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대한 문화기술지 3 – 취업준비생의 심리상태

2011/09/29 – [습작 – 취업에 대한 문화기술지] – 취업에 대한 문화기술지 1 – 공채에 지원한 이유
2011/10/05 – [습작 – 취업에 대한 문화기술지] – 취업에 대한 문화기술지 2 – 스펙에 대한 소고</p>

# 30살 인문사회계열 석사졸업예정자 Y씨의 경우


Y씨는
사람인, 에듀스, 인크루트, 취업뽀개기를 최근 하루 100회 이상 접속한다. 접속해서 보는 것은 주로 오늘 마감되는 대기업 정보, 그리고 서류발표가 났는지의 여부이다. 지금까지 서류 합격은 단 한 번. 모두다 서류 합격을 시켜놓고 전국에서 필기고사를 보는 삼성 뿐이었다. 처음에는 SSAT를 본 후 다른 대기업 인적성 시험을 볼 줄 알고, 이어지는 LG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적성 문제집을 샀지만. 결과는 8연패였다. 달리 말해 ‘전탈'(전부 탈락). 문제집은 모두 팔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기록으로 살펴보자면…


삼성 – SSAT 탈락.


LG 전자, 두산 중공업, 한화, KT,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효성 – 서류탈락.


이 정도였다. 처음에 원서를 넣으면서는 ‘글빨’을 믿고 덤볐던 Y씨에게 LG전자와 두산중공업의 서류 탈락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서류 정도는 합격하고 인적성을 잘 봐서 사장님이나 회장님을 만날 줄 알았던 것이다. Y씨는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1)나이 2)학벌 3)토익 4)OPIc 5)지원분야… 이런 순서로 생각하다가. 다시 생각을 고쳐먹기 시작한다.


다시 정렬된 생각은 1)나이 2)대학원 3)지원분야 4)토익 5)OPIc 6)학벌..


이런 식으로 생각이 정리된다. 학부 학점은 3.99이니까 Safe일 것 같으나.. 기획 파트를 넣은 게 삽질이고. 일단은 Y의 나이가 죄다. 그리고 경영학과도 아닌 대학원은 왜 간 거냐고…;; 잠깐.. 미친다. 그러다가 다시 나이로 돌아온다. “이 나이까지 도대체 난(Y) 뭐 하고 산거냐??”


여전히 구직중인 동갑내기 군대 후배를 만나서 LG전자와 두산중공업은 자기소개서를 잘 안 보고 다른 기준으로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좀 편하게 먹은 Y씨. LG전자는 성적을 제대로 입력하지 못해서 일 거고, 두산중공업은 DBS
</span>(Doosan BioData Survey)를 잘 못봐서 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 한다.</p>


하지만 뒤이어서 따라오는 탈락의 경험은 무엇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오전에는 자소서를 쓰고, 오후에는 탈락을 먹는다. 다시 반복해서 다음날도 오전에는 자소서를 쓰고, 오후에는 탈락을 먹는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경험하게되는 것은 ‘
대인기피증‘과 깊은 ‘자괴감‘이다. 이 단계가 지속되면 우울증에 이를 수도 있다고 공부 많이 한 Y씨는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이 정도 단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취업뽀개기’에 들어가서 후기들을 보면서 느낀다. 1년 취업 재수, 2년 취업 재수, 31살 취업준비생을 보면서 위안을 찾는다.


사실 게시판에서 아무리 빈둥대봐야 될 건 되고, 안 될 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Y씨는 계속 ‘합격스펙’과 ‘합격 Q&A’ 게시판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보려. 또 자신보다 더 열악한 취업합격자를 찾아내보려 애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소서를 쓰고, 탈락을 먹고, 그 와중에 게시판을 들락날락 하다보면 오후 5~6시가 된다.
모두의 멘탈은 어떠할까? 모두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밤이 되면 술 한 잔이 격하게 당기기 시작한다. 예전 같으면 여유로이 불러냈던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치맥’이라도 하고 싶지만, 어딘가 모르게 ‘대인기피증’이 발동하기 시작하여 연락 자체도 어려워진다. 돈 걱정도 되고, “요새 뭐 하냐?”라는 질문이 두려워져 결국 연락은 못 하고. 아빠가 쟁여놓은 소주를 마시면서 치킨 대신 라면을 먹는다.


