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인터뷰] 대우조선해양 어떻게 해야 하나?

SBS(경제와이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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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교수님 안녕하세요.

언제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를 하셨나요?

답변1>

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5년을 근무했습니다. 인사팀에서 조직문화 개선업무를 맡았구요. 잠시 사보제작업무를 했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전략혁신담당에서 프로세스 혁신 업무를 맡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우조선해양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조선소의 일하는 방식을 IT기업처럼 유연하게 바꿀 수 있게 하려고 고민했습니다. 그 이후에 2015년 이후 위기가 왔을 때에는 생산, 설계, 조달에 이르는 당면한 문제를 현업 담당자들을 모아 컨설턴트처럼 분석하고 풀어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질문2> – 여

여쭤봐도 될 지 모르겠는데요

퇴사를 결심하신 계기가 있습니까?

답변2>

아, 예. 조선업계에서 업무하면서 “왜 이렇게 조선업은 어려울까?”에 대해서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실무자들이 애써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와, 구조적인 문제가 좀 성격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예를 들면 대우조선해양에 다녔지만 예전에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한 조선소 사람들은 어떻게 일했는지, 다른 나라들은 산업, 특히 중공업을 포함한 제조업의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에 대해서 학문적인 질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걸 좀 풀어보려고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구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좋은 산업정책 연구자가 되려고 하는 중입니다.

질문2-1> – 여

퇴사할 당시 회사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답변2-1>

아무래도 어수선했죠. 회사가 어려우면 희망퇴직 이야기가 나오기도 전에,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이 떠나더군요. 물론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같이 일하던 젊은 동료들은 제발로 떠나고, 회사를 수십년 다니면서 애사심 갖고 있던 선배들은 일터를 지키고 싶어도 결국 희망퇴직 때 떠나게 되는 걸 볼 수밖에 없었죠. 사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한국 조선업이 단연 1등이고, 고용에 있어서도 정년이 보장되면서 고임금을 보장해주는 그런 ‘좋은 직장’중에 하나였잖아요. 그런 전제가 무너지면서 또 젊은 엔지니어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기력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죠.

질문3> – 남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내부에서 몸으로 체험하셨을 것 같은데요. 먼저 궁금한 건…대우조선해양 출신으로서 정부의 이번 지원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변3>

이번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서 2.8조가 지원됐죠. 이 역시 국민혈세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제 생각에는요. 당장은 지원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 같아요. 3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겁니다. M&A 하거나 아니면 생산을 접고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든가, 그도 안 되면 도산시키는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런데 지금은 셋 다 가능한 상황이 아니거든요.

질문3-1>-남

세가지 경우의 수 모두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답변3-1>

그렇습니다. 최근 자료를 읽다보니 산업부는 STX 사례 등을 들어서 법정관리의 위험이 적다고 했는데요. STX와 대우조선이 놓인 타이밍과 상황이 다르다고 봅니다.

일단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향후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주잔량에 대한 집단적인 계약취소가 예상되거든요.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볼 때 108척으로 STX의 4배에 이르고 대형선이 많아서 액수는 훨씬 더 많습니다. 집단 계약취소는 산술적인 합계를 넘어 멱함수로 진행되어 천문학적인 불확실성으로 노출 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채권자와의 자율적인 협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질문4> – 여

외환위기 당시부터 돌이켜보면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위기를 맞을 때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어요.. 제 표현이 좀 과격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국민들 시각에서는 그렇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답변4>

저도 이제는 평범한 국민의 시각을 가지게 되고 나니 더 따갑게 느낍니다. 당연하다고 봅니다. 내부적으로는 억울하게 느끼는 점이 있더라도요. 국민들의 눈으로 볼 때 자꾸 힘들다고 할 때마다 혈세를 들여서 벌이도 못하는 회사 월급이나 주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겠죠. 다만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 가를 보면 성과상여금 등 이른바 ‘돈잔치’에 쓰이는 게 아니라, 인도지연 등으로 벌어지는 자재비 등으로 쓰인다는 점은 좀 알아주셨으면 하는 생각은 들죠.

