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vs flow, 블로그와 트위터

2010년부터 트위터를 했다. 그 전까지 나는 서평을 쓰는 블로거이거나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는 작가에 가까웠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사고의 연속성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었다. 연관된 주제(당시에는 주로 사회과학)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 할 수록 전문성 혹은 넓은 범주 지식의 아카이브가 형성되어 갔다. 한 소설가의 소설을 읽고 한 편 한 편 글을 모으면 하나의 전작주의 포스팅이 되었고, 한 입장의 책들을 모아서 읽고 그에 관한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 한 입장에 대한 비평이 되었다. 묶인 글은 한 편의 책이 될 수도 있었다.

트위터에 주목했던 것은 어느 순간에나 할 수 있다는 휴대성과 모바일을 통한 전파가능성이었다. 140자 짧은 트윗을 올리고 리트윗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그리고 반응을 통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썰’이나 ‘깨작임’에 대한 동의나 공감, 또는 반론과 조리돌림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끊기 힘든 마약과 같은 것이었다. 트위터의 영향력이 피크에 있었던 2011년 즈음에는 트윗을 통해 만난 ‘트친’들과 뭔가를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꿈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트위터를 5년간 돌려본 지금 시점에서 냉정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트위터가 뭔가를 ‘변화’시킬 수 있나 하는 질문 때문이다. 최소한 한국에서(알고 있기로는 세계적으로도) 트위터는 그 확장성에 있어서 정점을 넘겼고 이제 완숙기 혹은 조금 이른 쇠퇴기에 빠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일단 마케터들이 철수한 것을 보면 느낄 수 있고, 더 이상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는 트위터를 하는 대다수가 포기하게 된 것 같다. ‘트위터리안’이란 거창한 말 대신 ‘트잉여’라는 말로 스스로가 발언하고 있고 미투데이처럼 사라지진 않을지언정 제한적인 사용 쪽으로 귀결될 것이 뻔해 보인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게 stock과 flow라는 경제학 단어들이다. 트위터를 위시한 instant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SNS가 선전하고 있는 동안 블로그는 ‘옛 추억’ 같다는 느낌을 가졌다. 아무래도 트위터(더불어 페이스북)가 엄청난 정보의 flow가 왔다갔다하는 바다 같은 곳이라면, 블로그는 stock 즉 뭔가가 쌓여있는 낡은 재고창고 같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고 트렌드에 예민하고 새로운 뭔가에 대한 예민했던 나는 hyper-flow를 경험할 수 있는 트위터라는 SNS를 깨나 매력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트윗에서 뭔가를 만들어낼 것만 같았던 그 많은 정보의 흐름은 숱한 계폭(계정폭파)과 삭제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반성적reflexive이지도 않고, storify 같은 툴을 쓰지 않는 이상 정보의 집약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극단적인 입씨름의 현장에 그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이 시점에서 블로그 아카이브, 즉 stock이 만들어 놓은 역사가 과연 무시할만한 것인지에 대해 재평가해보아야 하는 건 아닌지 싶다.

flow는 stock이 되지 못했다. 매출과 영업활동은 이어지되 그것이 자본이 되지는 못했다. 자산이 되지 못했다.  ‘트잉여’ 정체성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조금은 낡아보이고 고리타분해보이지만 ‘stock’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조직화’하기 위해선 stock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고 블로그가 그 차원에서 조금은 더디지만 생명력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다. 어쨌거나 다시 자산을 쌓아보려 한다. 어떤 자산일지가 관건이긴 할 것이다. 계속적으로 고쳐갈 수 있다는 게 블로그의 매력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