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스의 책읽기 #9] 군대 갔다온 남자들의 하소연? 하지만…

군대가면 손해보는 7가지2점
이상도 지음/한국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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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용도는 아무래도 ‘나 돈 없고 빽 없어서 군대 갔다와서 억울하다’라는 남성들의 애환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군대를 다녀오니 여자들보다 취직도 늦고, 그 사이에 등록금도 많이 오르고, 정년은 그대로이니 일하는 기간도 짧고, 연금도 적게 타며, 사고가 났을 때 군복무기간을 제하고서 보험료가 나오기 때문에 그 돈도 손해라는. 저자인 이상도는 자신들이 ‘마초’라서가 아니라 억울해서 그렇다고 한다. 물론 그 부분에는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책에서는 지속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지만, 결국에 저자가 상정하는 구도는 ‘남성 vs 여성’의 문제가 된다. 발생하는 문제들의 해결책은 결국 남성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여성천하가 된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다. 사실 이러한 문법은 굉장히 익숙한데, 1999년 군가산점제도에 대해 위헌판정이 났을 때 여성주의 저널 ‘월장’ 등에 테러하던 예비역들의 논법이 바로 이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기에 굉장히 많은 고전적인 ‘편견’들이 내장해있다는 것이다. ““저-판사님은 어디 계신가요?”, “전데요”  깜찍한 단발머리 차림의 앳된 얼굴의 판사를 본 이 씨는 자신의 처지를 잊고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적어도 결혼 생활과 육아 경험이 있는 연배가 지긋한 판사 앞에서 속이라도 털어놓으려 했던 이 씨의 기대는 무너졌다. (……) 인생의 갈림길에 선 40대 중년 부부가 20대로 보이는 젊은 판사에게 심판을 받는 게 왠지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p.125). 어리면 안 되고, 여자니까 또 안 되고. 결국 문제는 ‘여자’라서다. 뒤에서 그 내용이 뒷받침 된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사법시험에 합격한 남성 중 군필자 비중은 70에서 80% 사이였다. 이는 대부분의 남성 수험생들이 학업 단절 현상을 피하기 위해 병역의무를 마친 후에 집중적으로 시험 준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고시에서 여성의 약진과 새내기 판사의 여초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p.125). 여기서의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또한 발견할 수 있고. 군필자 비중에 대한 이야기도 말도 안 된다. 예컨대 군법무관이 제대 후에 군 생활을 하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무려 20~30%나 된다는 것이다. 학업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4년 정도 + 알파 정도로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사람도 많다. 이건 남성들의 ‘선택’의 문제이다. 게다가 이렇게 할 경우 저자가 그리도 걱정하는 ‘등록금’문제도 경감된다. 등록금이 많이 오르기 전에 졸업해 버리면 되잖나. 고시의 경우 이상도의 이야기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고시 합격하고 장교로 근무하는 게 좋다는 것은 저자 빼고 모두다 알고 있는 ‘진리’다. 다만 고시의 결심을 언제 했느냐만 다를 따름이다.

또 다른 한 편으로 숫자 조작도 있다. “2005년의 경우 의대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은 2338명, 여학생은 1257명으로 남학생 대 여학생 비율은 6.5대 3.5였다. 의사고시 합격자 수도 이 정도 비율을 유지해 왔다. 2007년 의사고시의 합격자는 남자가 2112명, 여자가 1193명으로 6대4의 비율이었다“(p.119). 2007년의 합격자를 봐라. 뭔가 요상하다. 갑자기 6:4의 비율이란 무슨 말인가? 눈으로 현혹시켜 버린다. 정확한 통계는 6.4:3.6이다. 즉 거의 두배에 육박한다는 말이다. 2005년에서 2007년으로 진행되는 동안 굉장히 많이 여학생 비율이 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6.5:3.5에서 6.4:3.6 정도로 보정 되었을 따름이다. 이런 식으로 자료를 쓰면 어떡하나?

그리고 저자는 헌법 공부좀 더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의무’와 ‘권리’에 대한 장은 밑줄 쳐가면서 읽어야 할 것 같다. “군가산점제에 찬성하는 측은 군필자에 대해 일종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고 반대하는 측은 현재와 같은 사회구조 아래서 이 법이 시행되면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인생을 준비할 20대 초반 나이에 매알 6~8만 원을 받고 생활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p.165). “그동안 국가와 사회는 군복무자에 대한 보상과 양성평등제, 장애인 고용쿼터제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평가해 왔다. 예를 들어 군복무자에 대한 보상을 여성과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두 가지는 별개사안이다. 보상 없는 군복무, 인센티브 없는 군복무 제도를 유지하면서 언제까지 국방의 의무란 이름으로 젊은 남성들을 군으로 보낼 수 있을까“(p.171)? 문제는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남성들의 ‘군복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여성의 권리와 경합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책에서 언급하는대로 군복무기간 만큼 정년을 더 주는 정도는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군대에서의 호봉은 거의 쳐주고 있지 않나. 게다가 ‘가산점’은 직접적으로 ‘취업시장’의 ‘진입’의 측면에서 남성 군필자(전체 인구의 40%에 이르는)에 대한 인센티브로 직접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 않나.

게다가 저자는 노동시장에 대한 공부도 해야할 것 같다. 고위직에서의 여성 비율은 어떻게 되나? 결혼 후 출산을 했을 때 정리해고는, 명예퇴직은 누구에게 해당되는 일인가? 좀 이야기를 할래도 유치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여전히 여성들은 결혼하면 해고 대상, 애 낳으면 해고 대상. 곧 바로 집으로 들어가는 시나리오 때문에 벌벌 떨고, 동시에 돈을 안 벌 수는 없어서 비정규직 생활을 면할 수가 없게 구조적으로 몰리고 있다(2010/06/06 – [헨드릭스의 책읽기] – 열심히 일해도 바뀌지 않는 인생들의 이야기). 이런 상황에서 남성 ‘피해자’를 상상하는 것은 얼마나 웃긴가?

어쨌거나 이 책은 전형적인 군가산점제 논쟁에서의 ‘마초 남성’의 캐릭터에서 조금 빗겨나가 ‘피해자’로 남성들을 재현하려 했으나, 실패다. 분풀이들을 ‘여자’한테 할 일이 아니다. 싸워야 할 상대는 다른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