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스의 책읽기 #13] ‘합리적 군대’라는 언설과 징병검사

넌 군대 오지마!4점
임진형 지음/북인

 2010/07/09 – [헨드릭스의 책읽기] – [헨드릭스의 책읽기 #7] 어느 개혁적 ‘보수주의자’의 군대 개혁 이야기

#군대에 대한 개혁담론으로서의 ‘자유주의

<넌 군대 오지마!>라는 이 책은 표명렬의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와 엮어서 읽으면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를테면, 두 책은 한 가지의 담론을 공유한다. “지금까지 군대가 얼마나 비합리적이며 구태의연하게 운용되어 왔는가?”라며 질타한다. 그 이유야 뭐 상상할 수 있는 여러가지겠지만. 그들이 공유하는 ‘비합리성’에 대한 질타들은 사실은 ‘자유주의적’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자유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을 길게 할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는 자유주의의 최소관점은 인간의 이성이 허락하는 한에서의(피안 너머가 아닌, 그 안 쪽)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개개인의 판단들이 작동할 수 있는 장. 그리고 그런 자유로운 개인들이 만드는 가장 ‘합리적’인 규준을 서로 준수할 수 있는 정도를 이야기한다고 말할 수 있다. </p>

군대 이야기에서 ‘자유주의적’ 해석이라는 것은 요컨대, 그렇기 때문에 권위주의의 혁파랄지, 비합리적인 규정들을 삭제하는 것이다. 맑스가 근대의 태동에서 부르주아를 예찬할 때 봉건제도를 날려버리는 역할을 지적하는 것과 ‘자유주의’의 진보적인 양상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군대에서 비합리적인 것들을 걷어내기. 개혁의 논리. 이러한 이야기들은 다 맞닿아 있다. 그 제도의 ‘비합리성’을 교묘하게 교란하는 사람들을 탓하지도 말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은 현재의 병역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대책 마련이 없다는 점이다. 왜 병역
비리가 이 지경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병역제도를 바꾸어야지 이런 일을 줄일 수 있을지 진지한 고찰이나 논의가 없다. 방송이나
신문의 사설, 칼럼에서도 단순히 “이대로는 안 된다, 사회 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운동선수나 연예인과 지도층 자제를 특별
관리를 해야 한다”는 등의 막연한 얘기뿐이다. 언제까지 솔선수범, 신성한 의무를 들먹이며 사태의 본질을 호도할지
걱정스럽다
“(p.6). 사실상 제도가 ‘비합리적’이므로 그 안의 행위자들을 무작정 탓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징병검사의 합리화’

임진형의 해법은 ‘징병검사의 합리화’다. 그리고 더 이상 빼도박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충분치는 않지만) 객관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 큰 특징은 객관적인 증거 위주의 판정이라는 점이다. 신체검사 대상자가 아무리 심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불편함을 호소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검사 소견이나 진료 기록이 없으면 등급 판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반병원에서
진료할 때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병력을 진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p.25). 그러면서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임진형은 내과, 외과, 기타질환 순으로 병역판정의 기준들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내 생각에 2004년에 이 책이 초판을 냈으니까, 계속 이어서 2010년까지 계속 바뀌는 징병검사의 기준들을 보여주었다면 깨나 의미있는 자료 하나가 되었을 것 같은데 안타깝다. 어떤 일관되는 ‘논리’를 발견할 수도 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병역 기피에 대해서도 훨씬 ‘진보한’ 입장을 취한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적인 풍조가 병역을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피하고 싶은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권력층이나 부유층 자제들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병역을 면제받고 일반 서민의 자제들은 억울하지만 할 수 없이 군에
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병역에 참여하니 병역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국가로서는 고의적인 병역 기피자 색출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pp.197-198).

