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스의 책읽기 #8] 군생활도 방심할 수 없다. 비전을 가족 긍정하며 전략적으로 살것!

똑똑한 놈은 웃으면서 군대간다4점
박양근 지음/한언출판사

2010/06/30 – [헨드릭스의 책읽기] – [헨드릭스의 책읽기 #2] 서동진과 푸코, 그리고 자기계발하는 주체
2010/07/07 – [헨드릭스의 문화읽기] – 자기계발서 제대로 읽는 법 – Babara Ehrenreich : Smile or Die

서동진이 말했듯이 자기계발서는 굉장한 ‘해방감’을 준다. 어떤 권력은 단순히 사람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만으로는 성립될 수 없다. 그것은 담론을 경유하고, 통치의 테크놀로지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며, 마지막으로 다양한 주체들의 ‘자기-주체화’를 통해서만 기능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는 ‘자기-주체화’와 맞물려 있다. 단순히 자기계발하면 “너 죽어!”라고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이게 너의 해방된 자아를 찾기 위한 방법이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주체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선행작업이 필요하긴 하다.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위기’와 ‘재난’이 봉착해서, 사회라는 것 자체가 해체되는 순간이 바로 그렇고, 또 다른 한 편에서 전쟁의 순간도 그렇다. 어쨌거나 격변의 시기 신자유주의자를 설파하는 모든 흐름들은 ‘해방’의 서사로 그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p>

남자들에게 그러한 ‘위기’이자 ‘재난’의 상황은 언제일까? 바로 군대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 국가 권력이 도래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군대는 그러한 고립되었던 신체들을 ‘원체험’을 통해 훈련소에서 ‘남성연대’로 묶어내곤 한다. 그 순간 ‘공동체’와 ‘사회’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군대의 변화라는 것들과 맞물려 이제 그 순간에서도 ‘고립된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추구하게끔 하는 전략들이 동원되고, <똑똑한 놈은="" 웃으면서="" 군대="" 간다="">에 그러한 ‘자기-최면’의 기법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p>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지속적으로 ‘바깥’을 보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살피라고 말한다. 이를 좀 더 정교하게 하기 위한 테크놀로지가 바로 ‘질문법’에 있다. “‘누가 · 왜 · 언제’로 시작하는 질문을 가리켜 존 G. 밀러는 ‘잘못된 질문(IQ :
Incorrect Question)’이라고 했다
“(pp.36-37). 올바른 질문법은 바로 이것이다. “QBQ는 바로 ‘왜 · 언제 · 누가’로 시작하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와 ‘무엇’으로 시작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질문의 주어로 항상 ‘나’를 설정한다. ‘우리’나 ‘당신’, ‘그들’과 같은 타인은 질문의 주어로 삼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임은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100% 당신의 책임이다. 다소 매몰찬 감이
있지만 책임을 누군가와 더불어 나누려는 태도는 서서히 당신을 책임회피의 늪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p.38).

‘우리’, ‘당신’, ‘그들’ 같은 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문제는 ‘자기-자아-자신’이 된다. 이 주문에 빨려들어가면 당신도 당장 ‘자기계발하는 주체’로 거듭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매번 구조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은 곧바로 내밀한 문제로 돌려지게끔 이 책은 계속 ‘꾸짖는다’. “성공을 원한다면 자신의 통제범위 밖에 있는 뭔가에 불평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생활은
어떤가? ‘시간이 없어서 숙제를 끝내지 못했어’, 우리 집은 가난해서 유학갈 형편이 안 돼’, ‘버스가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지각하지 않았을 텐데….’ 변명과 책임회피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전문가다
“(p.36).

이제 남는 것은 ‘비전’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군대’에서도 개척하는 것이 된다. 결국 ‘내 안의 태도’에 정답이 있다. “외부환경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가 바로 두려움의 실체다. 두려움은 마음속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 당신이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이 선택한 결과임을 명심하라. 불가항력적인 외부환경만을 탓한다면
두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두려움의 대상에 연연하지 마라. 두려움의 주체인 ‘나’에 초점을 맞춰라.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는
외부환경에 집착하지 말고 변화시킬 수 있는 오직 하나, 내 안의 태도에 해결책이 있음을 기억하자
“(pp.26-27).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난다. 하루에 2시간씩 자기시간을 가지면서 읽고 써야 하며, 일터에서 폭압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가지고 후임을 대하며 상관에게는 적절한 팔로우십을 구사해야 한다. 모든 것은 당신의 ‘성공’을 위한 지침이기 때문이며, 잘 되지 않을 경우 그것은 당신의 ‘태도’의 문제이다. 바깥을 따지지 말라. 그거야 말로 ‘변명’과 ‘책임회피’이기 때문이다.

군 생활에서 가져야 할 ‘위안’이라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었으나 그것들도 이제는 공중분해되었고, 병사들은 매 상황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논리에 대해 구태여 비판할 필요도 잘 느끼지 못한다. 다만 이 책에서 저자가 ‘실수’한 부분, 예컨대 ‘공군장교’에 대한 이야기다. 즉, ‘주체’에 대해서 저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책을 사보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기 때문에 잘 안 팔렸으리라.

하버드대 등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3명이 공군 장교로 자원입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126kg이 넘는 거구의 청년이 역시 공군 장교가 되기 위해 필사적인 다이어트 끝에 30여 kg을 감량해 화제가 됐다.
공군은 지난 1일 열린 제115기 공군 사관후보생 228명에 대한 임관식에서 미국 시민권자와 외무, 행정고시 등의 각종 국가고시
합격자 등 우수 인력들이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고 3일 밝혔다
“(pp.163-164)라고 기사를 인용하고, 그 뒤에 “그렇다면 (나) 기사 속 인물들은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군대를 왜 가는 것일까? ‘사서 고생한다’는 말은
이때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은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 모두를 함축하고 있다. 즉,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의
행동이나 판단을 조롱하는 의미, 편법을 이용하지 않고 정직한 선택임을 표현한 말이다
“(p.165)라고 밝힌다.

그런데 기사에도 나오듯이 ‘우수 인력’이기 때문에만 갈 수 있는 공군 장교이고, 그 경쟁률도 엄청나게 높으며, 공군장교 전형은 ‘외무, 행정고시 합격자’를 따로 선발하고, 재외국민이나 미국시민권자 등에 대한 ‘통역, 번역’ 장교 특별전형을 본다. 그들이 가는 이유는 ‘사서 고생’이 아니라 ‘엘리트’로 계급상승을 하거나, 자신들과 비슷한 ‘계급’의 인물 들과 생활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차라리 해병대에 간 미국 시민권자를 이야기하지. 게다가 ‘정직한 선택’,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말로 병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또한 알 필요가 있겠다. ‘미련하고 어리석’어서 당신들이 병으로 갔다는 의미도 함축되지 말이다.

내 룸메이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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