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읽어야 할 책 두 권

논문 잘 쓰는 방법 – 10점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열린책들

 

사회과학자의 글쓰기 – 10점
하워드 S.베커 지음, 이성용ㆍ이철우 옮김/일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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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쓰기에 다시 몰입했다. 2달 놨다가 다시 잡기 시작. 역시 꼬이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번에 썼던 원고를 살리려다 보니까 글이 엉키는 것이다. 내 또래, 아니 그 위의 거의 한 세대가 워드프로세서를 통해서 논문을 써왔고 쓰고 있다. 퇴고의 과정에서 워드프로세서는 분명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한 번에 내용들에 칼을 대야할 때 많은 고민을 준다. 분명 백업을 해놓았지만 이 내용을 날리기에는 마음의 부담이 있다.

다시 자료를 찾아봐야 할 것 같고, 이전에 진행했던 선행연구들에 대한 비평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쓰려고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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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가장 유리한 것은 아무래도 원고를 프린트 해놓고 빨간펜을 드는 것이다. 그리고 삭선을 그으면서 추릴 것을 추리고, 글의 구조를 다시 다듬으면 된다. 생각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 아날로그적으로 작업할 경우 손의 감각이 복잡한 사유를 머리로 공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명쾌하고 훌륭한 답을 줄 수가 있다.

이러한 생각은 손쉽게도 할 수 있지만, ‘활자중독’인 나는 두 권의 책을 오전부터 읽으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그에 도움이 되었던 책이 위에 배너를 띄워놓은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과 하워드 베커의 『사회과학자의 글쓰기』가 되겠다. (하워드 베커의 책이 비단 ‘사회과학도’에게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또한 움베르토 에코가 ‘인문학자’이기 때문에 사회과학도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편견도 내려놓는 것이 좋다.)

심지어 베커의 책에서는 연필 깎는 법이랄지, 생각이 꼬였을 때 할 수 있는 소일거리도 제시해주니 최소한 트위터의 페이퍼봇만큼의 효과는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의 책을 열심히 읽으면 처음 목차 잡는 과정부터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독서노트 혹은 독서카드, 참고문헌 정리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나는 evernotespringnote 같은 온라인 노트 프로그램을 활용 중이다.) 논문 쓸 때 가장 짜증나는 것이 책을 졸라 쌓아 놓고 뒤적거리는 것 아닐까.

그리고 에코의 책에서 또한 좋아보이는 부분은 ‘디펜스’에 관한 건이다.

“1)다른 사람도 인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의되거나 인정되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 대상을 정의한다는 것은, 우리가 제시하거나 또는 우리보다 먼저 다른 사람들이 제시했던 몇몇 규칙을 기반으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조건을 정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연구는 이러한 대상에 대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들을 말하거나 또는 이미 언급된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3)연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해야 한다.

이 3가지만 알면 논문 예심, 본심 디펜스를 잘 할 수 있다. (이건 내가 다 해봐서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_-;)

자신이 속해 있는 학문 분과의 방법론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면, 논문과 관련하여 읽을 책은 이 두 권 이상이 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역시 위의 “다 해 본” 경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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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계획은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를 읽을 차례이니 빨리 마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