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대한 문화기술지 2 – 스펙에 대한 소고

2011/09/29 – [습작 – 취업에 대한 문화기술지] – 취업에 대한 문화기술지 1 – 공채에 지원한 이유

# Intro

이번 글에서는 스펙에 대해 써 보자. 보통 인적성(서류 이후 단계의 필기시험)과 면접의 경우 Zero-base에서 전형이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스펙은 서류전형을 판가름짓는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펙 쌓기’라는 말도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서류전형에서 삼성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기업들이 상당히 많은 숫자를 탈락시키기 때문에 서류 합격 자체가 엄청난 생존 게임이 된다.

인크루트, 에듀스 등의 취업 관련 사이트와 ‘취업 뽀개기’ 등의 취업카페를 돌아다니다보면. 누구나 ‘겸허’해질 수 있게 된다. 애초에 성골(서울대 법대, 경영대, 경제학과 정도 + 의대), 진골(KY의 모든 인문사회/이공계)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략 20 몇 년 간의 인생 경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만날 수 있게 된다.

# 서류에 써야할 스펙들

보통 스펙으로 등장하는 것들을 살펴보자면.. (여기서는 문과만 하기로 하자)

학벌, 어학, 학점, 자격증, 봉사활동, 해외연수, 수상 및 공모전 정도인 것 같다.

1)학벌: 순서는.. 서연고(SKY),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혹은 동건홍), 국숭세단, ….. 지거국, 지방사립.. 이런 순이 될 것 같고.. 한 동안 이슈가 되었던 ‘지잡동’(지방 잡대 동맹)의 경우 마지막 두 개 블럭에 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와 상관없이 해외 대학을 나온 경우 전혀 다른 포션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되므로 평가하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학벌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학교별 T/O‘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SKY면 무조건 뽑는 게 아니라, 전체 포션에서 몇 % 정도 이상은 뽑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이야기하면 지방사립대라도 최소 포션 몇 %는 붙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데. 이건 도무지 내가 검증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다만 SKY 중에서도 어정쩡한 나머지 사항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 정도를 언급할 수 있을 듯하다.

2)어학: 보통 2009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TOEIC 점수 정도가 핵심적이었다.

2009년 이후에는 구술시험인 OPIc(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uter)과 TOEIC Speaking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문과의 경우 통상 IL(Intermediate Low)-IM(Intermediate Medium) 정도를 요구하는 것 같다. 보통 대졸 구직자들의 경우 IM들은 다 기입하기 떄문에 기업에서는 IM을 세분화하길 원했고, 그 결과 IM은 3단계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IM1, IM2, IM3(가장 높음). 이런 방식으로 된다. POSCO 같은 경우 IM3를 요구하기도 한다. OPIc를 준비하는 경우 보통 IM3나 IH(Intermediate High)가 그나마 변별력 있게 유리한 점수라고 커뮤니티에서는 정보가 돌아다닌다.

TOEIC Speaking의 경우 8단계로 구분되는데. 통상 기업에서는 5단계 이상을 요구하고,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6단계나 학원들 다니며 좀 준비를 했을 경우 7단계를 받는다. 7단계 정도면 IH와 동급으로 쳐준다고 보면 된다.

이력서에 기입할 때 TOEIC, TOEIC Speaking, OPIc를 모두 기입하는 경우도 있고, 영어 말하기만 기입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OPIc IM2와 TOEIC Speaking 6단계가 있으면 고민이 시작된다. 850 이하의 토익 점수와 OPIc IH, TOEIC Speaking 7단계 정도의 말하기 점수가 있으면 TOEIC 점수를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제2 외국어로 중국어(HSK) 7급 이상, 일본어 JLPT 2급 이상, 그 외의 외국어 자격증이 있으면 상당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3)학점: 내가 학부를 다닐 때는 4.3이나 4.5 만점에서 3.0이 착실함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미 3.0은 ‘광탈’(광속 탈락)의 전제조건이 된다.

