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에 관한 노트

어떤 불평등이 가장 큰 문제인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봤다. 3가지 층위의 불평등이 있지 않을까 하고.

1. 자산 불평등(결과의 불평등)
사회주의 인민민주공화국이 돼서 자산 몰수를 할 수 있지 않는 한 기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 게다가 임노동과 업적주의가 함께 적용되는 사회에서는 계속적인 조정이 불가능하다. 실제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단계에서 이에 대한 저항은 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맘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기에 큰 문제가 아니리라 생각한다. 완벽한 자산 불평등의 ‘소탕’이 아닌 이상.

2. 기회 불평등
감정적으로는 엄청난 휘발성이 있는 불평등이겠지만, 실제로는 따지기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업무 자체에서 요구하는 스킬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내 몸뚱아리 건장한데 왜 일을 못한단 말이오?”라는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싶다. 따른 차원에서 기회란 것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각자가 수행했던 어떤 학습이나 노동의 결과로 인해 달리 주어지는 것이라면(예: 토익 900이상) 이를 구인자가 요구할 때 불평등이라고 말할 수 있나.

3. 학습 역량 불평등(지적 노동 역량 불평등)
내 생각엔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일에 집중하며 몰입해서 끝까지 마쳐서 성과로 이뤄낼 수 있는 능력의 불평등.

우생학으로부터 유래한 자연과학의 전통이 각자에게 내재된 학습 능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나? 경험적으로만 보건데 ‘산만함’이 중상층 미만 계급에게 누적된 ‘성공’ 아비투스(습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반대로 현대 사회 중상층 이상의 덕목이라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과정’과 ‘경험’ 아닐까 싶다.

[풍문으로 들었오]의 한정호(유준상)가 하는 말이지만 맞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구조적’으로 모든 게임이 강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면밀히 살피면 인적자원의 측면에서도 ‘질’의 차이를 이따금 발견한다. 하지만 그 ‘질적 차이’야말로 사회적 계급에 따라 달리 펼쳐지는 게 아닌가.

‘지적 노동의 수준 차이’. 이 지점을 인정하면서 더 급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없을까 한다.

물론 교육학이 이런 종류 논의를 어느 정도 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왜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나? (반양장)10점
신명호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