오히려 아까운 인재들이 나가는 게 걱정이죠.

질문5> – 남

억울하다고 말씀하셨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바깥에서 느끼는 이 위기의식을 임직원들도 정말 똑같이 느끼고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자구책도 내놓고 고통분담도 얘기하지만 결국 우리를 망하게 두진 않을 것이다..이런 식의 모럴 헤저드가 임직원들 사이에 있는 건 아닌지요?

답변5>

그 부분은 전혀 아니라고 봐요. 모두 스마트폰 있고, 쉬는 시간 짬짬이 네이버 뉴스도 보고 주식시장 소식도 봅니다. 조선공학과를 나온 사람들의 경우 조선3사나 선급, 또는 선박 금융기관에 일하는 선후배들로부터 정보를 많이 공유하거든요. 업계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훨씬 더 예민하게 느끼죠. 저도 회사 다닐 때는 매일 짬 날 때마다 대우조선해양을 검색어로 치고 했어요. 얼마나 따갑게 국민여론이 움직이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 직원들은 회사가 얼마나 연명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인도지연이나 공정지연으로 인해 벌어지는 손실에 대해서 정부가 막아준다 한 들, 결국 설비가 노후화되고 훌륭한 엔지니어와 생산직 기술자들이 떠나는 와중에 미래가 보일까에 대한 걱정이 많아요. 영업팀의 동료들 보면,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보면서 지금의 인력과 설비를 가지고 시장가에 마진을 남기면서 생산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이 많아요. 조선업이 아무래도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 아닙니까? 그러다보니 엔지니어와 생산직 기술자들의 숙련으로 품질과 공정속도가 좌우됩니다.

직원들의 마음이 흔들리면 제대로 된 배를 짓지 못하는데다가, 심지어 안전 사고도 많이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빨리 정부에서 지원 받은 것도 털어내고, 빚도 좀 갚고, 그 사이에 똑똑한 R&D 엔지니어들이 공법이나 기술도 개발해서 싸고 좋은 배를 짓고 싶은데 그게 이렇게 슬럼프가 오래되면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각 부서에서는 과부하가 걸렸어요. 예전에 베테랑 선배와 후배 둘이 하던 일을 선배가 희망퇴직하는 바람에 후배 둘이 나눠서 하게 되는 꼴인데, 그러다보면 ‘멘 땅에 헤딩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의 노하우가 전수가 안 되는 거죠. 일이 더 오래걸리고 야근은 늘고 더 지치는 데다가 예전보다 급여도 줄지 않았겠습니까? 돈 못 벌고 경영이 어려운 회사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사기라는 측면,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타격이 큽니다.

질문6> – 여

흠…말씀하신 임직원들의 심리상태가 대우조선해양이 맞닥뜨린 진짜 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졌던 2015년으로 시간을 돌려서요…그 당시부터 최근 재지원 결정까지 내린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나 움직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변6>

제가 볼 때는 장기적인 비전이 부재하기 때문에 계속 연명만 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예컨대 클락슨 데이터를 통해서 매년 수주량에 대해서 예상하지 않습니까? 시장에서 형성되는 수주의 가격이 있고, 선박에 대한 수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심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선주사들이 느끼는 선박수요 역시 전체 자본주의 경제의 경기에 대한 심리에 의존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워스트 케이스에 입각해서 최악의 경우에 대한 장기비전을 세워야 했다고 보는데요. 계속 “내년이면 털고 일어나겠지.” 하는 심리에 따라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매번 구조조정안을 내밀 때마다 “이번에 이 만큼만 지원하면 좋아집니다”라고 하고,

예측하지 못한 유동성 이슈나 다른 변수가 나올 때마다 다시 산업은행에서 조사를 하고 더 나빠진 전망을 하고 그에 맞춰서 그 중에는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지고 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되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죠. 물론 마진을 못 만들고 손해만 봤던 해양플랜트를 떨어낸 나머지 선박 수주잔량 때문에 수익성이 나아질 거라고 전망하는 건 타당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제 선박건조라고 해서 꼭 이윤이 남는 것도 아니에요.

