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과 글(책)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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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째 수업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정치경제론> 영어 리딩을 마감하고 나면, 월요일 오후 1시 50분. 후다닥 연희관으로 뛰어간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잠깐 한숨 돌릴 법 하지만, 군대 책에 끼워넣을 베버와 뒤르켐의 이야기를 좀 찾고 그것들과 관련된 사회학/인류학의 논의들을 조금씩 읽다보면 집에 가야할 시간이 된다. 아니면 일하러 가거나. </div>
화요일이 되면 11시부터 2시까지 수업을 한다. 점심시간에 낀 수업 때문에 점심은 늘 거른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해야할 일은 목요일에 있을 <현대사회학이론> 수업 리딩을 읽는 일이다. 하지만 4시가 되면 조교 업무를 보러 지도교수 방으로 가야한다. 아주 희박하게 나마 조교 업무가 없는 날이 있긴 하지만, 그 때 쯤에는 아마 학부 수업과 관련한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6시가 되면 이제 배가 고픈게 아니라 아픈 상태가 된다. 그럭저럭 교직원 식당에서 제공하는 4,500원 짜리 ‘정찬’을 먹는다. 물론 2,500원 짜리 학관 밥을 먹을 수도 있지만, 그걸 먹고 탈이 난 적이 두 세 번 있기 때문에 패스. 조미료도 거부하는 ‘부르주아’의 몸이 되고 있나보다. 어쨌거나. 저녁을 먹고 나면 7시가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현대사회학이론> 리딩을 읽는다(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화요일 수업에서도 사실은 과제가 있기 때문에다. 나는 용감하게 학기 초에 홍기빈, 신형철, 임옥희 선생의 수업에 대한 논평을 내겠다고 말했었다. 순전히 논평을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은 그 선생님들의 수업이 1,2,3주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논평을 빨리 내고 책 작업에 매진하자고 생각했던 연유였다. 하지만 몇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10주가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논평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난 논 적이 없다. 논평을 쓰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뭐부터 손댈지를 몰라 그냥 다시 목요일 <현대사회학이론> 리딩을 읽는다. </div>
수요일이 된다. 수요일에는 대학원 수업은 없는데 학부 수업 조교를 가야한다. 그 전에 다른 조교 업무도 봐야 한다. 잠깐 짬을 내어 <현대사회학이론> 쪽글을 읽는다. 늘 분량은 적지 않다. 물론 필수 reading 자체는 영어 논문일 경우 다 해야 50페이지 안짝이고 2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그 외의 부과 reading을 다 읽겠다는 옹고집은 몸을 편안하지 못하게 만든다. 다 읽고야 만다. 3시가 되면 조교 업무를 보러가고, 수업까지 마치고 나면 7시 가량이 된다. 이쯤 되면 다른 업무가 부과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몇 푼이라도 벌게 해 줄 번역 알바가 들어오거나, 까먹고 있었던 계간지/잡지/미디어의 원고가 생각난다. 저녁은 대충 시켜먹고 8시가 채 안 된 시간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퇴고하고 나면 10시 정도가 된다. 또 집에 간다. 집에 가서는 쪽글을 마감한다. 12시가 훌쩍 넘는다. 잔다. </div>
목요일이 된다. 오전에는 좀 쉬려고 생각했는데, 쉴 수는 없다. 책을 써야 한다. 그래. 그래서 군대 관련 뉴스 기사를 스크랩한다. 아, 화요일 <성문화워크샵> 논평!! 다시 쓰려고 깨작된다. 12시가 된다. 집에서 대충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이화여대로 향한다. 수업은 2시부터 5시. 수업이 끝난다. 이제 금요일 청강하는 수업의 쪽글을 쓸 차례이다. 이번에 다룰 주제는 섹슈얼리티와 퀴어 이론. 버벅대고 리딩을 읽고 쪽글을 다 쓰고 나면 10시가 된다. 집에 간다. </div>
금요일이 된다. 몸은 만성피로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 간신히 수업시간에 맞춘다. 수업은 1시~4시. 수업을 마치면, 잠깐 한 숨을 돌리려 하지만, 이제 월요일의 <국제정치경제> 수업 준비를 해야한다. 보통 읽는 reading은 영어로 200페이지 정도. 3~40페이지 짜리 논문 5~6개. 금요일에는 당연히 다 마치지 못한다. 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다른 할 일들이 있다. 번역을 한다. 알바하러 간다. 잠깐 짬을 내서 동네 ‘면목동 양아치’들과, 혹은 ‘먹물 잉여들’과 술을 먹는다. 일요일이 된다. 교회에 간다. 봉사를 마치고 나면 2시가 된다. 아, 이제 다시 학교로 간다. <국제정치경제> 리딩을 읽는다. 10시가 된다. 쪽글은 집에 가서 쓰기로 결심한다. </div>
월요일이 되었다. 이 장의 맨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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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몰아닥친 학생처럼, 시험 빼고는 나머지가 다 재미있는 상황도 있겠는데. 난 지금 다 재미있긴 한데, 그 회로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가 없는 상태다. 읽는 주제도 도대체 수렴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앉아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성문화워크샵>은 여러 선생님들이 오는 강의라 주제가 모이지를 않는다. <현대사회학이론>은 대충 알아들을 법한 내용들이긴 한데, 문제는 여기서 허술하게 들을 수 없다는 강박을 계속 느낀다는 것이다.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영영 읽지 않을 것 같은 ‘거장’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보이기 때문이고, 잘 하면 책과 논문에 집어넣을 ‘프레임워크’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게다가 <국제정치경제론>은 내 주전공이기는 하나, 사회학과 문화연구,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나와 접점을 만드는데 있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준다. </div>
결국… 수업에 찌들어, 아..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하면서 내일 수업 주제인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 1권을 읽으면서 하버마스 꼰대라고 욕하다가 이 글을 읽고 있다. 곧 조교 일 하러 가야지… </div>
위르겐 하버마스
왜 당신이 생각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