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스의 책읽기 #12] 이봐. 요새 군대에서 이렇게 말하면 난리 나거든?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 12점
이성찬 지음/들녘(코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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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에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 시리즈 두 권이 있다. 첫권을 여성학 전공하시는 선생에게서 받아서 좀 읽으려다가 다른 자료에 치여서 못 읽었는데. 이번에 읽게 되었다. ‘데이터베이스’ 만드는 차원에서. </p>

이 책에 대해서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마초들의 개드립”. 그 이상의 가치를 줄 수는 없겠다. 지금 현역 입대하는 후배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볼까 두렵다. 이런 생각으로 군대가면 요즘 같아서는 곧 바로 영창이 눈 앞에 보인다. 요컨대 요즘 군대는 너무 많이 변했고, 이 책에 나오는 군대의 ‘병폐’들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군대의 병폐는 여전히 많지만..

이 책에 나오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체로 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지금은 2010년. 즉 20년이 지났다. 거의 아무 것도 참조점이 되지 않는다. 나처럼 사료를 조사하는 사람 말고는 별 가치가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에도 언급했던 바에서 좀 더 이어보자면.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시선과 성차별주의가 만연한 기술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면이라 말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여자들’을 돌본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최악은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남성우월적’이 아닌냥 빠져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30대 선배들이 술처먹다가 20대 예쁜 후배에게 ‘스폰’을 준다며 술따르라고 하면서 자신은 “나는 다른 남자와는 틀려.”라고 혀꼬인 소리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끝끝내 ‘보호자’라고 주장하는 개드립.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여군을 기대한다고 말할 수 있다.

평가를 길게하는 것보다, 저자인 이성찬이 하는 ‘개드립’을 나열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

1. 여자 = 오로지 성적 대상?

그 추운 12월에도 한 아가씨는 빨간 미니스커트와 재킷을 입고 왔었는데 단연 우리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안 쳐다보는 군인이 없었다. 애인있는 녀석들마저 모두 침을 질질질 흘리면서 시선을 떼지 못했으니 뭐….

퇴소식에 면회오는 아가씨들이여! 군바리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싶다면 몸매나 얼굴에 상관없이 무조건 미니나 나시를 입고 가라. 최고의
인기일 것이다. 숏다리를 가린다고 굽 높은 신을 신고 통 넓은 바지로 굽을 가리느니 차라리 미니를 입고 간다면 단연 시선집중.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군인들의 뜨거운 시선으로 절대 춥지 않을 것이다. 하하(p.296).

이때가 또 찬스다. 왜냐하면 헌병무술을 할 때는 전투복 상의는 허리띠 밖으로 내놓는다. 그래야 몸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군이 굴러떨어져 뒹굴 땐 상의가 말려 올라가서는 뭔가가…. 흐흐흐, 더 이상 말 못한다. 아무튼 여군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훈련이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지고 재미있는 일도 많다. 여군은 ‘군대의 꽃’이라는 다소 남성우월적인 말도 여군의 지위 향상에 따라
옛날이 되었지만 그래도 남자들의 생각이 변할 리가 있을까(p.260)?

2. 여군 = 나약?

여군은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 가서 먹지만 점심은 우리와 함께 먹는다. 물론 여군은 배식을 기다리지
않는다. 짬장이 알아서 선임하사와 여군 것을 미리 퍼놓기 때문이다. 여군은 음식을 남기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다이어트를 하는지 항상 반찬과 밥을 조금씩 남긴다. (……) 그래서 우리는 그간 사제에서 살아왔던 방식들이 얼마나
가식적이었고 얼마나 주위사람을 의식하면서, 특히 여자들을 얼마나 의식하며 살아왔나를 처절하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극단적인 군대라는 장소에서였지만…(p.286).

3. 여성의 보호자 = 군인

누구를 모신 사당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1중대 명예중대장님께서 해주신, 그 옛날에 일본에 많은 우리나라
여자들을 조공(?)으로 줄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역사적 사실 이야기에는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짐슴 같은 쪽바리 놈들….’
모두들 새삼 분개개하며 일본 녀석들에게 적개심을 표했다. 군바리만큼 효자이자 애국자가 또 있을까?(p.268)

어릴 때 아무 생각도 없이 여학생들보고 가시나, 가시나 했던 것들이 새삼 죄스러웠다. 중대장님은 그래서 국력을 신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연설을 계속하셨다. 이것이 정말 살아 있는 교육이 아닌가 싶다(p.269).

다시 한 번 노파심에 말하자면, 이런 생각을 말하거나, 아니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피곤한 당신의 군생활이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남성들이 이런 인식을 가지는 한, 군대의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요즘의 여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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