하지만 이러한 ‘증거 위주의 판정‘이라는 것이나, 윗 단락에서 언급하는 ‘병역의 합리성‘이라는 것들은 늘 분가능할 수밖에 없고. 임진형은 그 말을 추인하면서 ‘자승자박’의 논리를 전개한다. ‘솔선수범‘을 들먹이지 말자더니 다시 반복한다. “근본적인 문제점이란 과거 오랜 기간 병역의 형평성이 손상되어 왔고 현재도 일부 불합리한 점이 유지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병역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번 쓰고 폐기될지도 모를 일회성 정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재무장과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p.267). “신체등급 판정은 개인적인 질병의 정도뿐만 아니라 사회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사회적 상황에 따라 징병
신체검사 등급 판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여론뿐 아니라 개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올린 민원이나 일부 언론의
기사에 대해서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병무 행정이 사회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꼭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된다. 사회적 합의나 여론이 올바르게만 형성된다면 빠른 시간 내에 병무 행정에 대한 사항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p.212). 결국 ‘증거 위주의 판정’이라는 말이 ‘신기루’가 되어버린다. 결국 문제는 ‘사회적 합의’나 ‘여론’등의 사회적 관계가 된다. ‘객관성’의 규준을 말하면 할 수록 대중은 열폭할 수밖에 없다.

#대중이 열폭하는 이유 – ‘사회경제적 문제’

그런 대중이 열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사실 임진형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계급문제나 부의 양극화라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등장한다. “군에 입대하기 전의 남자가 장염이나 폐렴같이 일시적인 질환이 아니라 만성적인 질환으로 치료받아야 할 경우
병무청 지정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사전에 방지하는 길이다. 병무청이 지정병원을 따로 정해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대도시에 주저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진료비가 비싼 대형병원을 이용하기가 부담스러운 저소득층의
병역 대상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병역 비리를 줄일 수 있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겠다
“(p.63). 또는 “혹자는 그럼 군에서 간 조직 검사를 해서 제대로 평가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나라 B형, C형 간염 양성인 사람의 수가 너무 많고 군대에 입대한 후에는 치료에 꼭 필요한 외부 병원 검사만
군에서 비용을 제공하고 전역 판정을 하기 위한 검사는 본인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도와줄
방법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p.65). 결국 돈 없으면 면제도 잘 받기 힘들고, 또 다른 한 편에서 부대에서 정밀한 진단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있었던 노충국의 죽음을 기억하는가?

다만 이것을 ‘구조화’시켜서 문제제기 하지 않을 따름이다. 더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가 내놓는 해법들이 밍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성실히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대우를 받고 혜택을 받는 사회가 된다면 병역이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할 수 없이 하는 의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신성한 의무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원하는 사람 중에서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병역을 수행하는 모병제의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된다
“(p.271). 결국 ‘모병제’ 이야기말고는 특별히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니면 개개인에게 주는 권고 정도가 전부가 된다. “섣부른 판단이나 기대를 가지고 신체검사에 임하기보다는 4급이나 5급 판정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모두
병역 기피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고 이를 검증해야 하는 징병 담당의사의 입장을 고려하여 겸허하게 판정을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게다가 규정을 다 알고 왔으니까 틀림없는 면제라는 거만한 태도를 징병 담당의사에게 보인다면 간단히 면제 판정이 내려질
질병이라도 검사를 추가해 오라는 지시를 받거나 중앙신체검사소로 보내져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p.199). 이제 품성론마저 등장한다. 결국 아무 문제도 제기하지 않으니만 못하게 된다.

군대에서 황당한 이유가 예컨대 감기 환자와 타박상 환자가 같은 약을 타먹게 만드는 의무 대대 등에서도 기인한다는 것을 보면, 결국 병들의 ‘인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시선이나 혹은 국방비의 분배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필요가 등장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 다른 한 편 ‘가치’의 측면에서 이야기할 때 ‘모병제’가 어떤 것인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의 프레임에서는 별로 필요없는 이야기가 된다. 왜냐면, 그는 ‘강군’ 프레임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강군’ 프레임들이 노무현 정부시절 ‘국방개혁 2020’ 등의 일련의 큰 틀을 만들었는데, 그것들이 어떤 효과들을 만들었는지는 또 나중에 따져보도록 하자.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