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하강과 대응에 대한 노트

정책을 만지는 사람과 이해당사자의 접근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냥 편들기 말고 정책을 만지는 사람의 머리씀을 발견할 수가 없다.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망하거나 해고하거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 이것이 모두 자본가들의 계략이라며 분개하는 태도는 노조 집행부가 부르르할 때야 도움이 되겠지만 학자가 할 일은 아니다. 다른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게 해주는 게 기본이 아닌가 한다. 조선업의 경우 고객이 파업 때문에 발주를 안 낸다고 했을 때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수주할 때 CEO가 노조위원장을 대동하는 것도 노사관계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계급투쟁이 세일즈 앞에서 무력화될 때 뭘 할 수 있나?

장기적으로 조선업은 하강이고 더 이상 건조-생산을 한반도에서 운용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전세계에 있는 모든 조선업 생산직 노동자가 산별파업을 하지 않는 이상 임금을 맞출 순 없다. 수빅은 조선소의 미래다. 이럴 때 민주노조운동은 뭘 할 수 있나? 결국 테크닙처럼 해양플랜트 설계나 선박 설계를 만들어 팔아먹는 것, 품질관리나 드릴링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조선업의 미래인데거기에 생산직 자리는 없다. 10만 명 넘게 고용하던 정규직을 어찌할 건가? 없어지는 직업관점으로 봐야하는데 논의가 많이 늦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자리에 테마파크를 짓고 수주가 없어 놀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용접을 맡기자는 이야기가 잠깐 나왔고 해프닝으로 끝났다. 독일처럼 하이테크 제조업으로 갈 수 없는 분야 생산직들은 그런 고민에 계속 빠지게 될 거다. 지금 놀때가 아니다. 한국에서 현재 임금체제를 유지하면서 생산직 노동자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 되는 부문의 노동자들은 덴마크처럼 전직지원을 통해 얼른 안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물론 이게 제조업 접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의 R&D 투자도 어떤 직종이 사라지고 흥할 건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면서 해야 하는데. 중동가서 일자리를 따내자는 수준으로 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국내 산업의 중장기 전망 같은 건 아무 관심 없다는 말로 들려 암울하기 짝이 없다. 당장 한국의 대부분 제조업이 진화의 덫에 걸리고 인건비와 기술력 두 가지에 샌드위치가 된 것도 사실이다. 샌드위치 위기론이 2000년대 중반엔 그나마 전망이었다면 지금은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전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