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이 느껴지는 생활인의 지침 – 김동조,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2015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10점
김동조 지음/김영사

 

김동조의 [거의 모든 것들의 경제학]을 읽은지는 2년 쯤 된 것 같다. 이러저러한 금융서적을 읽다가 그 책도 읽었고, 딱 드는 느낌은 “개리 베커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였다. 실제 ‘모든 것’의 경제학을 만들길 원했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개의 이슈와 개인들이 결정해야 하는 대개의 소소한 문제까지 다 다루고 싶어했던 경제학자.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세상 문제에 대한 ‘진단’보다는 거기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말하고 ‘구조’보다는 ‘관계’에 대해서 따지고 읽는다. 더불어 한 가지 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3가지 갈래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되 3가지 갈래의 이야기들은 저자 개인이 지향하는 가치 안에서 잘 버무러져있다. 사랑과 ‘매칭’에 관한 1부, 일하며 관계 맺고 어떻게 살 지에 대한 2부, 이러저러한 세계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대한 이야기 3부. 김동조는 분명한 합리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경제적/정치적 모두 liberalist)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그렇기 때문에 ‘낭만적’인 마음을 가지고 읽다보면 김동조에게 할큄 당하기 십상이다. 나는 외려 그렇기에 더 끌리긴 했다. 특히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유혹의 기술]의 저자 로버트 그린이 말하는 ‘매력’에 관한 이야기. 예컨대 스탕달이 말하듯 철저한 연애에 대한 마키아벨리즘. 사실 유혹에 대한 이야기가 나는 ‘치기’라고 느껴졌다. 실제로 그가 그렇게 연애했다기 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가지고 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 조금 더 ‘잔혹’하거나 ‘냉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감정이입을 제거하고 썼기 때문이리라. 물론 트레이더가 어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자신의 통제 밖으로 성장할 때 인간은 쿨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한계를 벗어나는 상대를 통제하려고 들면 관계는 깨어진다. 따라서 사랑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뿐이다.

사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꼬시고 꼬심 당하는 ‘치기’어린 이야기보다는 실제 연애하면서 관계가 성숙하면 봉착하게 되는 문제에 대한 냉정한 진단 말이다. 그렇게 책의 초반부를 다 읽기 전에 이미 나는 저자와의 밀당에서 져버렸다. ‘밀당’의 원칙 썰에 그냥 순박하게 넘어가버렸다. 아니 너무 빨리 감정 이입을 해버렸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선배’를 발견했다. ‘편애’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이야기, 어떤 사람과 어울려 다녀야 내가 ‘창조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일에 대해 어떻게 몰입할 수 있는지, 어떻게 도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곱씹게 된다. 메모해두고 따라하려고 다 체크해뒀다. 투자의 원칙부터 일하는 원칙까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삶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원칙의 가치는 자신의 원칙을 지킬 때만 알 수 있다. 원칙을 실행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원칙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워칙에 대한 믿음이 없는 이유는 원칙을 실행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원칙을 깨버리면 내 원칙이 맞는지 옳은지 확인해볼 기회는 영원히 사라진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에 대한 다양한 미디어 체험을 통해 나는 부산하게 전화를 들고 떠들고 그 때 그 때 ‘임기응변’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트레이더를 상상하곤 했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는 김동조라는 트레이더는 하루 하루 침착성을 잃지 않고 몰입하고 따져 묻고 명확하고 선명한 결과가 보여야 뭔가를 결정하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그리고 정직한 사람인 것 같다. 지면 명확한 지는 이유를 찾되 인정하고, 이긴대도 이기는 이유를 복기하여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3부에서 언급하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서, 나는 각각의 이슈에서 저자의 주장에 여러 면에서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따지는 게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읽고 나서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해야할 것들’을 놓치지 않고 다시 따지러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