질문6-1>-남

이윤이 남지 않는 구조로 간다면..현재 정부나 회사 측의 정상화 계획에도 모순이 있거나, 여전히 장밋빛 전망이라는 얘기인가요?

답6-1>

선주사들이 요구하는 사양은 높아지고, 가격에 대해서는 조선3사가 먹거리를 채우기 위해 과당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수주한 선박들이라 일정부분 공정의 최대목표를 기준으로 봤을 때에만 간신히 이윤을 낼 수 있는 게 많아요. 즉 조금만 삐걱거리면 그 역시 흑자를 못 낼 수도 있는 부분들이죠. 선박을 생산하는 조선소 현업에서야 목표 달성을 위해 죽을동 살동 하는 게 맞지만, 그게 다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산업은행이 계획을 짠다는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다른 한 편 전체 선박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인 기대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선박시장이 왜 컸습니까? 중국경제가 팽창했기 때문이죠. 요새 중국 경제도 예전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잖아요? 배 한 척 구매하면 수명이 20년입니다. 20년 동안은 수리해서 쓰고 새로 살 일이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선박의 수요가 예전처럼 큰 물량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업계 사람들끼리 자주 하는 말을 보면 2007년 정도가 조선업의 초호황기였거든요. 그 때보면 현대중공업이 20~25조 좀 넘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12~13조 정도 매출을 달성했었죠. 그게 최고 피크니까 앞으로 팽창기가 없어졌다는 전망을 함께 감안할 경우 조선업의 캐파, 즉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은 30~40% 정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산업은행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보고 있자면 그런 정보가 부족하진 않더군요. 단 제가 가만히 생각해 보기에는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해서 뭔가를 해보려는 거 아닌가 싶네요.

질문7>-여

마지막 질문인데요,

학자 입장에서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구조조정이나 글로벌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한국 조선업에 대해 제언을 한다면요?

답변7>

역사적으로 구조조정 관점에서 보면 한국 조선업계만 문제였던 것은 아닙니다.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하던 영국, 스칸디나비아, 일본 모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사실 인건비는 경제수준이 커지면 오르게 되어 있고 패권은 어느 정도 움직이게 되어 있거든요? 구조조정에 대해 고민할 때가 옵니다.

그런데 그 때마다 조선업 대국의 당국자들은 모두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낙관론만 갖고 대응하다가 많은 정책실패를 했습니다. 가장 수비적인 대안으로 중국의 기술력이 안 되니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하면 된다는 게 있죠. 그 이야기는 영국, 스웨덴 모두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결국에 배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금방 따라 잡히게 되어 있구요.

몇몇 분은 앞으로 탄소배출 규제 때문에 신조선 수요가 생긴다고 전망하시곤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그 역시 제한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경제가 활황을 띄기 전까지는 기준치를 매우 초과하지 않는 이상, 규제에 대해서 논의를 하면서 최대한 버티기를 할 겁니다. 컨테이너선 한 척에 천 억이 넘습니다. 안 그래도 해운사나 글로벌 오일 메이저 모두 인력감축을 포함해서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판에 신규투자에는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죠. 즉 고부가가치선의 시장규모가 별로 크지 않을 건데요. 이를 통해 호황기 인력에 맞는 캐파를 채울 수는 없을 겁니다.

질문7-1>-남

업체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은 어떻게 보세요?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도 현재 빅3 체제에서 궁극적으로 ‘빅2로’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을 피력했잖아요?

