.

내 친구 leopord는 작년에는 매 현안마나 버닝을 하더니, 올해는 좀 잠잠한 편이다. 학생 시절이 끝났기도 하고,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모색을 하는 중이서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나는 작년에는 버닝하는 글쓰기가 잘 안 되어서 짜증이 나더니, 올해는 차분하게 다른 감각을 음미하면서 쓰는 글이 잘 나오지가 않는다. 점차 서평과 문화비평 글들이 신문 칼럼처럼 되거나 아니면 아예 버닝하는 글로 되어버린다. 에센스만 짚으면서 논리를 따라가는 방식을 취하기도 해서 읽기에 숨가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호흡이 ‘아주’ 길지는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A4 100매 이상은 써야 할 책 작업을 하다보니 그걸 느낀다. A4 3장 이내로 글쓰기가 한정되는 것일까.

2.

글쓰기의 고민과 좀 달리, 어쨌거나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이 블로그가 주었는지 책을 매개로 이 블로그에 사람들이 들어오곤 한다. 1년에 100권 내외의 책을 읽는데, 이건 공부하는 사람으로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작년부터 내 책을 읽는 방침은 1권을 읽으면 무조건 1편의 서평을 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속 그 원칙을 유지하다보니 이제 리뷰가 깨나 쌓인 것 같다. 처음에는 카테고리를 장르별로 유지해왔고, 요 몇 일전까지도 마찬가지였는데, 이제 좀 형식을 바꿔버렸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라오는 서평들이 어느 순간에는 ‘아카이브’가 되었으면 하는게 내 거창한 바람이 되었다. 물론 읽어내는 책들의 편차도 있곤 하지만, 이 책들과 나의 기억의 편린들이 엮여있는 서평들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지 굉장히 기대가 되고, 또 다른 한 편에서 책에 관심있는 어떤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안내’ 정도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매년 100개씩의 리뷰는 끊이지 않고 써 보도록 하겠다.

3.

습작에 대한 고민을 일주일째, 아니 그 이전 부터 하고 있는데. 내 문투는 어떤 것일까? 한동안은 너무 찌질하다고 생각했었고, 또 공부를 한참하고 있을 때에는 너무 ‘먹물투’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또 어떤지 매우 헷갈린다. 평론과 비평의 글쓰기와 연구를 하는 사회과학자, 문화연구자의 글쓰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긴 하다.

그런데 언제나 내가 쓰고 싶었던 문투는 맑스의 <자본>에 나오는 ‘알흠다운’ 글쓰기였으니, 문체와 스타일에 대해 고민을 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려면 굉장한 독해와 습작이 필요하다는 건 어쩌면 너무나 자명하다. 원고를 대충 완성해 놓고 표현 하나, 문투 하나 때문에 계속 뒤집어 엎던 맑스를 떠올려 본다. 아, 그리고 서동진의 문투도 내게는 굉장히 맘에 드는 문투다. 아까 leopord 랑도 이야기했지만, 서동진의 ‘말’이 일단 기본적으로 잘 꽂히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글’도 잘 읽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되면 ‘글’도 전혀 안 읽힌다. 작년의 내가 그랬는데, 몇 가지의 이론적 장치를 익히고 나서의 서동진은 내게는 너무 ‘미문가’로 보인다. 물론 이 이야기는 ‘먹물’들한테만 서동진의 글이 유통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 어쨋거나 서동진도 말하듯이 글쓰고, 글쓰듯이 말한다. 서로가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다시 습작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글을 써 봐야겠다. 지금까지 내가 쓰는 전술은 단문이었는데, 이제는 좀 다른 방법도 필요하겠지. 잠깐 짬이 날 때 에코의 <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