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6개월

수영. 지난해(2018년) 10월부터 이제 딱 6개월 다녔다. 5개월 만에 중급반이 됐다.

사실 어릴 때 잠깐 잠깐 2달씩 다닌 적은 몇 번 있었다. 늘 호흡, 발차기, 키판잡고 자유형 그리고 배영 기초와 팔 펴고 자유형까지 배우다 관두곤 했다. 다시 갈 때마다 목과 배에 힘이 들어가 군힘만 잔뜩 쓰다가 말았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데, 처음(20살)에는 어렸기에 나이든 사람들보다 진도를 못 나가서 짜증나서 가다 말았고, 나중(36살)에는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가다 말았다.

지난해 6월부터 수영을 가겠다고 마산합포수영장 홈페이지 클릭을 해봤는데, 언젠가 언급했듯이 30초 안에 다 마감. 그래서 9월 25일 정도에 새벽 5시 57분에 일어나 6시 00분 10초에 등록 완료. 오전반을 가고 싶었는데 빈 자리가 오후 7시 밖에 없어서 그냥 오후반 등록. 회사 다닐 때처럼 회식이 잦은 것도 아니고, 주 5일은 애초에 무리다 싶어서 그냥 주 3일을 얼추 맞춰서 다니자고 생각했다.

아직 중급반 주제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수영이 느는 것은 배우는 날 얼마나 집중하냐와 운동신경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빠지지 않고 꾸준히 나가기에 달렸더라. 꾸준히만 나가면면 결국 다 되긴 하더라. 조바심 낼 필요가 전혀 없음. 디스크 1~6번 번갈아 가면서 수핵탈출을 경험해 평영이나 접영을 잘못하면 다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릴까봐(그래서 마라톤도 햄스트링 부상 오고서 2016년으로 무한 휴업) 걱정했는데, 차근차근 무리하지 않고 배우니 허리에 무리주지 않고도 잘 하게 되더라. (물론 접영은 한팔만 잘 하고 양팔로 하면 웨이브가 잘 먹지 않아 엉거주춤하게 튀어나온다만..)

중급반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바로 평영이었다. 초급반에서 쓰앵님을 졸라서 결국 중급반이 왔는데, 그 때 쓰앵님이 안 된다고 했던 이유가 평영할 때 몸이 자꾸 가라앉으니 중급반 가면 도로 초급반으로 내쫓을 것이라는 거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중급반 올라갈 때 유튜브로 국가대표 평영선수 출신의 강의 동영상을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다보니, 갑자기 평영이 잘 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팔동작(풀)을 마치고 머리를 빠르게 입수하지 않아 자세가 흐트러져 몸이 가라앉아 킥이 잘 안 되던 것. 그 부분을 한 번도 초급반 쓰앵님 알려주지 않았는데 딱 깨치고 나니 갑자기 평영의 달인이 됨..

처음에는 자유형 잘 한다고 까불었는데, 이제는 배영 평영 다 아주 수월한데 자유형이 가장 어렵.. 물론 접영은 더 배워야 하고(그래도 1주일 배운 거 치고 아주 자세 좋다고 중급반 쓰앵님이 칭찬을..).

수영 외에도 수영장 오니 마산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게 제일 좋다. 경남대 교직원(안 만나고 싶었으나..)도 만나고, 동네 장사하는 분들, 창원에 직장 다니는 분들 등등 7시 시간이라 많이 만나게 되니 이런저런 만담을 할 수 있게 됐다. 곧 있으면 중급반 사람들과 회식을 하게 될 지도(..) 지방은 정말 수영이 싸다. 주5일 강의, 365일 중 명절 제외하면 모든 날 자유수영 무한대에 6만 원. 그것도 3개월 한 번에 등록하면 할인. 대신 수영장이 많지 않아 등록이 어렵다.

언젠가는 하루키가 달리기 하고 쓰는 에세이처럼 수영 하고 쓰는 에세이도 써 보고 싶다. 사실 수영을 하고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수영에 대한 에세이 쓰기와 수영장에 오는 사람들에 대한 에스노그라피를 쓰는 거였다. 이제 한 달 단위가 아니라 석 달 단위로 등록을 하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60살 70살이 될 때까지 다녀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올 해 가을, 아니면 내년쯤엔 철인 3종도 한 번 가보면 어떨까 한다. (그래서 요새 푸셥과 플랭크, 스쾃을 다시 시작. 다이어트 하려고 생각하면 동기부여가 안 되는데, 철인 3종 생각하면 동기부여가 된다.)

마산합포수영장