어쩌다 결혼식이라도 있으면 공포의 아침이 시작된다. 하는 일이 없으니 못 간다고는 안 하고, 결국 가긴 가는데. 일단 1)
축의금이 걱정이다. 직장에 다녔더라면 10만 원을 냈을 텐데, 젠장. Ex의 결혼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5만 원을 내고야 만다. 사실 알고보면 그 시키랑, 그 뇬이랑 모두 알기 때문에 10만 원을 내면서 ‘박수치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할 수 없다. 돈이가 없으니까. 취직이 안 되면 Ex한테 쿨할 수도 없다.


첫 번째 공포를 그렇게 넘기면.. 두 번째 공포가 다가온다. 2)
바로 ‘대인기피증’과 선, 후배, 동기를 만나는 일이다. 오랫만에 반갑게 만나는 선후배동기들끼리 ‘명함’을 주고 받는다. 아, Y에게는 명함이 있긴 하다. 블로거 명함이다. 그걸 줄까 말까 하다가. 그냥 ‘어수룩’한 ‘대학원생’ 컨셉을 다시 유지하기로 한다. “뭐 하냐?”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아직 학생질 하지 뭐…” 하면서.. 조금 시크하게 “뭐 이제 논문 다 썼고,, 어디 XX 분야에 넣어보려 생각 중이야..” 옆에서 곧 이어 “너 나이가 몇 살인데?”라는 질문이 오기 전에 잽싸게 다른 곳으로 튄다.


가장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W가 오지 않자, Y는 불안 및 초조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괜히 두리번거리고 어디 자리잡고 안정적으로 있지도 못한다. Y는 첫사랑이었던 K에게 말을 걸어보려 하지만, 애 엄마인 K는 적당히 거리간격을 유지하며, K의 곁에는 K의 동아리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K의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

# 동병상련

Y는 언론사에 다니는 W와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차 한 잔을 마시며 한참 면담을 한다. 아니, 는 혼쭐이 난다. 왜 이랬다저랬다 하고.. 난데없이 웬 대기업이냐며.. “언론사 준비 하던거 마저 하지.” 하기에 “돈이가 없다.”했다가 “박대기는 말이야…”하면서 입지전적으로 30대가 지나 KBS에 입사한 전설의 ‘눈사람 기자’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래
결국 문제는 30살까지 인문사회대학원이나 다니고, 대학원 생활을 너무 빡세게 하여 요령이 없는 Y가 된다. 토익도 950을 못 맞췄고. 그 나이면 OPIc도 IH나 AL이 나와야 하건만 고작… 자격증이 없으면 숫자로 맞출 수 있는 건 다 맞춰야 하는데 그걸 못 맞춘 것에 대해 Y는 자괴감을 느낀다. 게다가 ‘신념’이라며 학부 때 경영학과 수업을 듣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난 그래도 문해력이 있으니까…”하면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나온 논문들을 급하게 살펴보려 하다가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W와 헤어지고… 동병상련의 P를 부른다.


결국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도, 동생도, 아빠도, 친구도 아닌.. 똑같은 상황에, 어쩌면 Y보다 열악한 상태의 P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전제조건은 30살 인문사회계통 석사가 가지고 있는 울분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
“20대 개새끼론”은 비단 40~50대만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또래의, 아니 어쩌면 후배들 중에도 ‘자리 잡은’ 이가 가진 특권이 아니냐며 Y는 꽐라가 되도록 맥주를 마시고. 취한 김에 엄마 카드로 맥주값을 내고 버스에 올라탄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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