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다이어리(2008)

</p>

압구정 다이어리 – 4점
정수현/소담출판사

</span>

잘은 모르지만 묘한 구획이 요즘에 생겼다. 언젠가 이범의 책에서도 봤던 것 같은 내용인데. 예컨대 압구정/신사/청담 구역과 대치/도곡 구역에 사는 인간들이 좀 다른 종류일 거라는 생각이다. 기존 ‘땅부자들’ + ‘전통적 한남동 부자들의 남하’로 대표되는 앞 쪽 블록. ‘신중산층’에 전문직, 새롭게 부를 취득한 40~50대의 청장년의 뒷 쪽 블록. 부의 성취의 방법 때문에 소비의 패턴에도 좀 차이가 있고 브랜드에도 좀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다. <한겨레 21> 등에서는 그 특집을 했던 것도 같은데 내가 사는 강북의 ‘변두리’ 지역에서는 다 똑같은 강남으로 인지될 따름이다. 하지만 그 안의 차이들은 어느 정도는 명징해 보인다.

예컨대 싸이가 압구정/신사 스타일이고, 이적이 방배동 스타일이며, 대치동에서는 대체로 연예인보다는 의치대 법대를 보내 신세대 ‘고관대작’들을 만들어내려는 기획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다. 거기에 ‘대치동 엄마’라는 상징은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어쨌거나 정수현의 <압구정 다이어리="">는 압구정 언니들의 이야기다. 책의 맨 앞에 지도가 첨부되어 있고, 이를 보면 잘 알 수 있듯이 그녀들이 돌아다니는 구역도 한정되어 있다. 내가 아는 공간들로는 주로 현대아파트/한양아파트/압구정역/로데오/씨네시티/써클 등이 떠오른다.</font> </div>

명품을 질러대고, 남자를 네일아트 하듯이 1주일에 한 번씩은 갈아야 하는데다가, BMW, 포르쉐, 아우디, 벤츠를 보면서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의 완성을 보여주는 언니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긴 하다. 어떤 부분에서 강력한 소비력이 언니들의 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녀들의 돈이 결국 누구에게 종속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징이며 그녀들 역시 가족의 계급재생산 전략에 어떻게 빨려들어가는지를 잘 볼 수 있다.</font> </div>

그런데 여기에서 ‘청담스럽다’라는 형용사까지 만드는 그 청담동이 좀 시들하다는 증언들을 요새 너무 많이 듣는데다가, 신사/압구정 블락에도 묘하게 저렴한 공간들이 생겨나고 직장인들이 비집고 들어간 게 요 몇 년 인 것 같아서 하이브리드한 공간으로서의 다른 묘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긴 하다. 하긴 요즘 한동안은 이태원이 대세이기도 했고 이태원에서 먹어주는 애들은 원래 청담동/압구정 애들을 가볍게 누르곤 했었으니… ‘정말 부자’ vs ‘Pseudo 부자’랄까.

나 역시 칙릿을 좋아하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서 한 동안 브랜드들을 스캔하고 익히고, 공부하느라 진을 빼곤 햇엇는데, 정수현의 글에서 그런 ‘새로운 정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 싱겁달까…</font> </div>

그리고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 언니들이 아예 배를 째야 좀 전복적인 맛이 있는데 다들 결혼에 목을 매고 있으니.. 하도 결혼들을 안하는 ‘빌어먹는’ 기생 자녀들이 강남에 속출해서 이제는 “결혼해도 괜찮아” 할 정도로 가족 전략에 대해 회의적인게 요즘 압구정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출판된지 3년이니 좀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을 내게 소개시켜주었던 MI 기자는 도대체 왜!!

(강남 특구에 사시는 언니 횽들은.. 제 글의 디테일들에 코멘트 해주시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