보통 3.5 이상의 학점을 가지고 있어야 ‘기본’은 한다고 말할 수 있다. 4에 근접하면 ‘준수’한 수준이 되고, 4를 넘어가는 대졸 구직자들도 굉장히 많다. 학점을 잘 반영한다고 알려진 현대 같은 경우 4를 넘기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착실함의 기준으로 학점을 보는 기업들에는 보통 4.0이 넘어야 지원하게 된다.

4)자격증: 많으면 좋다. 그리고 ‘기본’ 자격증보다는 분야에 걸맞은 자격증을 기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어떤 기업은 되는데로 자격증을 기입할 수있는 경우가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3~5개 정도로 자격증 기입을 한정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 자격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예컨대 한자검정,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 certification), 운전면허(기입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기타 운동 단증 정도이다. 영 궁하면 이러한 기본 자격증을 입력하게 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달리 지원분야에 잘 통하는 자격증. 예컨대 물류/구매를 지원하게 될 때 물류관리사, 유통관리사를 가지고 있거나, 재무 관련 분야를 지원할 때는 금융/재무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일단 유리하다. 아니 정확히는 금융/재무 /회계쪽 자격증은 아무 때나 범용으로 활용가능하다.

5)봉사활동, 해외연수: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 유리하다. 특히 해외 봉사활동을 하면 더욱 유리하다. 거기에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등을 이수한 경험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나중에 면접시 봉사활동 인증서를 가지고 오라고 할 경우가 있고, 해외 연수경험을 쓸 경우 연수기관을 쓰라고 할 때가 있다.

6)수상 및 공모전: 최근 공모전의 폭주로 인해 공모전 수상 하나씩은 서류에 써 주어야 안심을 할 수 있다.

# 필승카드 – 경영, 경제, 법

아무 것도 모르고 내가 지원한 분야는 바로 전략, 기획, 경영지원, 인사였다. 이것 때문에 주위 친구들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고 볼 수 있는데. 회사에서도 똑같은 생각에서였는지. 지금까지 발표 난 8개의 기업은 모두 나를 ‘광탈’시켰다. 그 이유는 바로 내 전공이 학부, 대학원을 합쳐 경영, 경제, 법학과 별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과(인문/사회/경영/법)에서 분야와 상관없이 필승카드는 누가 뭐래도 경영학과로 보인다. 재무/회계를 배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학부 때부터 정장을 자주 입혀서 조직에 걸맞게 적당히 눌려 있는 것 때문일까? 아니면 전략의 마인드가 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어떤 학교든 문과에서 경영학과 인원은 엄청나게 증가했고, 기업에서도 문과 중 경영학과를 가장 선호한다. 어떤 회사의 직무든 ‘상경’은 거의 써 있다고 보면 된다.

경제학과도 이와 비슷한 연유로 선호된다. 경제학과를 들으면서 경영학 전공 수업들을 이수해두면 분명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해가 있고, 많은 경우 경제학과를 다니면서 경영학을 복수전공 하는 경우가 많아보인다. (물론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에는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 편, 법대는 문과 전체에서 고평가 받는다. ‘법정계열’을 명시할 때 정외과, 행정학과 등을 같이 쳐주긴 하지만, 법정계열을 말하는 기업이 의미하는 전공은 법대 출신이라는 이야기라고 보면 될 법하다.

경영, 경제, 법학과의 필승카드가 없는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정면돌파’를 제외하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경영학과, 경제학과, 법학과 수업을 듣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복수전공을 제1전공과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그에 더불어 전공공부에 걸맞은 자격증을 취득하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질문이 필요해 보인다. 과연 기업에 다니는 경영, 경제, 법학과 출신들의 지식이 과연 ‘현장’의 기업 업무와 얼마나 친연성있게 작동할 수 있을까?

예컨대 마케팅에 필요한 것이, 경영학과 ‘마케팅’ 수업과 얼마나 연관이 될까? 인류학적 지식이나 사회학과 지식은? 정량적인 지식이 아닌 정성적인 분석방법은 마케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외국계 기업에서 인류학 전공자들을 선호하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한국의 기업은 왜 경영학과 출신을 선호할까?

다른 한 편, 전략경영 분야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어떤 ‘결정’을 함에 있어서 정치학이나 인류학의 지식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일까? 생태학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다양한 소수파 지식들이 결정에 동원되어야 조직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