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스의 책읽기 #10] 군대와 군에 가는 남자들의 변화를 반영하는 정통 군생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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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생활 매뉴얼8점
김정필 지음/미래의창
 2010/07/11 – [헨드릭스의 책읽기] – [헨드릭스의 책읽기 #9] 군대 갔다온 남자들의 하소연? 하지만…
2010/07/09 – [헨드릭스의 책읽기] – [헨드릭스의 책읽기 #8] 군생활도 방심할 수 없다. 비전을 가족 긍정하며 전략적으로 살것!
2010/07/09 – [헨드릭스의 책읽기] – [헨드릭스의 책읽기 #7] 어느 개혁적 ‘보수주의자’의 군대 개혁 이야기
2010/07/06 – [헨드릭스의 책읽기] – [헨드릭스의 책읽기 #6] 자주적 청년의 군대 생활에 대한 문건?
2010/07/05 – [헨드릭스의 책읽기] – [헨드릭스의 책읽기 #5] – 군가산점제와 여성 징병제에 대한 이야기
2010/03/02 – [헨드릭스의 책읽기] – 군대에 대한 고정관념 바깥의 군대 생활 이야기

전통적으로 군대를 말할 때 등장하는 키워드는 ‘씩씩함’이다. 남자니까 모름지기 담론은 늘 “어서 사내자식”이라는 말을 동반했다. 전통적인 보수주의-우파들은 근육질의 남성적 매력 + 책임감 정도를 군인의 자질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다들 인지하다시피 군대에 가는 남성들의 태도는 은연중에 변하고 있고, 그것들을 군대가 인정해야 하는 단계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월간조선>류에서 다루는 기사를 보거나, <한국논단>에서 바라보는 극우파들의 내러티브, 그리고 재향군인회 등에서 보는 군인의 담론은 ‘씩씩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

예컨대 2005년의 김일병 수류탄 투척 사건 같은 경우를 “군기가 빠져서 그래, 그런 놈의 새끼들은 그냥 빠따를 치고 뺑뺑이를 돌려야!”하는 식의 논리가 그렇다. 뭐 공식적인 입장이야 엄중히 책임을 묻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식이겠지만, 병사로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에게 그 말들이 어떻게 느껴질지는 뭐 묻지 않아도 알 일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바대로 군대에 가는 주체들이 달라지는 이상, 다른 방법의 ‘합리화’는 군대의 입장에서도 필요하다. 군대에 대한 재편의 필요가 있고, <국방개혁 2020>의 담론은 그러한 필요성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김정필의 <군대생활 매뉴얼="">은 그러한 변화한 ‘합리화’의 필요에 대응하는 적절한 책이다. 예컨대 ‘씩씩함’이 키워드인 군대에서 ‘군인의 자질’을 구구절절히 이야기할 동안, 현역 대령인 김정필은 새로운 ‘합리화’를 말한다. </p>

야전부대의 지휘관을 하면서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병사들을
수없이 만났다.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힘들게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군 생활에 대한
정보부족’이었다. (……) 만약 입대하는 젊은이들에게 군 생활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보다 쉽게, 빨리 병영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고, 군대가 단지 병역의 의무를 마치는 곳이 아닌 자기계발을 위한 도전의 장이 되리란 확신이
들었다
“(p.8). 여기서 키워드는 바로 ‘정보’다. 정보력을 갖추면 된다는 것. 기존의 용맹무쌍한 ‘씩씩한 남자’와는 다른 담론의 여지가 등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발화의 주체는 ‘특전사’의 참모장이다. 여전히 전통적인 군인의, 武라는 가치가 결부되지만, 자기계발하는 주체에 대응하는 새로움이 느껴진다. “군대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내무생활과 훈련을 통해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힘든 훈련을 통해 육체적으로 단련되고, 개인의 욕구를 억제할 수 밖에 없는 내무생활을 통해
정신적으로 강해진다
“(p.33). 이는 리더십 담론과도 조응한다. “민간 기업에서 8명으로 구성된 팀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분대장을 해보는 것은 사회생활 10년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인 셈이다. 이왕 해야 하는 군 생활이라면 분대장을 한 번 해보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분명 제대 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p.54). 멘토-멘티 시스템이 공무원 사회에서 돌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번 표명렬의 글에서 나왔던 ‘다면평가제’ 등을 포함한 군대의 ‘합리화’ 작업은 지식기반경제 혹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담론과 조응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담론들은 군대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들이 어느 방향으로 굴절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병들의 ‘답답함’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 들어가 ‘자기계발하는 주체’로, 즉 ‘똑똑한 남자’로 군대의 주체성을 재조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다른 종류의 답답함이 진행되고, 여전히 제대했을 때 ‘열폭’하는 주체들은 양산되며, 동시에 이러한 ‘똑똑한 남자’ 조형의 프로젝트는 다른 방식의 ‘위계화’를 만들어낸다. 예컨대 그 ‘위계화’는 학력자본-정보력-문화자본의 패키지들로 인해 양극화를 추동한다. 그 지점이 내가 하고 싶은 군대에 대한 이야기와 겹친다. 이제 군대 갔다와서 ‘항변’도 슬슬 불가능해지고, 결국 책임은 ‘개인’들에게 돌아가며, 기존의 헤게모니를 가졌던 ‘남성연대’는 전형적인 방식의 공격(여성들에 대한 공격,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의 방향을 더 강하게 유지하게 된다.

군대에 대해서 새로운 이야기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가능할까?? 결국 이 문제들을 어떻게 다시 묶어내고 다시 제기하는 곳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 책은 현재의 ‘군대’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입대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변화한 남성들에 대응하는 군대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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