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군대와 자기계발의 기획

문화연구학회 발표문 올려놓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조하시길

 

 



 



문화연구학회 2010년 동계 학술대회

발표문 2010. 12. 18

중앙대학교 문과대 8층 814호

신자유주의 군대와 자기계발의 기획

– 씩씩한 남자의 군대에서 똑똑한 남자의 군대로

Ⅰ. 문제제기와 연구의 가설

1. ‘사나이로 태어나서’와 ‘남녀 탐구생활’ – 문제제기

먼저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군인의 이미지부터 생각해 보도록 하자. (아, 물론 이 이야기는 병사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씩씩한 남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군인은 구리 빛의 그을린 얼굴에 위장 크림을 잔뜩 바르고, 방탄모에는 위장 목적으로 잎이 주렁주렁 달린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꽂고, ‘우경계총’이나 ‘좌경계총’ 상태로 휴전선 너머를 바라보는 늠름한 ‘사나이’다. 한 밤 중이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빛이 뿜어져 나오고 수상한 사람의 움직임이 보이거나, 낯선 발자국 소리가 한 번이라도 들리면 바로 응전할 수 있는 태세로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의 모습이다. 또 다른 한 편, ‘유격훈련’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외줄을 타고, 레펠 하강을 하고, 진흙 웅덩이를 건너가는 남자들의 모습이 있다. 옆에서는 BGM으로 <진짜 사나이=""> 가사가 나올 것 같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span> </p>

이러한 모습들은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 재현represent되는 모습들이다. 정확히는 ‘군대’가 ‘언론’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군인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대체로 이러한 모습들은 90년대에 방영되었던 <우정의 무대="">나, 2000년대 이후 방영되었던 , 혹은 최근에 방영중인 <병영 체험="" 진짜사나이=""> 등을 통해 나타난다. 다른 한편 이러한 군인의 모습은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혹은 체험 프로그램</span>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군인의 이미지를 요약하여 군인에 대한 ‘공식담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p>

그렇지만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묘사되는 군인의 모습들은 따로 있다. 이를 ‘비공식담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tvN에서 방영되었던 <남녀탐구생활 :="" 국군의="" 날="" 특집="">을 살펴보면 된다. ‘무개념’에 매일 진탕 술을 먹던 남자는 어느 날 입영 통지서를 받는다. 훈련소 앞에서 여자 친구와 엄마와 작별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남자는 훈련소에서 “다, 나, 까”를 배우면서 군인이 되기 시작한다. 훈련소를 마치면서 ‘군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대 생활은 전혀 다른 스테이지의 시작이다. 일만 죽어라 하는 일병, 눈을 부라리며 모든 동태를 살피고 민첩한 상병, 만사가 귀찮고 거만한 병장을 거치면서 제대하는 동안 남자의 모습의 변화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입으로 전해지는’ 군대 경험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남자를 기다리는 ‘곰신’ 여자의 모습 또한 그러한 남자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면서 그녀들이 느끼는 남자의 변화와, 자신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시간이 가지 않는 남자와, 왜 이렇게 군인을 자주 휴가를 보내냐며 국방부에 투덜대는 여자의 시선은 군대에 대한 ‘시차’를 잘 드러내 준다.</span> </p>

잘 살펴보자. 여기서 이들은 어떤 ‘차이’와 ‘공통분모’를 가진다. 먼저 공통점부터. 군대에 가는 것을 ‘끌려가는 것’으로 생각했든, 아니면 ‘조국의 부름’을 받고 용맹스럽게 갔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이 경험한 군대의 경험은 비슷하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군대 이야기는 모두 육군 이야기다. 그리고 육군이 바라는 ‘씩씩한 남자’라는 상을 반영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차이. 군대에 흡족하게(혹은 할 수 없이) 적응한 사람의 이야기가 군대에 대한 ‘공식담론’이라면, 다른 한 편에서 정말 싫었지만 거기에 차차 적응하고, 제대할 때에는 적당히 ‘군대 물’이 빠져서 제대하는 걸 보여주는 ‘남녀탐구생활’의 관점 차이가 있을 분이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뭔가 수상한 지점이 있다. 먼저 과연 이런 이미지들은 군대에 대한 ‘실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서는 어떠한 ‘차이’들이 누락되고 있다. 제대한지 얼마 안 되어 군대에 대한 경험이 파릇파릇한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서로의 경험이 너무 다르다는 것 때문에 놀라기도 한다. 물론 결론은 “어차피 제대했으니까 된 거야”라며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꾼 이야기로 마치고 다른 이야기로 가긴 하지만 서로의 경험은 너무 다르다. 일단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의 경험이 너무 다르다. 게다가 보직에 따라서 경험하는 게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는 모두 “내가 더 고생했다”식으로 갈 때가 많다. 물론 여기에서도 결국 이야기는 “하여간 우리는 제대했잖아?”식으로 정리되고 만다. ‘차이’를 없애고 서로 ‘예비역’으로서의 공통분모를 찾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무시할 만큼 작은 것일까?

다른 한 편에서 이러한 재현들은 군대의 ‘변화’라는 역사적 맥락을 가린다. 아니, 정확하게는 군대는 ‘근본적’으로는 변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있다. 이러한 ‘전형적’인 모습으로의 군대 재현은 온당한 것일까? 과연 한국의 남성들은 ‘지금’ 이러한 방식으로 군대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기획할까?

2. 연구의 주요 질문

한국 사회의 남성들은 군대생활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고, 이는 역사적으로 어떠한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는가? 이러한 경험은 공통적인가?

2. 연구의 가설

1)군대의 지배적인 병사를 바라보는 담론이 변화하였다. 과거(2000년 이전)의 병사의 모범은 ‘씩씩한 남자’였다면, 현재의 모범은 ‘똑똑한 남자’이다(담론/지식).

2)군대에 대한 지배적인 담론의 변화는 남성들의 군대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변화시켰다(주체화).

3)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대응은 한정된 주체들에게서 가능한 실천이었다. 즉 이는 ‘학력(학벌) 자본’이라는 계급요인과 ‘정보력’에 의해서 제약된다.

4)결국 군대는 ‘국민개병제’라는 근대국가의 평등의 ‘판타지’와 상관없이 계급 재생산의 도구로 더 강하게 관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