답변7-1>

조선업체들을 통폐합 하는 방향도 안을 이미 조선업 대국들이 모두 가본 길입니다. 나름의 방향도 있구요. 그런데 “아직은 괜찮다”는 시각이 많은 것 같은데 참 안타깝죠. 냉정하게 한국 조선업이 수용할 수 있는 물량에 대한 나름의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구요. 다른 한 편, 각 회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들을 정리해야 할 건데 이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죠. 이걸 누가 풀어야 할까요? 저는 그걸 정부의 역할로 보는 거죠.

얼마전에 영국을 다녀왔는데요, 글래스고나 리버풀 또는 뉴캐슬 모두 굉장한 조선업을 영위하는 도시였어요. 그런데 지금 거기 뭐하는지 아십니까? 리버풀은 그저 박물관 하나 지어 놓고 비틀즈 팔이와 더불어 관광과 서비스 산업만 해요. 뉴캐슬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나 나오는 가난한 연금생활자의 도시가 되지 않았습니까? 분명한 제조업에 대한 대책없이 표류하면 40년이 넘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선진국의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투입 해서 쌓아올린 조선업의 유산조차 못 건지게 된다는 명백한 반면교사죠.

서비스업이 나쁜 게 아니라, 지금 일하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어떻게 계승할 지에 대한 생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질문7-2>-여

교수님 말씀 들어보면,,한국 조선업의 실상과 미래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암울하다고 보여지는데…조선업 이라는 한국경제의 한 축이 불가항력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답변7-2>

그럼에도 저는 낙관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한국의 조선업은 강점이 많다고 봅니다. 유수의 대학에서 양성하는 조선공학과 엔지니어, 기계공학과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다른 한 편, 숱하게 적자를 내면서도 수백척의 배와 수십기의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면서 축적해온 엔지니어링 노하우도 많습니다. 그 노하우들을 앞으로 어떻게 남기고 어떻게 산업적 전망을 세워야할지에 대해서 지금 당장 머리를 맞대고 현업의 실무자들과 학자들, 산업부와 산업금융을 담당하는 이들이 함께 논의를 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장 해양플랜트 건조가 줄어서 거제와 울산에는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수만명 노동자들이 실업자가 됐습니다. 지금 거기다가 대고 지자체들은 조선업이 잘 안 되니 관광업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국이거든요?

조선업을 계속 영위하더라도 이제 지금 규모의 고용은 창출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조선소에서 용접만 하던 사람, 전선만 감던 사람들 무엇을 하게 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연속선상에서 어느 부문에 대해서 조금 더 자원을 배당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기재부, 산업자원부, 노동부 등 중앙부처 뿐만 아니라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들까지요. 도시에 사는 시민에 대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그냥 실업급여만 줄 건 아니잖습니까. 특히나 한국의 산업도시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모두 국가 정책을 통해서 만든 것 아닙니까?

한 도시가 한 두 가지 산업만 영위하는 게 사실 일반적인 경로는 아니죠. 정부가 만들어 놓은 산업 생태계의 불완전성이니 일정부분 정부의 몫이 있다고 봅니다.

질문7-3>-남

정부가 져야 할 분명한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말이군요. 교수님~한국 조선업의 변화를 위해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사례들이 있을까요?

답변7-3>

유럽에서 조선공학을 공부한 엔지니어들은 자국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해외의 유전을 다니면서 해양플랜트 기본설계를 하고 테크니션으로 근무합니다. 그들이 100년 넘게 조선업을 영위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조선소가 있던 도시들은 그 기술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다른 첨단 제조업을 찾습니다. 망한 GM 공장에 가장 첨단의 제조업 기술로 만든 차인 테슬라의 공장이 들어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게 제조업을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질문인데, 한국에서는 그 이야기가 별로 없어 안타깝습니다.

조선업을 계속 영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기존 제조업 대국을 좇으면서 해왔던 추격자 전략을 넘어서 이제 좀 더 엔지니어링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산업을 재편해야 합니다. 그게 수많은 공학도와 일터를 묵묵히 지켜오며 산업보국을 만들어온 생산직 장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앵커마무리>

조선업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있지만, 정말 이제는 다 내려놓고 생존을 위한 백기투항을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